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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았던 빨간 머리 앤 책의 리뷰를 써봅니다. 이전 글에서 이 책을 보며 스트레스받는다고 적었는데 그걸 안 걸까요? 제가 보던 페이지 뒤부터 많은 사건이 일어나더군요. 매슈 아저씨의 죽음부터 마릴라 아주머니의 시력 감퇴, 앤의 진학 포기와 5년간 싸운 길버트와 뜻밖의 썸의 시작. 이 많은 사건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네요.

우리의 귀여운 앤 셜리는 자신의 이름 끝에 'e'를 붙여서 발음해주길 바라는 낭만적인 여자아입니다. 어릴 적부터 주근깨 가득한 얼굴과 특히 빨간 머리를 가진 것이 불만인 아이죠. 그래도 그녀만의 상상하기 취미가 언제나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에는 앤의 상상들에 관한 글이 많은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고 공감이 갔습니다. 으쓱한 밤이 되면 귀신이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는 상상, 내 얼굴이 예뻐지는 상상, 친구들과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상상. 다들 한 번쯤 해보지 않나요?

사랑스러운 앤이 조잘조잘 수다를 떨 때면 언제나 마릴라 아주머니는 그 입 좀 다물수 없냐고 핀잔을 줍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 극히 적었던 딱딱한 마릴라 커스버드 아주머니. 제가 초반에 책을 제대로 안 읽어서 소설 중반부까지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가 부부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빨간 머리 앤의 리뷰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둘이 남매인걸 알게 되었죠. 하하하.

그러니까 말하자면 두 미혼의 남매가 초록색 집에 사는데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게 된 설정이죠. 뭐 그것도 처음에는 일손이 모자라서 남자아이를 입양하려다 실수로 여자아이가 왔지만요. 어떻게 보면 2019년을 살고 있는 지금에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라고 볼 수 있네요. 일단은 농사를 짓는 거부터 살짝 현실에서 멀어지는데, 남매가 중년이 되도록 같이 산다는 설정에서 또 한걸음 멀어지고,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설정은 아주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슝.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설정이라는 저의 생각입니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소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더군요.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유년시절이 그려지네요. 그리고 빨간 머리 앤의 외모는 당시 무성영화배우였던 에벌린 네즈빗을 보고 영감을 떠올렸다고 하네요.

<Evelyn Nesbit from American Magazine (c) none; 1901 Rudolf Eickemeyer>

에벌린 네즈빗을 찾아보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알게 돼버렸네요. http://m.egloos.zum.com/aogg/v/6010058
시간이 된다면 이분의 글도 참고하면 좋을 거 같아요. 포스팅 댓글을 보니 저만 흥미를 느낀 게 아닌가 봐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작가와 한 신문 기자분도 이 포스팅의 이야기를 가져가셨군요. 읽다 보니 이 이야기를 '진흙 속에서 핀 연꽃'이라고 비유하셨는데 맞는 거 같네요. 앤의 롤모델이 된 여배우의 삶은 비극이었지만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앤 셜리는 언제나 책 속에서 살아숨쉬겠죠?

나의 눈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길버트와 썸 타는 그 뒷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따스한 햇살과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에이번리에 사는 앤 셜리를 그리며. 단발머리 찡의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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