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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7년의 밤 솔직한 리뷰

kkiihhii 2020. 2. 18. 14:10

가끔씩 책과 영화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항상 즐감하고 나서는 리뷰를 도통 쓰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하릴없이 인터넷 서핑이나 하므로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즉시 리뷰를 써두도록 한다.

아마도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오래전에 봤을 책이다. 왜냐하면 인쇄만 91쇄. 엄청난 베스트셀러인건 확실하다. 거기에 더불어 작년에는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되기도 하였다. 영화로 개봉된 사실은 네이버에 잠시 검색해봤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작가분은 정유정이라는 이름처럼 여성분이다. 내 인생 통틀어 여성작가의 추리소설은 두번째다.

나머지 한명은 애거서 크리스티이고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고등학교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은 후로 처음이다. 여기서 남성성 여성성 운운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추리소설 작가중에 여성이름이 있는것은 나름대로 신선하다.

걸크러쉬야.

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같은 여자라고 뿌듯해 하는지는 길게 풀어쓰자면 장황하고 싸움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으니  짧게 말하자면 "의외당" 이렇게 적고 끝내야 겠다.

"의외당"

내가 모르는 많은 여성추리작가 분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멋진분들이 계셨다니! 그것도 모르고 술술 잘 읽힌다며 일본소설만 자주 읽었는데 가끔은 한국작가들에게도 눈길을 돌려야 겠다. 사실 책을 집어도 외국소설을 먼저 보게 되고 에세이 종류만 한국것을 찾게 되는 이유는 이걸 또 길게 풀어 쓰자면 많은 오해와 갈등을 빚을 수 있으니 짧게 말해서 "와~ 잘읽힌당" 이라고 적고 끝내야 겠다.

"와~잘읽힌당"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보통 잘 읽히는 소설은 한번 잡으면 새벽쯤에 눈으로 뛰는 마라톤이 끝나고 여운을 즐기는데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초반에 50페이지에 달하는  '등대마을'이라는 목차에서 강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유를 몰라서 나 같은 독자가 있는지 살~포시 살펴보니 저와 비슷한 반응의 독자들이 더러 있었다.  초반부에서 책을 덮는 독자와 참고 중간부터 스릴러가 되는 지점에서 급류를 타고 끝을 향해 내달린 독자 이렇게 두 부류인데, 나는 이 책을 총 6번에 걸쳐서 읽었다.

보통 책을 덮기전에 페이지만 기억하고 대담하게 닫아버리는 타입인데 내 기억에 14페이지쯤에 한번, 30페이지쯤에 한번, 120페이지, 230, 340,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린거 같다.

책 두께는 523쪽 정도로 무난한 편인데 다른분들의 말을 보니 정유정 작가님이 '접속사'를 하나도 쓰지 않고 쓴 소설이라고 하던데 그 말을 보며 지금 나의 일기와 리뷰글을 보니 수많은 접속사들이 인사를 한다. 그래! 나는 접속사 없이는 못살아! 누가 뭐라한것도 아닌데 괜히 이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서 이입에 방해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어차피 주관적인 리뷰이니 여기서 부터 껄끄러우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누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어쩌면 스포일수도 있다.

일단 첫 문장인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는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된 <세계 베스트셀러의 지리는 도입부분>에서 수차례 보아왔기에 감흥이 살짝 떨어졌다. 그래도 첫 도입부가 강렬하니 독자가 눈을 돌리기 힘들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오산이다. 그 뒤부터 이어지는 주인공의 암울한 삶이 참으로 씁쓸하다.


(스포주의)


육아때문에 시간이 나는 틈틈히 읽어 세세하게 기억이 없지만 가장 최근에 본 마지막부분에서 부터 거슬러 올라가 본다. 가령 제일 마지막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주인공이 죽은 세령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데 게임룰 설명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 한 소설에 한 두번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나타나면 다시 읽어보고는 하는데 이미 앞부분에 고차원적인 이해를 요하는 부분이 많았던 터라서 그냥 '게임룰이구나' 하고 넘어갔다. 귀신과 숨바꼭질을 하는데 귀신을 찾아내서 쳐다보면 이기는 것이고 지면 물이 한뼘씩 찬다는 사실을 설명한 글인데 내가 이해를 제대로 한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나무 묘사부분이 나무가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고 썼는데 처음에는 나무가 물속에 잠겨서 물속세상에서의 면적이 커져서 커졌다는 것인지 가만히 있는 나무가 왜 또 작아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은 중요한 소름돋는 구간이라고 작가가 생각해서 인지 묘사를 열심히 하셨지만 1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소설의 흐름중에 남주는 이미 고등학교 중퇴에 독서를 한다던가 그런 부분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아 지능수준을 판단할 길이 없었는데 영제와의 등대 격투신에서 엄청난 암기력을 보여준다. 가령 부인에게 받은 편지의 세세한 부분과 묘사까지 그럴듯 하게 지어냈고 전화번호 13자리와 주소까지 문제 없이 암기한다는 부분에서  내 주변 인물들중에는 그런 기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다. 보통 한번 본 13자리 숫자를 외우는 일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지... 어차피 소설은 소설일뿐이라고 하기에는 그 부분에서 갑자기 현실감 넘치던 액션중에 누군가가 방귀대장 뿡뿡이 인형을 사방에 늘어놓고 장난을 친 덕분에 소설에서 빠져나와 "와~ 내가 지금 소설을 보는 중이구나 ^^"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소설 중간부분에 수중씬이 많은데 그런 쪽으로 알길이 1도 없는 나라는 놈팽이는 "뭐라는거지. 그래서 물에 빠졌다고?" 하며 또 흘려읽기를 시전하였다. 무슨 장비에 어떤 눈금이 그리고 용량이 뭐라고 하는데 딴나라 이야기구나 싶었는데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질소마취라는 것이 마약처럼 사람에게 환각을 보여주는구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써있었던것 같다. '수심 10M당 빈속에 마티니한잔'

그리고 그 앞에는 아주 박진감 넘치는 심리전이다. 물론 댐 관제탑에서의 세세한 설명들은 '아몰랑. 장비이름이 참 많네. 하하하'하고 또 흘려읽기를 시전하였다. 작가가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심혈을 기울인 것인데 나같은 여인은 에써 포털사이트에 단어의 뜻을 찾아가며 소설의 흐름을 깨는것 보다는 모르면 모르는대로 읽어버리는 편이라 그쪽 묘사부분은 1장정도 뭔소리래하고 말았다.

대충 이런거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지금 여기 스위치5개 있지? 이거 다 눌러버리면 밑에 마을까지 싹 다 뒤지는 것이여." 이런 뜻인거 같았다. 맞나요? 작가님? 정유정 작가님. 제 후기를 보실 일은 없겠지만 결투신청이라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싸인해주십시오. (뭔소리래 싸우잔거야 싸인해달란거야)

그리고 이제 제일 앞부분인데 앞서 말했다시피 초반 50장정도는 그냥 싹다 술술 읽히지 않았다. 대충 뭐 이런거 아니겠는가. "남자 주인공은 힘들었어요. 메스컴에서 아빠가 미치광이 살인자라고 세상에 떠들어대서 이곳저곳 정처없이 숨어살았습니다."

아무튼, 이 소설을 마지막 10장쯤을 남겨두고는 이런 의문도 가졌던 것 같다.

"어떤 미치광이가 복수를 7년씩이나 기다려..."

그래서 소설이지. 그래서 책 제목도 "7년의 밤" 아니겠는가. 물론 기다린 이유도 있다. 미치광이가  그 토록 바라던 한 가정의 파멸을 위해 주인공 아빠의 사형집행일까지 숨어 지내며 은근히 주인공을 괴롭힌 것이다. 그냥 다 같이 퐈이야~ 죽자~ 해도 될텐데 미치광이들이 또 끈기가 엄청나서 7년을 기다린다. 정말 그래서 미친것이다. 하긴. 소설 중간중간에 복선이 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가령 7년간 어딜가든 몇달을 못가서 주변인들에게 주인공 아버지 관련 기사가 난 선데이서울을 돌린 작자는 누구인지 조금만 의심해봐도 됐을텐데. 이것도 복선이였군.

아무튼 중간중간 몰입을 방해하는 고퀄리티 전문용어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꽤 잘썼다고 말하고 싶다. 감히 일기나 쓰는 나부랭이가 어디서 평가를 하는가 모르겠지만 시간순삭을 염원하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읽을 만한 책이예요. 국내판 추리소설. 멋져브렁!

리뷰를 한숨이 나올만큼 길게 써버렸다. 그러니 3줄 요약을 하겠다.

3줄 요약 :
1. 50쪽까지만 참고 읽으면 그 뒤부터 롤러코스터
2. 고퀄리티 전문용어 출현에 아찔했지만 흘려읽어도 내용이해 가능
3. 주변인들의 "읽을 만한 책 없어?"라는 질문에 간지나게 추천할 수 있는 있어보이는 책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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