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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양들의 침묵

kkiihhii 2019. 10. 21. 19:00



양들의 침묵



제목처럼 양들이 침묵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왜 양들이 침묵했을까? 몇몇 유저들은 죽어서 그렇다고 확신하던데... 사실 나도 그렇다고 생각중이다.



주인공 클라리스 스탈링은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떨어져 사촌의 집에 살게 된다. 가축을 도축하는 일을 하는 그 목장에서 양떼를 보게 된 스탈링. 어린 그녀는 양들을 구출해주고 싶어하지만 양들은 탈출하려고 하지 않고, 스탈링은 앞을 볼 수 없는 말을 몰고 집을 나와버린다. 그러나 밤마다 꿈에서 양들의 울음소리를 듣는 스탈링.



그런 그녀가 FBI 요원이 되기 위해 연수생으로 있던 중. 버팔로 빌이라는 연쇄살인마의 뒤를 쫓는 수사에 도움을 주게 된다. 버팔로 빌은 젊은 여성을 살해하고 가죽을 벗겨 강물에 던지는 연쇄살인마이다.



그녀가 도움을 주게 될 것은 바로 한니발 렉터 박사를 만나는 것. 한니발 렉터는 한때 정신과 의사였다가 자신의 환자를 죽이고 먹는 똑똑한 식인종으로 바뀐 인물. 그에게서 최근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고자 신참내기 스탈링을 보낸 것이다. 아마도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것이라고 생각해서 였을 것이다.



렉터는 감옥에서도 어찌나 똑똑한지 법원에 자신의 인권을 철저하게 호소한다. 그는 다른 수감자들과는 다르게 책과 잡지, 신문도 읽고 심지어 잡지에 글도 연재한다. 사람들은 그를 완전무결한 소시오패스라고 말한다.



나는 이책을 다 완독하는데 상당한 인내와 시간을 썼다. 왜냐하면 전문적인 용어들이 대거 등장했고, 처음보는 생소한 단어들이 너무 많았다. 작가가 혹시 한니발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의 엄청난 사전지식.



작가 토머스 해리스는 원래 기자였다고 한다. 기자여서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시체에 대한 세부 묘사와 경찰들 내부의 상황이 너무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2주정도 뜨엄뜨엄 읽다가 오늘은 과감하게 아침, 점심 식사를 포기하고  남은 반절을 한꺼번에 몰아서 봤다. 보고나서 바로 리뷰를 썼다면 다 읽고 나서 찝찝했던 그 마음을 어떻게든 글로 표현해보려고 애썼을텐데 고질병이 도져서 다른사람들 리뷰를 읽어보느라 시간이 늦어져 여운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중간중간 책을 보면서 놀랐던 장면들을 잠깐 적어보겠다. 시간순서는 아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겠다.



스탈링이 렉터가 준 선물을 보러 오래된 컨테이너에 가서 시체를 찾고 살짝 다쳐서 오게 되었다. 그녀를 본 한니발이 "다리에 데일밴드를 붙였네?"라고 말하는 부분이 소름이었다. 그녀는 긴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밴드 냄새를 맡아서 그가 알게 된 사실이 놀랍다. 개인적으로 셜록과 한니발을 둘이 붙여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들의 침묵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 한니발의 입에 씌워진 마스크, 양들의 침묵 포스터에 있는 큰 여자 얼굴 입쪽에 있는 나방. 여기 나오는 그 나방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너무 소름돋아서 그렇다. 생긴것부터가 일단은 비명횡사하게 생겼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잔뜩 나있는 몸통에 해골무늬 같은 반점을 가진 나방이라니. 이 나방을 찾고 환의에 젖었을 책의 작가 토머스 해리스님. 지금은 연세가 80세. 다행이다. 우리나라에는 없어서. 이런 나방을 매일 보면 온 몸에 닭살이란 닭살은 다 돋았을 것이다. 휴.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도 몰랐던 인체의 신비한 부분. 가령 예를 들어 인체의 가죽은 젊은 사람의 경우는 벗기고 나서 금새 수축해 버리고, 살가죽을 벗길때는 앞에서 벗기는 것이 아니라 뒤쪽에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벗기면 희생자가 찢기는 고통을 느낄수 있다고 한다. 이런 세세한 부분의 묘사가 또 다른 범죄를 낳는것은 아닐까 무서워지는 부분. 유독 덩치가 있고 살결이 부드러운 여성들만을 죽인 연쇄살인마의 수법이 적나라해서 혹시라도 어린 청소년이 따라하지나 않을까 읽으며 조마조마했다. 하긴. 추격자에서 하정우가 사람의 피를 뺄때는 거꾸로 메달아 아킬레스쪽을 쳐내면 된다는 식의 말이 있었는데 여기 살인마도 그걸 알고서 시체를 메달아 놓는걸 보고 놀랐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고서야 이런 연쇄살인범들은 생각보다 지능이 비상한 놈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깨알같이 알게 된 사실인데 거미는 파충류가 아니라는 사실. 거미는 그냥 거미과가 따로 있다고 한다. 곤충은 다리가 3쌍, 즉 6개이고, 거미는 다리가 4쌍, 즉 8개.  



그 다음 기억에 남는 장면. 성전환 수술을 받기전 나는 그냥 돈주고 피검사하고 그러는줄 알았는데 심리검사를 많이 하는것이다. 특히 여기서 용의자를 잡는 결정적인 단서로 나오는 집-나무-사람검사에 관한 것.



<<HTP검사 : 벅(Buck, 1948)이 고안한 투사적 그림검사로서 집, 나무, 사람을 각각 그리게 하여 내담자의 성격, 행동 양식 및 대인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조현증(정신분열증), 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 및 신경증의 부분적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



여기서 수술을 원하는 남성의 경우 옷을 입은 여성을 그린다고 한다. 그리고 반쪽 짜리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도 좋은 의미라고 한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약간 아쉬웠던건 버팔로 빌과 여주인공이 대치하는 장면에서 너무 아쉽게도 금방 연쇄살인마가 죽어버린것. 하긴 그래서 애초부터 작가가 떡밥으로 스탈링이 총을 잘 쏜다는 설정을 자주 보여줬던 거겠지? 4천번도 더 쏴본 총을 자연스럽게 살인마에게 날려버린 우리의 스탈링. 나는 막 혈흔이 난무하고 이제 너죽네 나죽네 하며 액션씬 등장하고 퍽퍽 때리고 그럴줄 알았는데 역시 총기 소지의 나라답게 깔끔하게 먹여버리고 끝이 나버렸다. 심플하게 심장. 퐝야. 헉. 어흑. 한것이다. 그래도 마지막 그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나방무리를 보면서 '저렇게 아름다운 것으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하는 장면은 여장남자였던 그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이 다음 탄인 '한니발'도 읽어야 하는데 거기서는 렉터와 스탈링의 러브라인이 있다고 해서 지금 좀... 망설이고 있다. 그냥 양들의 침묵에서의 광기어린 식인종 심리학자로 남겨둘지 말지.



그래도 미국의 수사력에 혀를 두르게 되는 양들의 침묵이었다.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시간과 여유가 허락한다면 영화로도 즐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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