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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이거슨 데이트도 뭣도 아녀 上

kkiihhii 2019. 3. 13. 14:46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힘과 권력이 생겨난다고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모이는 사람이 금수저일수록 위력은 어마어마 해지는 것 같다.

일상을 적는 곳이니 일상이야기나 쓰겠다.

어제는 모처럼 만에 남편과 밥을 먹고 영화를 보았다. 흔히들 이런걸 데이트라고 하던데 이미 부부가 되어 아이도 있는 마당에 데이트라고 콕 찝어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생각하는 데이트라는 것은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야외에서 대화위주의 하루를 보낸걸 데이트라고 하고 싶다. 이래나 저래나 뭔 말을 해도 데이트네. 데이트.

그래. 난 어제 남편과 데이트를 하였다. 달마다 가는 종합병원에 아침에 남편이 간다기에 아이를 맡기고 후다닥 나도나도!!!하며 차에 올라탔다. 만삭 임산부라서 그렇게 병균이 많은 곳에 가는것은 좋지 않다고 경고했지만 내심 좋아하는 눈치. (왜냐하면 또 혼자서 병원을 가네마네.. 궁시렁 거리는걸 몇차례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남편이 걱정해서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사실 옷을 얇게 입고 간 덕분에 추워서 병원 로비에 있었다. 큰병원이라 자리도 꽤 있었고 햇볕이 따사로이 비춰서 아늑(?)하고 좋았다. 물론 그 주변에 자꾸 마른 기침을 하는 할아버지들이 지나다녀서 조금 걱정됐지만 말이다.

벽에 대놓고 (임산부 출입금지)라고 적혀있었다. 홍역을 옮을 수도 있다는 경고문도 함께. 홍역은 이미 2달전에 끝났다며 남편에게 괜찮아 괜찮아를 연발하였다. 생각보다 환자가 많아서 접수를 하고서도 또 기다렸다. 예약을 하고 갔지만 그 시간에 정확히 들어갈 수 없었다.

기다리는 도중 남편이 카톡으로 근처 맛집을 찾아보라고 해서 검색했다. 그가 순두부찌개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며 부대찌개 잘하는 곳을 찾아보았다. 이유는? 얼마전  커뮤니티에서 부대찌개를 사랑하는 외국인의 사진을 많이 본 덕에 부대찌개에 대한 이름모를 그리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먹던 음식도 아닌데 그냥 그 게시물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버렸다. "뭐야, 외국인도 이토록 찾는 부대찌개를 나는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먹어본게 몇 년전이잖아." 이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한 곳을 찾았는데 평이 괜찮았다.

별점이 5점에 4개반정도로 후하게 평을 달아놓은 블로거를 보며 내심... 그래, 완전 맛집이야! 이런 생각을 하는데 조금 더 찾아보니 대학로 앞에 파는 그런 맛이라고 누군가가 정확하게 맛을 표현해놓은것이 보였다. 그래서 아마도 저렴한 맛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볼 일을 마친 우리는 차를 타고 밥집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병원에서 10분거리에 있는 곳이였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에 와서 그런지 적응되지 않았다. 주차요원 2명에 안에는 10명도 넘는 종업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테이블 회전이 아주 빠르다는 평을 읽고 갔는데 정말 빨랐다.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3명의 아주머니가 일사분란하게 밥상을 치우고 닦고 자리를 정리했다. 아주 빠르다.

정신없는 그 틈바구니에서 인터넷에서 본 대로 철판구이 2인분에 부대찌개 1인분 밥2개 라면사리 추가를 시켰다.

부대찌개는 옆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고

철판은 서서 고기만 볶는 사람이 순식간에 볶아서 내어왔다.

라면사리가 투하된 부대찌개인데, 사리 전용 라면이라서 그런것인지 면이 절대로 퍼지지 않았다. (신기신기)

누구의 리뷰처럼 쌈이 많이 나왔다.

맛은 달달했다. 부대찌개도 달달, 철판구이도 달달했다. 쌈싸먹기 좋은 고기였다. 부대찌개는 너무 기대를 하고 간것인지.... soso

콜라한병까지 추가로 시키니 29,500원이 나왔다. 한끼 식사로 부대찌개가 조금 남긴했지만 양은 그럭저럭. 그러나 가격은 좀 비싼감이 있다. 아마도 다시는 안 갈 것이다.

역시나 다 먹고 나니 남편의 레파토리인..
"사실은......"
이 나왔다. 무슨 뜻이냐면 항상 내게 선택권을 준 다음 다 먹거나 끝나고 나면 그때서야 본인의 본심을 토로하는 진정한 트리플 A형 남편씨 덕에 울분이 터졌다는 이야기다.

계산끝나고 집으로 차를 몰고 가는 와중에 "사실은 이 근처에 유명한 통닭집이 있다"고 실토한다. 그러면 나는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먹기 전에 진작 말하지 그랬어."
이렇게 말하면 그 다음말도 항상 같다.

"난 너가 그런걸 먹자고 할 줄 몰랐어"
그러면 나는 또 항상 하던 말을 이어서 한다.
"맛집 찾으래서 찾았고, 부대찌개 먹자니까 그러자고 흔쾌히 말하더니 먹고나서 맛없으니 아쉬워서 그러냐고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나의 잔소리를 불러일으키는 남편의 저 발언은 항상 나를 화나게 한다. 이미 배속에 부대찌개 먹은건 소화가 다 되버린거 같다. 언제쯤 그가 밥 먹기전에 본인이 진실되게 먹고 싶은 것을 말하는 날이 올까.

상대방을 배려해줘서 그런것은 알겠지만 항상.. "사실은 ~하고 싶었다."고 분위기 초치는 그의 습관은 몇번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갈때도 초반부터 꼬인다. 나보고 일정이랑 그런걸 다 해놓으래서 해놓고 예약걸고 나면 며칠뒤, 조심스럽게 본인은 사실... 뭐가하고 싶었다 혹은 사실은 ... 하는게 더 낫지않냐하며 태클이다. 그런식으로 여행이 좌초된적이 많다. 그래서 정작 본인에게 일정을 짜거나 밥먹는걸 선택하라고 하면 또 하지 못한다.

왜 못하는 걸까.
왜 그는 직접 선택하지 못하고 항상 뒤에서 궁시렁 대는 것일까.

어쩌면 그가 이 회사를 아직도 다니고 있는것이 기적이 아닐까. 이 회사도 내켜서 다니는게 아니라 억지로 다니고 아이가 생겨서 꾹 참고 있는것이 아닐까 수도 없이 생각해본 일이다.

언젠가 내가 더 아프기전에 그가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여보, 나는 어디어디가 가고 싶어.
여보, 나는 뭐뭐가 먹고 싶어!"

이렇게 그의 의견을 정확히 주장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내 주장이 너무 쎄서 본인이 말을 못 하는건가? 그것도 아닌거 같은게 수차례 본인이 선택하도록 지지했는데 항상 선택하지 못했다. 심지어 내 생일날 사야하는 케이크조차 본인이 고르지못해서 당사자인 나에게 고르게 한다. 힘들다. 트리플 A형 남자.

아몰랑




이 다음 스토리는 https://steemit.com/@zzing 에 적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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