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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서열1위는 쉽지 않군

kkiihhii 2019. 2. 18. 10:25


모처럼 만에 남편은 출근,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서 행복함이 100%다. 화요일부터 열이 펄펄 끓던 딸아이는 금요일, 토요일까지 끙끙 거리다가 일요일에서야 정상체온을 되찾았다.

덕분에 평소에도 찡찡대던 찡찡이는 2배 강력한 땡깡을 부렸고 우리 부부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다 들어주었다. 요즘 우유를 잘 안먹던 아이였는데 아프니까 더 심하다. 쥬스를 내놔라, 아이스크림을 내놔라하며 바닥을 뒹구는데 군말없이 들어주었다.

입맛이 없는지 밥도 깨작깨작 먹어서 링겔에 해열제랑 섞어서 맞춰봤는데 효과는 없었다. 그저 먹고 싶은게 있다며 소리칠때마다 사다 바친거 같다. 그래서 기고만장.

하지만 그 꼴(?)을 계속 두고 볼 위인은 우리집에는 없다. 녀석의 아비는 원래가 예민한데 특히 고함이나 비명에 예민하다. 열이 떨어진것이 확실해지자 아비는 노선을 바꾼다. 근엄한 아비로.

덕분에 일요일아침은 아이의 원성어린 울음으로 가득했다. 버릇없는(?) 녀석의 행동을 바로 잡을때까지 훈육 아닌 훈육을 한것. 오전에만 3번정도 훈육을 한 것 같다. 아직 엄마아빠가 고분고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물건도 집어던졌으며, 드러누워서 달달한거 내놔라고 새소리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으며, 과일이 든 쟁반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래서 총 3번 훈육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안아주세요"하며 나에게 SOS 신호를 보냈다. 미안하지만, 엄마도 그건 좀... 엄마도 너가 열나는동안 쌓인것들이(?) 있어가지고 호호호호.

내가 어떤 표정으로 두 부녀를 지켜봤는지 모르겠지만 조용해진 딸아이를 안으며 남편이 하는 말이. "너는 내가 혼내니까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서있냐?" 들켰네. 하하하. 보통 엄마가 엄하게 다그치고 아빠가 포용해주는 역활이라던데 우리집은 고집꺾는 역활을 나보다 남편이 잘해서 그런지 약먹이고, 주사맞을때나 소아과가서 양팔과 양다리를 고정시키고,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교정하는 것들을 90%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다.

한번은 나도 해보겠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29개월 4살 꼬마 아가씨에게 힘으로 밀린다. 내가 이토록 힘이 없다니.....(눈물) 아들이였다면 혹시 뺨이라도 맞진 않았을지 심히 걱정된다.

 땡깡부릴때는 바지도 입히지 못해서 쩔쩔 매는데 남편은 두 다리를 강제로 힘을 써서 척척 잘도 입힌다. 이럴때는 정말 남자들의 힘이 부럽다.

그래도 나름대로 주의를 주는 방법은 눈을 쳐다보게 고개를 땋! 잡고 잘못된 것을 일러준다. 보통 본인이 잘못한걸 다 알아서 내 눈을 빠르게 피한다. 눈이 마주칠때까지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계속 설명한다. 너가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하면 5번중에 3번 정도는 "네"하고 수긍하는데 2번정도는 말없이 도망치려 한다. 아요.... 힘으로 제압이 안되는 걸 알기에 나름대로의 방법은 나도 삐짐모드로 돌입하는 것인데 효과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없었던것 같다.

누구의 눈치를 살필 29개월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튼 엄마의 훈육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약하다는 것을 녀석은 금새 파악한 것인지 아빠앞에서는 드러눕는 땡깡이 거의 없다. but 나랑 둘이 남겨지면 세상 찡찡모드로 돌변한다. 아요... 딸 때문에 태권도라도 배워야 하는거 아닌가 몰라.

딸이 제일 무서울때는 역시 잠을 자자고 누웠는데 조용히 두꺼운 보드북 동화책을 들고와서 그 모서리로 얼굴을 때리는것. 일부러 때린게 아니라 책을 어쩌지 못해서 때렸겠지 하고 그동안 생각했는데... 아니였어. 녀석은 엄마가 아파 하는걸 즐기는것 같다.

그것 말고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말했는데 몇번 말하다가 엄마가 안 들어주면 허벅지를 쎄게 꼬집거나 손톱으로 얼굴을 할켜버린다. 덕분에 아기때문에 얼굴에 피를 좀 봤는데.. 쓰다보니 엄청 비참하네. 거울보며 후시딘 바르는 서열3위 엄마의 모습. 씁쓸하구만. 그래서 내 비명소리가 들리면 남편이 뛰어와서 바로 혼내줌.

지금은 임신중이라 배를 걷어차이거나 그러면 안되는데 가끔 딸이 아무생각없이 누워있는 내 배를 차거나, 배 위에 올라와서 뛰거나 밟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딸은 자신보다 엄마가 아래서열인것을 잘 알고 하는 행동이라는데 이 무슨 소리인지. 여기 세렝게티냐. 약육강식의 가정세계다.

우리가족 서열1위가 되고싶은 임산부의 주절거림.

정말 이 쪼매난 꼬맹이를 때릴수도 없고 참으로 육아는 인내와 참을성을 최강으로 키우는 극한의 생활인거 같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었지. 아이를 키우며 어른이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른이란 자고로 이토록 오랜 세월(자식이 독립할때까지) 인내 또 인내하는 사람이구나. 이러다가 몸에서 사리 나오는거 아닐랑가몰라. 그래도 일기에다가 뭐라도 쓰니까 좀 후련하다.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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