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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성자가 된 청소부 후기

kkiihhii 2020. 2. 2. 12:19

성자가 된 청소부 (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
-바바 하리 다스 지음, 류시화 옮김-

애정 하는 책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은 간단한 속사정들은 법륜 스님의 카카오 스토리를 읽어본다. 그래도 안 풀린다 싶으면 한 번씩 생각나는 말싸움의 대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팩트 폭행 글을 읽어보면 마음에 누가 벌침 쏴준 듯 편안해진다. 그러나 벌침, 스님의 말씀으로도 도저히 마음에 근심이 사라지지 않을 때는 모든 중생들은 이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성자가 된 청소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안 들어봤으면 모르겠지만 이런 류의 영화도 분명히 어딘가에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저자인 바바 하리 다스의 상상이 더해진 그야말로 현타 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초등시절에 막내 고모 책장에서 찾은 것이다. 또렷이 기억에는 안 남았지만 당시에 막내 고모는 꽤나 글 읽는 것을 즐긴 여인이었던 거 같다.

책장에 앵무새 죽이기 등등 여러 가지 소설들이 많았다. 시기와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모는 자신이 다 읽은 소설책을 내게 잔뜩 주었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10살 남짓의 여자아이가 읽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내용들이 많은 책이었다. 글밥 많은 동화책 정도가 적당할 시기의 아이에게 300페이지에 육박하는 그림 하나 없는 장편소설이란 그냥 글자들의 무더기 일뿐.

최근 들어 또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나지 않는 것이 심히 염려되어 몇 년 만에 다시 읽어본 책. 역시나 읽을 때마다 마치 처음 읽는 듯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주변과 사람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는 신비한 매력을 지닌 책으로는 꼭 기억된다.

초반부 류시화 님의 옮긴이의 말을 보자면 바바 하리 다스는 30년을 묵언수행을 한 분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에 집을 나와 여러 곳을 떠돌며 생활하신 분으로. 허리춤에 작은 칠판을 메달고 다니며 사람들과 글로써 소통하는 분이라고 한다. 그의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책도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는 분은 찾아서 읽어 보라.

보통의 나의 책이나 영화 리뷰는 줄거리를 생각나는 대로 적는 것이 80퍼센트고 나머지 20퍼센트는 곳곳에 한 마디씩 덧붙이는 말 뿐이었는데, 특별히 이 책은 줄거리에 관해서 단 1도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믿고 봐도 될 이야기다. 불교와 기독교 그 외 모든 종교를 초월하는 성자의 이야기.

책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자면 단연 청소다. 그는 가는 곳마다 솔선수범하여 주변을 청소한다. 이렇게 적으면 청소부 출신이니 청소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길 바란다. 청소라는 것은 하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그 누구도 선뜻 더러운 것을 만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자신이 쓰는 집에서 하는 청소와 남들이 쓰던 장소나 화장실을 보수 없이 매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의 행동 자체가 신이 하는 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핵심인 모든 욕심을 버리는 일. 돈과 명예, 성공, 사랑 등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무런 돈도 지위도 필요하지 않다며 사양하고, 헤진 셔츠 하나만 걸치고 걸어 다녔던 주인공.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마음씨에 감동을 받아 갑자기 저녁에 거실 청소(ㅋㅋㅋ???)를 하였다.

이제 한동안 이 책의 여운을 기운 삼아 집안 청소를 열심히 하고, 아이들에게 더욱 애정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뜻은 신이 정하실 테니. 아멘. 관세음보살. 인샬라. 아몰랑.

(누가 보면 청소법 책인 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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