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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초보엄마는 아직도 헤매는 중

kkiihhii 2019. 2. 13. 17:50



집밖을 안 나간지 이틀째가 되어간다. 예전에 웹툰중에 강풀작가님의 "마녀"에 나오는 여자가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새벽에 고양이 먹이를 주러 잠시 나가던데 나는 그것조차도 안될것 같아. 어서 날이 풀려서 몇시간씩 밖을 걸어다니고 싶다.

아기가 이틀째 열이 나고 있다. 병가를 쓰자마자 아프다니 정말 이걸 우연이라고 해야할지(...) 회사였다면 연차를 썼을텐데 마침 쉬는 중이라 같이 집에서  생활중이다.

새벽2시에 나를 깨우는 아이의 목소리에 일어나니 포도주스를 달라고 해서 멍-한 상태로 포도주스를 줬는데 그 몇시간 잔것을 푹 자버렸더니 다시 잠들기도 그렇고해서 인터넷만 했던거 같다.

엄마같지 않은 무식한 엄마인 나는 어제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큰 실수를 저질렀다. 덕분에 남편에게 1차로 깨지고... 밤을 새며 30분에 한번씩 열을 재고 2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교차복용한 다음 먹인 약과 체온, 시간을 기록하라는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고 3시간정도 잠을 자버렸다. 그래서 2차로 깨지고 기록이 정확하지 않고 잠결에 엉망진창이라 아침에 3차로 깨졌다.

뭔가 나도 할 말을 찾았지만 해열제 용량제조 실패와 수시로 체온체크에 실패 그리고 정확한 기록실패 완전 대실패였으니 그냥 잠자코 깨졌다. 집에서 쉬는 건 나이고 내일아침 출근해야 하는건 남편이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임산부라 잠이 오는데..."라는 생각은 속으로 삼켰다.

임신을 겪어보지 못한 타인에게 이 불가사의한 임신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아주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임신해서 기억이 깜빡깜빡한다, 임신해서 잠이 쏟아진다, 임신해서 모든게 귀찮다 기타 등등. 모든 못하는 일들 앞에 임신 타이틀을 갖다붙이면 좀 그럴싸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잘못한건 잘못한거라서 잠자코 있는데 내가 생각한것 보다 아주 심각한 행동이였던 것 같다. 아기는 밤에 특히 고열이 나는데 열이 40도가 넘으면... 어쩌면 평생 장애후유증으로 부부인 우리가 아기 병수발을 들수도 있었다고 남편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에게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도, 나도 가족이나 친척중에 그런 어처구니 없는 아주 사소하고 안일한 대처로 인해서 평생을 부모곁을 떠나지 못하고 바보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알아서 더 화가 난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부모가 죽으면 남은 그들을 책임져야할 형제, 자매들의 스트레스 또한 서로 잘 알고 있다. 우리 부부도 각자 그런 사람을 한명쯤 데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 딸까지 그렇게 될뻔 했기에 더욱 남편의 민감한 반응에 미안해졌다.



쓰고보니 참... 정없네. 모두 가족인데. 좀 더 인간적일수는 없는건가. 모르겠다. 일단 순산만 생각하기로! 현재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자. 일단 오늘저녁은 딸과 병원가서 링겔이라도 맞춰야지. 아기도 고생이구만. 얼른 열이 내려서 활기차게(?) 어린이집 등원을 하자꾸나 나의 딸이여.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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