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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만 새벽에 잠을 안자기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런 생산성 없는 인터넷 돌아다니기를 4시간째. 너무 나태하게 사는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앞으로는 종이로 된 책과 틈틈히 학습하는 영어시간 외에는 가급적 웹상의 의미없는 돌아다님을 멈춰야 하겠다. 오늘 20분 넘게 내게 빅 웃음을 줬던 영상도 물론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눈이 아프고 자세도 좋지 못한 것 같아서 더 큰일이다. 하품은 자꾸 나는데 좀비처럼 스마트폰만 주구장창 눌러대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스럽기 짝이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글이라도 좀 썼다면, 미드라도 봤다면 덜 우울해졌을텐데. 나의 생각이지만. 스마트폰이 생기고 사람들은 낭만을 잃어버렸다. 쉬운 메시지 전달과 가벼운 글들만 가득해져 버렸달까. 직접 고른 편지지에 손글씨로 꾹꾹 눌러서 쓴 편지를 가득 가방안에 넣고 친한 친구 손에 전해주는 기쁨을 잃어버렸다.

나는 유독 가까이 친했던 친구들과 자주 편지로 소통했었는데, 그 중 한명은 중학교때 알게 되어 20대초반까지도 틈틈이 편지를 주고 받았다. 내 글은 어땠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나와 펜팔을 하던 그 친구와는 30대가 되어도 꼭 연락을 하고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간간이 카톡을 주고 받을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연락두절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 알맞을 것 같다.

오늘따라 그 친구의 편지가 너무 그립다. 친구에게 내일 카톡으로 집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면 아주 웃기겠지? 뭣하러그런디. 그냥 전화한방이면 끝날것을?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신경써서 적은 글로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적으면서 하찮다고 생각하던 말들도 모두 모아보면 한장의 빽빽한 편지가 되어버리는 마법을 잊어버리다니.

그렇게 생각을 하고보면 또 포스팅과도 비슷한것 같다고도 생각되는데. 편지에 비하면 포스팅은 좀 더 빠르고 간편한 느낌이 든다. 마치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카톡은 햄버거 같고 포스팅은 김밥같고 손편지는 한상 가득 차린 한식느낌이다. 물론 고퀄리티 글을 쓰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나에게 한정된 이야기이니 불편해 마시길.

포스팅 일기를 쓰지 않은지 며칠이 지나서 그동안에 생각했던 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써보겠다.

나는 사람들과 아이에 관해 이야기할때 부정적으로 말하는듯 하다. 간혹 첫째딸에 관해 말을 할때에도. 몇 년전부터 선생님들이 으레 그러듯이 누구는 이쁘고, 귀엽고, 똑똑하고 이런 듣기 좋은 말들을 자주 해주는데 지나치게 몇 년간 그런 서비스를 받다보니 되려 반대로 생각이 되었다.

선생님이 내 딸아이가 특별하다고 생각된다며 콕 찝어 칭찬해준 말들이 적정수준을 넘어선 과한 느낌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적으면 관심을 줘도 난리냐?라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모든것들은 적정선이 있는 것이다. 한 두번 하는 말은 진실처럼 들리지만 하루걸러 하루 그런 말을 들으면 당신은 들리는대로 수긍할수 있는가. 의구심이 생기지 않는가?

요즘 내 딸은 "내친구 과학공룡"이라는 전집에 푹 빠져서 혈액이야기, 지구이야기, 로봇이야기에 심취해있다. 매일 말한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성, 금성, 명왕성, 구조 로봇, 의료 로봇 등등. 특히 백혈구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원래 내 딸의 최애 이야기는 핑크퐁 별자리 이야기중에서 "전갈자리"이야기였는데 이제는 우리 몸을 세균들과 싸워 지키는 "백혈구"의 영웅적인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오죽하면 자신을 부를때 백혈구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나도 마치고 오면 "백혈구 잘 있다가 왔냐"고 인사한다. 그러면 딸은 "응. 적혈구. 나는 잘 있다가 왔어^^"라고 대답한다. 그런 이야기를 몇 달째 반복중이다. 그런데 새삼 갈적마다 그 이야기로 칭찬하는 그 부분이 아이러니하다. 내 딸의 다른 말과 행동도 많을텐데. 그 부분만 칭찬을 하니. 처음에는 좋았다가 나중에는 뭐지. 내 딸에게 관심없나(???)하는 생각이 든다. 백혈구 이름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똑똑한 아이예요~~라고 할때마다 네...하고 만다.

나도 덩달아 흥분해서 "네! 맞아요! 저희 딸은 혈액 이야기에 굉장히 중독되어 있답니다^^!!!!"이렇게 맞장구쳐야 서로가 즐거울텐데. 사회생활을 똥구멍으로 했는지. 지속되는 칭찬은 의구심과 거부감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남이 좋다고 해도 그게 진실일까하는 이성적인 잣대부터 들이대는 현실파다. 유독 그 잣대는 딸아이에게 더 들이대는거 같다. 익명의 글이라 톡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사실 내 딸은 못생겼다.

아무리 봐도 이쁜 구석은 없다. 코도 낮고 눈도 작고 눈썹도 팔자 눈썹으로 쳐졌다. 얼굴은 크고 두상은 더 크며 자주 공공장소 가리지 않고 드러눕는 민폐정신과 땡깡정신 그리고 찡찡거림이 장점이다. 나는 내 딸의 얼굴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이미 결론을 내린 상황인데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이쁜 우리 공주라며 너무 사랑한다. 크면 클수록 내 어린 시절을 닮은 내딸에게 정이 안간다. 남편을 닮았으면 정말 귀여웠을텐데. 어쩌다 날 닮아서. 이런 생각을 수십번은 한듯하다. 설상가상으로 둘째도 점점 첫째 어릴적을 빼다박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위험하게.

이미 학창시절부터 내 얼굴은 반포기 상태라 딸들이 내 얼굴을 답습해가는 과정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딸이니까. 공주 소리는 해준다. 귀여운 내딸이라는 서비스도 해주지만. 부모들의 마음은 다 그런건가? 진실을 말해주는 부모는 세상에 없는 것이 진리구나. 무적권 이쁘고 잘생겼다. 내 자식이니까. 나 같이 눈치없는 족속들이 초를 한번씩 치지 않는다면 이 거짓말 세습은 절대로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 쓰고보니 너무 냉정한 글이네.

냉정한 엄마라서 이미 딸에게 산타란건 원래 없는 존재인데 동화처럼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같은 거라고 말해줬다. 남편은 악마같은 엄마라고 욕을 했지만. 누가 봐도 허접한 분장을 한 알바생이 주는 선물을 정말 산타가 준것이라고 믿는 바보가 되지 말길 바란다. 하긴. 아이니까 바보라고 할 수 없다. 순진한 것이지. 낭만적인 엄마가 될 수는 없는데 손편지 따위는 낭만적인걸 바라는 이중적인 엄마다.

또 다른 이야기.

올해도 어김없는 명절이 다가오고 이번 설날은 시댁에서 점심쯤에 나오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며칠 더 있었겠지만 아이가 둘인데 그 중에 한명은 돌 전이다보니 그 좁고 답답한 방에서 네 식구 낑겨자는 것도 힘들다고 판단되었다. 시어머님은 손수 밥도 차려주시고 설거지도 한사코 본인이 할꺼라며 앉아서 쉬라고 배려 해주시는 천사같은 분이시지만. 시댁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생활인데도 어쩐지 시어머니와 단 둘이 영화관은 못가겠고, 남편의 갑작스러운 외출로 인해 시어머니와 단 둘이 방안에 있는 것은 숨이 막힌다.

처음에는 그것이 시월드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눈치없는 사람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실망스러운 나를 발견하는 며칠이었다. 남 욕할것이 못된다. 나부터가 지금 난린데. 어떻게 이 성격에 결혼을 다 했을까. 언제나 새삼 남편에게 감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개왕짜증 나는 날도 있고 왔다갔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새벽에 반쯤 잠오는 상태로 우울한 이야기만 진창 쓴것 같다. 이런 글은 다음날 되면 이불킥을 하며 삭제하겠지만 이것도 나름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남겨주겠다. 잘자라 나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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