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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우르르 쾅쾅!!!

kkiihhii 2019. 3. 9. 07:38


요즘의 나는 굉장히 신경질적이다.

오늘 새벽에만해도 방이 추워 보일러온도를 높이고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남편에게 "이불 좀 살살 덮어!!! 바람불잖아!!!"하며 자다깨서 짜증을 냈다. 잠이 깬 김에 화장실에 잠시 볼일을 보러 가서 손씻다가 생각해보니 왜이렇게 예민한것인지 나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

몇 주 전에는 출근 하기 전 방에 잠시 들어와 옷을 가져가는 남편이 안방문을 꽉 안닫고 살짝 열고 갔다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문 좀 제대로 확인하고 닫으라며 문을 쾅 닫고 다시 잠을 청했다. 몇분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며 남편이 출근하는 소리가 났다. 몇 번이나 문을 제대로 닫으라고 얘기했지만 (아기가 깰까봐 예민크리) 항상 방문을 어느정도 열어두고 출근하는 남편의 도어락 잠기는 소리에 아이가 깨서 이제는 말없이 일어나 문을 닫고 다시 잠을 잔다. 아이의 숙면이 곧 나의 숙면이라고 생각해서 예민예민하다.

가끔 새벽에 일어난 남편이 아기가 자는게 귀여워 어루만지다가 아기가 깰때가 있다. 그러면 또 나의 짜증이 폭발한다. 본인이 안 재울꺼면 만지지도 마라는 개소리를 시전하고 짜증을 팍팍내며 남편을 쏘아붙인다. 아기가 90%의 확률로 나를 찾으니 아기의 기상은 곧 나의 기상라고 생각해서 짜증이 대폭발한다. 최근 한달간의 밤시간 나의 짜증을 아무말없이 묵묵히 지켜보던 남편에게 오늘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ㅋㅋㅋㅋㅋㅋ나 미쳤나봐"
"어, 그래 너 요즘 미친거같아. 이불덮을때 바람분다고 짜증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가"
"인정 ㅇㅇ"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오랜만의 딸아이의 등이 아닌 남편의 등을 긁어줬다. 문안닫아서 아기가 깨고, 새벽에 아기를 깨우는건 약간 납득이 가는데 이불바람이 날깨웠다는 사실이 짜증난다는건 여러모로 내가 요즘 극도로 예민하다는 증거같다. 그냥 남편의 모든행동이 짜증난다고 설명해두겠다. 이유는 아몰랑. 걍 다 짜증나.

8개월이 넘어가 어느덧 몸무게는 9kg 가까이 늘고 한번  누으면 좀 처럼 일어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잠자기전 20~30분의 아이와 동화책 읽어주기 시간에도 앉은 자세에서 볼록한 배때문에 살이 접히는 느낌이 팍팍 들며 (이거 배 시작부분에 선자국 생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나날이 영혼없는 동화책 읽기를 시전하고 있다.

다행인건 1년간의 동화책 읽어주기 덕분인지 영혼없는 나의 글읽기에도 아이는 책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초반에는 도통 책에 관심이 없어서 과한 리액션과 과장된 목소리로 한껏 난리를 치며 읽어줬다면 (널 어떻게든 사로잡겠다는 엄마의 몸짓) 지금은 아기가 조용해서 방안을 들여다보면 동화책을 묵묵히 넘기고 있는 모습을 간혹 볼 때가 있다. 아직 글도 못 읽는데 무슨 생각을 하며 책을 보고 있는건지 신기해하다가 지금같은 찬스를 놓치기 싫어서 하던 일을 마저한다.

그렇게 동화책을 몇권 읽고 잠든 아이(30개월을 아기라고 해야할지 아이라고 해야할지 항상 헷갈린다.)를 보며 뿌듯해하던 나는 밤시간에 아이의 잠을 지키기 위해 유일한 방해요소인 남편에게 아주 까칠예민해지는건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11시에 자서 7~8시에 일어나도 1시간이라도 더 자두지...하는 아쉬움에 쉬만 뉘이고 다시 눕혀보려 하는데 한번깨면 도통 다시 자려하지 않아서 슬프다.

건강검진하면 키랑 몸무게는 딱 50%정상인데 엄마의 욕심으로는 또래보다 1~2kg 더 쪘으면 좋겠고 키도 또래보다 5cm는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많이 안 먹거나 잠을 적게 자는 날은 괜시리 걱정스럽다. 아프지 않고 잘 놀면 된거라고 항상 마음을 다 잡아보지만 이 성장욕심은 버리기가 힘들다. 어쩌면 미취학 아동에게 내가 큰걸 바라고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하다. 키는 유전자의 영향이라는 말도 많으니까. 역시. 그런건가. 잠을 잘 안자도 클아이들은 크는 것인가. (씁쓸) 여자아이라 다행이다. 남자였으면 키 작은게 엄청난 스트레스 였을 것이다.(또르르....)

이래나 저래나 내새끼가 제일 사랑스러워.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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