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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러가지 이슈들을 훑어봤는데 생각할 점들이 많았다.

최근 어떤 지방에서 일어난 어린이집 폭행사건으 로인해서 말이 많은데 국민청원도 들어간 상태이고  피해 당사자 부모의 호소글도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린이집 원장이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해서 긴 글로 남겨놓은 것을 보았다.

원장의 말에 따르면 아이가 선생에게 맞았다고 하기엔 선생을 잘 따르고 CCTV로 봤을때도 학부모가 주장한 폭행순간 그 다음 아이가 선생님의 뒤를 따라 태연히 나오는 모습이 보여 학부모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걸수도 있다고 하였다.

나도 사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느정도의 방관과 어느정도의 폭력을 쓰고 있다. 방관은 어느정도 우는것으로는 성급히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일일히 울때마다 즉각 반응하지 않고 조금 기다렸다가 대응해주는 편이 더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력이라 하는것은 대놓고 상처가 남길정도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말을 안 들어 답답할때 엉덩이를 두세차례 때려주는 것이다. 누군가를 손으로 때렸다면 폭력이라고 주장한다고 치면 나는 이미 가정폭력범이다.

남편은 나보다 더 심한데, 너무 자주 찡찡대는 아기때문에 뚜껑이 열려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적도 많았다. 자려고 누으면 꼭 사람몸위에서 뛰거나 장난을 치고, 발로 얼굴을 가격하는 행동을 일삼기때문에 레슬링에서 상대를 제압하듯이 큰 성인의 몸으로 아이의 양팔과 양다리를 꽉 붙잡고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는 발버둥을 치지만 남편은 잘못했다는 것을 본인이 인정할때까지 그 자세를 풀지 않는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폭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부모는 아이를 학대하며 키우고 있는 것일까?

이 정도로 하지 않고 그저 말로써 보듬어 안아주고, 행동을 바르게 고쳐주는 것만으로 아이를 키웠다면 당신은 정말 훌륭한 부모인것이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듯 부모마다 가치관도 다르다.

사실 나도 어린시절 꽤 많이 맞고 자랐다. 그래서 부모의 눈치도 많아 봤고, 다른 학우들과의 비교에서도 엄마의 잔소리를 기관총처럼 들었다. 심지어 옆동에 사는 아이 똥이나 먹이라는 소리도 들어봤고, 컴퓨터에 너무 빠져살아서 제발 방밖으로 나가라며 엄마가 칼질을 하다 내던진 식칼에 상처가 날뻔 한적도 있다. 그래서 부모에 대한 사랑?고마움? 보다는 무서움, 가까이 하기 싫은 마음이 더 큰것도 같다.

그래도 최대한 내가 부모에게 받은 폭력을 되물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해 한해 키울수록 그것도 쉽지 않다는걸 알게 되어간다. 정말 엄마처럼 되기 싫었는데 클수록 엄마가 되어가는 무서움이란. 사실 밥 안먹는것, 똥 못가리는것, TV에 빠져사는 것 이런것들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내 자신이 다른 자식과 내자식을 비교하게 될까봐 무섭다. 반대로 내 자식도 나를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며 실망할까봐 걱정이 된다. 둘째의 출산이 54일 남은 시점에 또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아무생각없이 둘째를 가져서 책임도 못지고 가족모두가 힘들기만 한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할 적마다 "생긴아이는 낳아야지!!!" 하고 소리를 빽 지르는 남편이 곁에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모는 이제 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저녁늦게 퇴근하는 워킹맘이고,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집을 지키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학원비라도 두명몫을 다 벌어도 생활이 된다면 보내겠지만 그 마저도 안된다면 그저 집을 지키게 되겠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모란, 남들 입는 거 다 입혀주고 싶고 남들 다 가는 여행지도 다 데려가주고 싶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서 "엄마, 이거 사줘"라고 하면 고민없이 척척 사주고 싶은 돈 많은 부모를 이상적인 부모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워킹맘을 그만둘 수 없고, 아마도 평생 아이들을 위해 돈을 번다는 자가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이들이 괜찮아, 엄마. 집에 있어줘라고 해도 나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가 되기위해 자식의 요구를 거절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식을 위한다지만 내 자신의 허황된 꿈을 위해 그러는 것인가. 그래도 언젠가 아이들이 집에서 밥차려 기다리는 부모보다 용돈을 팍팍주고 가고 싶은 학원을 보내주며 주말에 놀러가는 부모를 더 좋아하 지않을까?

아직까지 아이들이 모두 미취학아동이라 이런 생각에 금이 간적은 없지만 모르겠다.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되거나 삐딱하게 크게 된다면 평생 그 후회를 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이게 내가 워킹맘이 된 이유다.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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