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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좋은엄마는 개나줘

kkiihhii 2019. 2. 16. 01:40
7년의 밤이라는 소설을 반정도 읽다가 잠들었다. 초반 50페이지 정도까지는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였는데 두번째 목차부터 무서운 정도의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였다.


사실 이번주까지 이 책을 볼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책 겉표지를 한장 넘기자 작가가 친필로 짧게 적은 글씨가 보여 자연히 읽어갈 수 밖에 없었다.

전부터 신기했던게 소설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물설정부터 배경까지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이 표현하는 것인지 신기하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도 해본 것처럼 적는다는 것이 엄청난 글내공을 요하는 거겠지?

그런면에서 만화를 그리는 사람과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어떤식으로 사고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쓰고 그리는 그들의 생각이 궁금할 지경이다.







요 며칠 아이와 집에 계속 있었는데 낭창하게 TV를 보며 아이와 같이 입벌리고 쇼파에 누워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예전에는 어린이집 안보내고도 계속 같이 있었는데, 이제는 같이 있는게 익숙하지 않아 졌구나...  TV를 안 보여주려 했지만 결국은 내가 미디어중독이니 딸도 닮아 가는구나.. 그런데 아이가 집에 있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하나도 할 틈이 없다는 건 핑계아닌 핑계로구나.. 어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보세'

하면서 그 동안 아이가 집에 있다고 집안일도 할 수 없다고 칭얼댔는데 아기가 혼자 노는 사이 화장실 청소를 해봤다. 의외로 두돌이 지나서 그런지 울면서 찾지는 않고 간간이 엄마는 뭐하나 구경하러 왔을 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름대로 청소가 끝나자 뿌듯하기도 하고 아이가 있다고 못할일은 없는거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화장실청소 오늘은 아이가 TV를 볼때 책을 조금 읽어봤다. 아이의 집중시간이 길지 않아서 어차피 읽어도 열장내외로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울면서 보채지도 않고 잘 있어주었다.

나는 나대로 힐링을 해서 기분이 좋았고 딸도 보고 싶은 영상을 볼 수 있어서 기분좋아 보였다. 아마 그걸 보는 내 딸의 머릿속은 바보상자가 되어 뇌가 멈춰있었겠지. 어차피 똑똑한 아이로 키울꺼라는 자신감은 애시당초 없었고 그저 무탈하게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하며 부모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으로 키울 생각이였다.

초반에 유별나게 해보려다가 잘해보려는 마음이 되려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무척 힘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엄마도 사람이고 나도 어릴때 굉장히 많은 TV시청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들이 아이들 셋에게 대여한 비디오테잎과 TV를 자주 보여주셨는데 나는 TV와는 상관없이 어릴적 엄마가 몇 번 읽어줬던 전래동화가 너무 재밌고 인상깊게 남아 학업성적은 우수하지 못했지만 도서관가는 것은 좋아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하루에 몇권이라도 엄마와 함께 책을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중에 책 읽는것에 흥미를 잃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것은 유지하도록 하는중이다. 둘째가 태어나면 아마도 그것도 소홀해질것 같지만...

두 동생들은 그다지 공부에 흥미가 없었고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나도 물론 공부는 별로인데 그나마 몇 권의 책이라도 더 읽어본 것뿐이였다. 왠지... 우리 셋다 공부를 못했던 것이 혹시 TV때문이였을까? 아주 연관이 없진 않겠지.

아이를 사랑한다면 직장을 그만둬야하고 아이를 사랑한다면 하루일과 전체를 아이에게 맞춰야 하는 헌신적인 부모에서 나는 멀찍이 멀어져있다. 나는 아이가 있어도 할 일은 했고, 구태여 일찍 재우고 싶은 생각도 없었으며 내가 일을 다 끝내고 눕는 시간이 딸의 잠자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가 있다고 취미활동을 접지도 않았고 회사를 관두지도 않았다.

언젠가 이런 개인의 이기심으로 딸들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부모의 큰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과는 사뭇 다를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느끼기에도 아이들에 대한 애끓는 모성 같은 감정은 내게는 생기지 않았다.

워킹맘의 아이와 전업주부의 아이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런것의 차이가 아니라 엄마의 관심과 애정의 차이라고 말할수 있을 것 같다. 일하는 엄마라도 아이를 반듯하게 키운 분들이 있을 것이고 전업주부라도 아이가 삐딱선을 타게 키우는 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이상한 육아이야기를 적게 된 동기는 오늘 통화한 엄마때문이였다. 항상 레퍼토리가 있다. 퇴사하고 집도 아주 작은곳으로 옮긴다음 남편월급으로만 아끼면서 살면 되는 것인데 너의 욕심이 아이를 해칠꺼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아직 아무도 해치지 않았고 잘못된것이 없다고 소리쳐 응수하지만 아이가 아프다거나 남들보다 유별난 점이 보인다 싶으면 '퇴사하고 집에나 있어라'를 시전하신다.

엄마가 전업주부이고 아빠가 외벌이. 그것도 자영업. 그래서 틈틈히 엄마가 도와주러 나가고 엄마가 말한 작은 집에서 아끼면서 살아본 결과로 자란 내 입장에서는 돈으로 부부싸움 피터지게 하는 걸 많이 봐와서 그런지 전혀 일을 쉬고 싶지 않다. 돈때문에 싸우는걸 수도 없이 봐와서 돈이라면 끔찍하다. 뭐 언젠가는 아이가 둘이니 원치않아도 퇴사할 시기는 분명오겠지. 그렇지만 아직은 아닌거 같다.

정말 엄마의 악담대로 된다고 해도 엄마처럼 살기 싫었다고 응수하고 싶다. 돈돈돈 거리지 마라고 엄마가 항상 화내지만 어쩌겠어. 돈때문에 사람의 취향도 바뀌고 돈때문에 자존감도 낮아지고 돈때문에 서열까지 정해지는 이 마당에 아무리 모아도 중산층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기서 어떻게 더 내려가리오.

50%의 좋은 엄마와 50%의 나쁜 엄마를 적절히 섞은 '나'는 오늘도 어느정도 이기적인 육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내 딸들이 나중에 시집가면 내가 엄마보다 한술 더 뜨려나? 왠지 잔소리 대마왕 예약된 거 같다.

진짜 두서없는 일기다.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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