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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제왕절개 2달차에 썼던 글

kkiihhii 2020. 1. 31. 19:15

선택제왕을 한지가 2달이 되었다. 어느덧 허리에 어느정도 힘을 줄 수 있게 되었고, 첫째 아이를 잠시동안 들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메피폼이라는 흉터재생테이프를 붙였다. 사이즈는 제일 큰 것으로.  10cm X 18cm로 주문. 지마켓에서 쿠폰을 끌어모아 8만8천원에 샀다. 배송은 해외 배송이라 며칠 걸렸다.

이 한장이 8만원이라니.. 덜덜덜 하면서 함부로 가위질도 못하겠고 나름대로 폭을 좁게 잘라서 딱 상처부위만 가릴 정도로 붙였다.

같이 샀던 방수테이프는 의외로 복병이었다. 그걸 붙이니 땀이 흐를때마다 그 안에 습기가 차는 느낌도 들었거니와, 샤워를 하며 붙이고 떼어 낼때 메피폼 테이프와 같이 떨어져 버려서 난감했었다.

그래서 몇 주전부터 메피폼 이외네는 다른 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있고, 샤위후에도 곧바로 메피폼을 떼어내어 건조후에 다시 재부착하고 있다.

설명서에는 일주일마다 갈아주라고 되어있는데 나는 꽤 오래 붙이고 있는 거 같다. 그래도 이걸로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해서 100일은 견딜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장담한다.

제왕절개 2달차.

사실 아직도 이유없이 따끔따끔 거릴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흠칫 놀라고, 요즘은 안 찾아보는데 몇 주전까지만 해도 "제왕절개후 염증"같은 검색을 많이 했다.

제왕 이후에 염증때문에 다시 상처를 열고 재수술을 한다는 글을 꽤 많이 읽어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2달쯤 되니 약간 한시름 놨다.

그래도 어제 기어이 이상한 글을 보고 말았으니... 제왕절개 8개월차에 염증이 생겼다는 글이다. 어떻게 8개월차에 생기지? ㅠ.ㅠ ) 무더운 여름날에 염증이 더욱 잘생긴다고 하니까 나는 이번 여름. 염증 관리에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겠다.

그래도 소리한번 안지르고 우아하게 출산할 수 있다는 거대한 장점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나처럼 첫째는 자연분만 둘째는 제왕절개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1. 무통빨이 잘 받는 사람에게 제왕절개는 꿀이다.

2. 평소에 걷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회복 속도가 2배 더 빠르다.

3. 자연분만 이였다면 몸생각을 못하고 13kg가 넘는 첫째를 번쩍 안아들었겠지만 제왕절개라서 수술부위가 터질까봐 절대 안아주지 않게 된다. (자연스러운 산후조리)

4. 수술후에 치유기간이 자연분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첫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등하원 시켜줄 친척이나 지인이 있으면 한결 몸조리가 편하다. (다행히 내가 있던 조리원은 첫째 아이를 방에 데리고 올 수 있어서 거기 입구에서 어린이집을 등하원 시키는 산모도 보았다.)

5.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굴욕의자에 앉거나 내진을 당하는 일이 없다. 상처부위를 소독한다며 밴드를 떼었다 붙일뿐 여성으로 치욕스러운 느낌을 덜 받는다.

6.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이것은 대단한 장점인데... 내가 자연분만 이후에 고통으로 2달 정도를 서서 밥을 먹었다. 그러나 제왕은 오히려 쉽게 앉을 수 있어서 거의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7. 안타깝게도 일주일정도 실밥을 풀기 전까지는 샤워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만 잘 견뎌내면 그 뒤부터는 수월하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일단 생각나는 제왕절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이다. 나말고도 많은 산모들이 선택제왕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통주사를 빼는 3일째부터 너무 아프면 어쩌나 했는데, 일어설때 허리춤이 흘러내리는 듯한 (전기에 감전되는 느낌) 고통은 있다. 그러나 아주 못 감당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아플때는 참지말고 진통주사를 요청하길 바란다. 참고로 나는 오후에 진통주사를 맞고 잠을 청했다. 2번 정도 맞은 것 같다.

아참.

환절기에 출산하는 산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감기에 걸려서 수유를 못하면 어떻하나 그런 걱정일랑 말고 일단 본인의 몸을 먼저 추스렸으면 좋겠다.

내가 몸을 회복하고 괜찮아야 아이도 만날 수 있다. 나는 기침감기에 걸려서 일주일간 입원기간동안 아이를 한번도 안아보지 못했다. 초유도 먹이지 못했고, 유축한 젖도 모두 세면대에 버려야 했다. 감기약은 아이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절대로 먹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50일 지난 지금, 아직까지는 아이가 아픈곳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모유도 잘 먹이고 있다. 나는 젖이 많지 않아 혼합수유중인데 아이가 어느정도 먹이다보면 상대적으로 잘 나오는 분유를 고집하기 쉬운데 아직까지 잘 먹어줘서 너무 고맙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와 호흡을 맞추다보면 모유수유가 가능해진다. 아마 젖이 어느정도 많다면 완모도 할 수 있으리라.


많은 산모님들!

자연분만이든 선택제왕이든 한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만큼 엄마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모쪼록 덜 아프고 덜 힘든 선택을 하길 바라고,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일뿐 절대로 제왕절개만 좋다! 이런 의견으로 적은것은 아닙니다. 선택제왕을 생각하는 산모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이니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주세요.

두서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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