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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9년 11월 13일 일기

kkiihhii 2019. 11. 17. 13:57
일기.

피곤하다. 난데없는 CJ 더 마켓 앱에서 46% 할인 쿠폰과 네이버 페이로 결제 시 50% 할인 쿠폰을 동시에 뿌렸다. 새벽에 아기를 틈틈이 수유하고 재우며 열심히 장바구니에 물품을 담았다. 많이 담을수록 할인폭이 더 크다는 말에 정말 이것저것 담은 거 같다.

다 담고 결제하려고 보니 네이버 페이에 쓰고 남은 잔액이 4만 원 정도 있어서 장바구니에서 12만 원 치만 샀다. 좀 더 꼼꼼히 확인하고 샀다면 16만 원 치도 4만 원에 샀겠지만 그 전에도 다른 것들을 쇼핑하느라 눈이 피로하고 지쳐서 67% 할인으로 산 걸 만족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 도대체 이 대란에서 75% 할인율로 물건을 쟁이는 맘님들은 사람인가. 대박 손 빠른 사람들. 눈앞에서 비비고 왕교자가 품절되는 아픔이란.

# *

6시 남편의 폰 알람 소리에 같이 일어나서 자랑했다. 내가 이따만큼 샀는데 요만큼만 냈다고. 본인은 폰으로 그렇게 물건을 못 사겠다며 웬일로 칭찬(?)을 해줬다. 그럼. 지금 이벤트 하는 김에 남편 폰으로 홍삼을 미리 많이 사서 쟁여두자고 하였으나 네이버 페이도 안 쓰고, CJ 가입도 안 되어 있다 보니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남편은 몇 번 만져보더니 귀찮다며 서울로 출장을 떠났다. 좋겠다. 서울 가고. 아. 서울 안 간 지가 오백 년은 된 거 같네. 12월 중순에도 강남에서 부장님의 딸이 결혼한다고 자신이 선탑자 해야 한다고 툴툴거린다. 좋겠다. 나도 강남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결혼하나 궁금한데. 1인 1 스테이크 썰고 와인도 먹고 그런다고 하던데. 빌딩 2층을 다 빌려서 식사하는 곳에서는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한다지? 지방 결혼식만 다녀봐서 궁금함 데헷. 정말 빌딩 2층을 싹 다 빌리고 웨이터가 서빙하는 결혼식임?

남편에게 우리 가족도 KTX 타고 가보자고 했는데 졸롸 귀찮아함. 거의 뭐 구경인 거지. 아이들이 어려서 미술관은 꿈도 못 꾸니 남의 결혼식이라도... 하하하. 거의 못 갈 확률이 99.9%. 그래도 이 각박한 육아현실 속에서 눈호강한 적이 최근에 딱 한번 있었다. 의외의 장소에서 눈호강을 하는 법. 바로. 유치원이었다.

# *

그 유치원은 해마다 경쟁률이 치솟았다. 작년에만 해도 경쟁률이 100 : 1 수준이었다. 2명 뽑는데 200명이 왔다. 말 다했지.  일단은 외관에서부터 탈유치원급이었다. 산속에 자리 잡은 커다란 펜션 같은 외관인데, 원장의 센스가 복도부터 교실까지 빼곡했다.

내 유치원에 금속 따윈 없다는 생각으로 만든 건지 온통 나무, 원목들. 그런데 맞춤으로 한 건지 죄다 로코코 풍이야. 저 섬세한 디좌인. 천장은 3m는 될 거 같은데 조명은 또 얼마나 이쁘게. 원장실 벽면에 온통 말린 꽃으로 한아름 장식되어 있고, 딱 봐도 절대 싸구려는 아닌 그림들만 몇 점인지. 센스 있게 컵 색상 맞춘 거 하며. 교실로 가는 복도에 장인이 만든듯한 장식장과 그 위에 우아하게 앉은 촛대들. 교실 안에도 온통 숲 속같이 꾸며가지궁. 교구들도 나무나무.

지하 1층에 커다란 체육관이 있는데 근래 가본 곳 중에 가장 넓었다. 그 널찍한 나무 바닥에서 아이들이 또 원목교구로 놀고 있는 모습. 난 이미 원장실에서 눈 호갱을 당해버리고 말았으므로 지나는 복도마다 감탄을 하였다. 저 원목 코끼리 세트는 얼마에 사서 장식한 걸까. 저 판화 그림은 어디서 산 거지. 그런 생각만 하며 있었다.

설명회를 듣던 남편이 너는 질문할 거 없냐고 물었으나 나는 이 유치원의 장식품의 출처만 궁금할 뿐. 분명. 이것은 한국 장인의 손길이 아니야. 마치. 그래. 이건. 인도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갈고닦는 장인이 밤을 새워 몇 날 며칠을 깎아 만든 것들이 아닌가! 이 피톤치드 가득한 원장실에 앉아서 통유리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란. 맙소사. 이것이야말로 중년의 교육자 여성이 누리는 초호화의 삶인가!!! 나는 육아 교육과로 갔어야 했는가!!! 이런 곳에서 일하면 어떤 기분인가! 요 꼬맹이들은 지금 여기가 얼마나 호화찬란한 유치원인지 정녕 모르겠지? 이곳에 온 엄마들의 바람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아무튼 그날은 1시간 넘게 유치원 구경만 하고 왔다. 설명은 들으나 마나였다. 어차피 우리는 이곳에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재학 중인 아이들의 동생들이 5세 반으로 온다고 해서 신입은 몇 명 뽑지도 않는다고 한다. 가격도 주변 유치원들 중에서는 가장 비싼데. 그래도 대도시보다는 싸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모두 치워버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적용된 곳들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복잡해도 질서를 가지고 정리된 장소도 엄청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건이 많을수록 관리가 힘들지만 정리정돈이 잘 되었다면 그것 역시 깔끔해 보인다. 우리 집도 누가 정리 좀 ^^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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