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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지나고나면헛소리

kkiihhii 2019. 11. 9. 14:01

아이가 아프다. 나는 첫째때 고열이여도 잘먹고 잘자던 첫째와 둘째가 달라서 몹시 당황스럽다. 분유도 끼적거리고 잠만 자는 아기를 보다못해 병원으로 데려왔다. 너무 어린아기라 혈관을 찾지 못해 간호사들도 진을 빼고, 아기의 팔뚝을 쥐어짜서 유리에 혈액을 모으는 동안 혈관이 터졌다. 수액도 못 맞고 잔뜩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대는 아기의 발목에서 다시 찌를 혈을 찾기에 그냥 집으로 가겠다 하고 왔다. 그때부터 바로 입원했어야 했는데, 나는 잘 닦아주고 해열제 교차복용 잘해주면 될꺼라고 남편과 얘기했다. 고열 3일째. 결국 39도 이상 열이 오르자 밤새워 아기를 교대로 본 우리부부는 지쳐버렸다. 첫째도 봐야하니 삼중고랄까. 그런데 입원하겠다고 병원에 왔더니 1박에 13만원. 바이러스 검사 10만원. 또 뭐뭐뭐 비급여라며 잔뜩 돈을 추가 추가 또 추가한다. 하루만 자고 나면 되겠지 했지만, 낮에도 39도로 열이올라 며칠더 입원하기로 한다. 그래도 들어놓은 보험으로 어느정도를 커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병원과 보험사가 짜고치는 고스톱에 절로 웃음만 난다. 따지고 싶어도 미국을 생각하니 소름 돋는다. 그래도 아기를 입원시킬수 있는 돈이 수중에 있다는걸 나는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우리 귀여운 둘째는 감기도 아니고, 피검사에서 염증도 없는데 왜 열이날까. 이제 남은건 바이러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일이다. 나도 답답한데, 외할아버지는 모든게 잘못된 온도관리때문이라며 전화로 남편과 나에게 폭포수같은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감기가 아니라는데도 집안온도 조절에 신경쓰라고 귀닫고 자기할말만 하신다. 그런 아빠에게 남편에게는 더이상 온도얘기니 뭐이런말로 전화하지 마라고 했다. 다행히 남편은 어르신들은 원래 자기가 하고싶은 말만 한다며 이해한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첫째때는 좋은 엄마. 착한 엄마가 되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그런데 아이가 남들보다 키가 작아 보이거나, 발달이 느리거나, 말이 늦거나 다치거나 아프면 모든건 엄마탓이 되는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심지어 그 까칠예민한 성격조차 엄마때문. 그래. 나중에 커서 사춘기가 와서 이상행동 할때쯤에는 우리아이는 내가 잘못키워버린 그런 아이가 되버리는걸까. 나는 누구좋자고 이렇게 노력해도 손해보고 시간버리고 돈버리고 노동하며 인생을 낭비하는걸까. 다들 가정환경 운운하는것이 가슴아프다. 그런생각이 들자 엄마라는 무게에서 잘하고자 하는마음의 무게를 다 내려버렸다. 나는쓰레기엄마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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