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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ㆍ화분

kkiihhii 2019. 2. 12. 14:51

요즘 내가 일기에 이야기를 많이 적는것 같았는데 역시 오늘 글쓰려고 키보드를 꺼냈는데 딱히 쓸말이 없다. 그래. 이게 정상인거야.

어제 오늘 읽은 글이 별로 없구나. 그래서 생각나는 것도 없구. 보통 글쓰는 분들이 책을 더 많이 읽던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음. 인풋 대비 아웃풋이 잘 안되는게 글쓰기 인것 같음. 물론 아무것도 읽지 않고 글만 써내려 가는 인물도 있겠으나 일기를 1년간 적어본 바로는 소설같은 상상에 기반하는 것이 아닌이상 매일매일 글을 읽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워낙에 자극적인 글들을 좋아하는 지라 대부분 웹사이트의 인기글을 1시간정도씩 읽으며 행복해 하는데 그것이 일기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음. 작년에는 SNS에 열중하다보니 다른분의 블로그글을 읽는 시간이 많아서 포스팅을 읽다가 내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시 인기글을 찾아다니며 "어머머 세상에~~"하면서 욕과 칭찬이 난무하는 익명의 댓글들을 눈팅한다.

그래서 나날이 기사들은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는 거겠지. 잠깐 딴 짓하고 오니 더 할말이 없군.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의외인 점을 적어보겠다.




"나는 의외로 식물을 잘 키운다(?)"

첫아기 낳고 축하한다며 온 화분이 있는데 2년넘게 시들지도 않고 밑에 다른 잎사귀까지 생기면서 잘 키우고 있음. 엄마는 게을러 터져버린 내게 넌 절대 식물을 살뜰히 키울 수 없을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그걸 안 것인지 이름모를 그 화분은 1주일에 1번만 물을 주면 되는 순한 녀석이였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같이 산지 2년이 넘었는데 이름 한번 불러준적이 없구나. 같은 집에 살면서 이토록 무심했다니.

어린왕자가 알면 아주 슬퍼할꺼야.

아무튼 이름모를 울창한(?) 그 식물은 여전히 우리집  작은방에 고요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도 영 바보는 아닌지 빼먹지 않고 골고루 물을 뿌려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특한가. 그리고 두번째 우리집 화분은 딸아이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자그마한 플라스틱컵에 담겨온 다유기 인데 무려 1년넘게 키우고 있다.

이 작은 녀석은 스타벅스 테이크 아웃잔의 크기에 높이는 그에 반정도 되는 플라스틱에 담겨져 있었다. 처음 식목일날 딸이 들고 왔을때 어디다 놔야 할지 몰라서 마침 설겆이를 해야 하니 주방에 있는 창틀위에 올려뒀는데 무서운 속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설겆이 하다가 가끔 내려서 물을 몇번 준것 뿐인데 아주 잘자라서 지금은 30cm가 훌쩍 넘어버렸다. 다유기가 이렇게 긴 식물이였나 싶어서 버리기도 그렇고 그냥 여전히 처음 뒀던 그 창틀에 뒀는데 창문을 타고 녀석이 기대면서 편히 자라나는 것 같았다.

밑에는 벌써 새싹들이 자라고 있던데 다유기도 참 대단한 식물인 것 같다. 따로 관리도 안 해주는데 혼자서 무럭무럭 자라는걸 보니 우리집에 채광이 좋은 것인지 내가 시기적절하게 물을 잘 주며 키우는 것인지 알길은 없다. 아무튼 우리집 두 화분은 이름도 없이 나와 잘 지내는 중이다. 쓰면서도 놀랍네. 내가 화분을 키우다니.

둘째 낳고 혹시 누군가가 화분을 주려한다면 스투키로 하고 싶다. 뭔가 깔끔하게 생겼어. 화분계의 핸섬가이로 보인다. 자잘한것도 없이 몸통 땋! 하고 끝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심플 그 자체더라.

적다보니 또 자랑을 늘어놨는데 그러니까 일기인 것이다. 일기란 자고로 나르시스트에게 아주 적절한 글쓰기이다. 또 쓰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하라는 반성은 안하고 내사랑만 깊어지게 하는 중독적인 글쓰기이다. 혹시 자존감이 낮거나 글쓰기를 많이 연습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감히 일기를 추천한다.

별거 없는 일상도 글자로 옮겨 놓으면 나만의 소역사가 되는 것이 멋지지 않은가? 팔로 팔로미.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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