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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9년 11월 6일 수요일 일기

kkiihhii 2019. 11. 11. 00:03

일기.

바람은 차고, 햇살은 뜨겁고, 나무들은 온통 붉은 가을이 왔다.

남편과 나는 요즘 이틀에 한번씩 싸우고 있다. 우리가 가장 심하게 싸우는 날은. 아이가 아픈날과 아이가 키즈노트에서 키가 가장 작아보이는 날이다.

어젯밤은 싸우고나서 근래들어 가장 극심한 분노를 느껴 새벽 5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풀지못하는 이 마음들이 모여서 언젠가 스님처럼 사리가 나오던가. 그러던가. 황혼 이혼. 그거 남의 일이 아니다.

맘카페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서 들어갔다가 나보다 더 힘든 맘들의 글을 보고 글쓰려던 마음을 접고 글만 읽었다.

도박, 이혼, 바람, 싸움, 폭력, 시월드 등등 결혼생활 총체적 난국의 현장이었다. 나는 아마 아가씨일때 이 카페를 가입했다면 결혼에 학을 뗐을 지경이다.

그중에 나를 너무 슬프게 한 글들의 공통점은 남편에게 맞고 사는 아내의 글들이었다. 그런 남편들의 특징은 평소에는 잘 해주고, 자상하다가 꼭지가 돌면 아내를 때리고 그리고 다음날 다시 잘해주고 그런식이다.

그녀들이 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오히려 그녀에게도 있었다. 그녀들은 "그래도 평소에는 다정한 사람"이라고 글에 꼭 적는다. 그러면서도 맞아서 멍든곳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하는 모습이다.

그녀도 어디다 하소연 하면 좋을지 몰라 그런 익명의 사이트에 글을 적은 거겠지. 내가 매일 헛소리 일기를 쓰는것 처럼. 지인에게 털어놓으면 약점이되고 부모님에게 털어놓으면 근심만 되는 그런 이야기들.

되도록 차 운전은 기피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둘이니 아픈것도 매일이다. 지금도 둘째가 병원을 나오자마자 또 코감기에 걸려 힘들어한다. 내가 사는 곳은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자차 아니면 택시를 타야한다.

자주 다니는 병원은 딱 기본요금에서 조금 더 나오는 거리다. 차로 가면 몇 분도 안 걸리지만 그 길을 유모차를 끌고 걸어서 가려니 날씨도 그렇고 솔직히 엄두는 안 난다. 가까운 거리는 콜을 해도 잘 받지 않는 택시들.

내년 복직전에는 차를 한대 사야하는걸까. 고민만 된다. 운전에는 자신없다. 그래도 아이 유치원 하원때 가야하니 사야하는... 거겠지?

요즘 대충 넘겨 읽고 있는 책에 작가가 명상을 추천해줬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사사키 후미오>에서 작가는 자고 일어나면 곧장 요가와 명상으로 아침을 맞이한다고 한다. 요가와 명상이라.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시작해야 하나 살짝 고민된다. 내일 한번 해보기로 한다.

이것 말고도 시작해볼까 싶은 것이 있다. 자격증 시험인데 최소 1년은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내년 7월 복직인데 내가 잘 할수있을려나 하는 마음부터 든다. 뭐. 인터넷에서 가십글 읽는것보다 미래를 위해 인강을 듣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마음이 생기니 곧장 실행을 하게 되었다. 기본서 2권을 신청했다. 일단 발만 먼저 담궈보고 결정하기로.

일상의 초점을 남편과 아이에게만 맞추니 더 스트레스를 받는듯 해서 다른 일로 분산시킬 필요는 있다. 웃기지 않는가. 한창 블로그에 빠져있을때가 오히려 우리집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사실.

재택근무가 좋긴하겠다. 정말 꿈이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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