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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뜬금없이 자아성찰을 하며 긴 글을 적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일단 시발점은 어느 회원분의 글이었다.

 <친구와 해외여행을 왔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어요. 그런데 친구는 라운지 이용이 가능해서 본인은 거기서 쉴 거라고 가버리고 저는 홀로 공항에 있어요.>

대충 이런 글이었는데 댓글의 95%는 "그 친구와 절교하라"는 댓글이 많았다. 그런데 그 중에 5%의 특이한 인간이 나였다. 그 글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각자 쉬는 구만." 그리고 그 다음 생각은 "이정도로 크게 분노할 일이구나. 그럼 그동안 내가 행동했던 개인주의적인 것들은 사실은 이기적이었던거야." 그다음 생각은 "역시 라운지로 갔던 친구는 자신의 욕망을 참아야 진정한 친구였겠다." 홀로 남겨진 친구는 뭘 하며 공항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처음 떠오르지 않은 것이 나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남편에게 물어봤다. 넌 역시 서양마인드야.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럴때가 있다. 혼자 단독 행동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때와 눈치껏 대열에 합류하고 조용히 맞춰줘야 하는 때가 있지. 나의 문제는 그 시기를 알면서도 (한쪽 마음구석에 미안함이 쌓임) 내 기분만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남을 위해 써본적이 있는가?'라는 좌우명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그런 내가 어쩌다가 나부터 찾는 바보가 되었는가 생각해본다.

언제부터 내꺼 내꺼 이러면서 챙기게 된 건지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27살쯤 부터였다. 그간 집안사정이 어려워 벌고 있는 돈을 계속 주다가 결혼자금을 직접 모으려고 주던 돈을 끊었다. 그래서 부모에게 온갖 욕과 호적을 파낼꺼라는 둥의 말을 들었다.

왜 딸이 돈을 줘야만 이 관계가 유지되는건지, 왜 그동안 내가 준 돈을 모두 써버렸는지, 왜 그놈의 돈은 주어도 주어도 밑빠진 항아리처럼 줄줄 새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간 고생은 다 했는데 돈 한푼 수중에 남아있지 않다는 허탈감에 가슴이 뚫린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주변에 친구들이 몇년전부터 뜯어말릴때 그만 뒀다면 좋은꼴 보면서 해피엔딩 했을까? 생각도 들었다. 일단은 1차적으로 집에 돈을 계속 준 나의 잘못도 있는듯 했다.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돈을 고정수입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쓰기 시작했으니까. 그 후로 부모에 대한 정이란 정은 다 떨어져 버렸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좋은 추억들은 그놈의 돈 앞에서 개떡이 되어버렸달까. 지금도 생각해보면 너무 어렸던거 같다. 당연히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는것은 맞지만 내 인생이 허탈해질 정도로 도와준것은 나의 잘못이다.

그뒤로는 미친듯이 내꺼만 챙긴거 같다. 그리고 내꺼 챙기면서 성격이 바뀐건지 그동안 마음에 안들고, 안 맞아도 맞추며 이어오던 불편했던 인간관계도 한번 물갈이하게 되었다. 정말 시원한 물갈이네.

더이상 회사에 미련없는 사람처럼 걍 내꺼만 챙기고 나혼자 다녔던거 같다. 술약속, 모임 뭐 이런거 그동안 불편했는데 다 나와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단칼에 나올필요 없이 웃으면서 친목을 유지하며 서서히 멀어지는 편이 좋았을텐데. 왜그렇게 시퍼런 칼날처럼 신경이 곤두서 있었나 모르겠다. 결국은 회사 사람들이라 계속 부딪히고 만나게 될텐데.

그런대도 신기한것은 이제 더이상 내옆에 사람은 없겠거니 하면 어느샌가 또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모임이 생기고, 나오고, 생기고, 나오고.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첫째딸 해에 출산한 아줌마 모임도 계속 갈줄 알았는데 자연스레 해체되고, 복직하고 새롭게 알게된 분들의 모임도 자연스레 둘째를 임신하며 나오게 되고, 둘째 아이 동갑 모임이 또 생기고, 산후조리원에 가니 또 조리원 모임이 생기고.

언젠가 지금 있는 이 모임들도 또 해체되겠지. 그래도 나름 나이 좀 먹었다고 예전처럼 연을 끊는 잔인한 방식은 하지 않는다. 사람 인생이란 고약하게도 내가 싫어하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꼭 마주하게 되는 성질을 가졌다는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연을 끊었다고 생각한 언니가 바로 앞에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매번 근처 슈퍼나 장터에서 마주칠때가 그렇다. 절대로 저 아이와는 친해지지 않아!!라고 생각한 싸가지 왕재수 아이는 특히나 더,  자주, 우연히, 많~이 마주친다. 한술 더 떠서 같이 일하게 되버릴 수도.

불길한 느낌은 항상 현실이 되고, 나는 그 법칙을 이제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서운것. 그것은 인간사는 세상. 왜 이 넓은 땅에서 불편한 사람만 쏙쏙들이 마주치는 걸까? 신이 있다면 "재밌냐?"라고 화내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튼 다시 처음으로 이야기는 돌아간다. 나는 어떤 글을 읽었고 95%의 사람들이 절교하라고 댓글을 단 글을 생각한다. "고쳐야겠다." 내 생각을 고쳐야 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여행했다면 그 누군가는 특별한 사람일것이고, 그렇다면 그 누군가와 마지막 까지 서로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여행을 끝내야 한다. 이건 정신적 스트레스가 아니야. 인간의 도리지. 그래. 혼자서 라운지 이용한다면서 간다는건 보편적인 인간의 법칙에 어긋나는 짓이야. 앞으로 명심하자.

나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니까 언제까지고 내꺼만 챙길수는 없어. 아이가 따라 배울지도 몰라.

이런 반성글을 쓰면서도 머리 한 구석에는 "나는 언제쯤 내 기분 내키는 대로 살 수 있는거야?"라는 의문점이 생긴다. 아이가 생기면서, 결혼을 하면서, 그런 점들은 당연히 내려놔야 하는 건데. 다들 자연스럽게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의 삶을 잘도 살아가는데. 나는 왜 정신머리 1부터 10까지 고쳐야 하는건지 참으로 힘이 든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

또 다른 생각 하나는 "나와 비슷한 친구가 동네에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약속을 몇 번 정도 취소해도 불쾌해 하지 않고,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도 이해해주고, 같이 있지만 각자 쉬는 방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서로가 못 먹는 것을 이해해주고, 불편한 이야기 소재는 서로 피해주고, 시간낭비 같은 주변 사람 욕하기도 되도로 자재하고, 어이없는 말장난 들도 재치있게 되받아치는 웃긴 친구.

친구를 구하든가. 내가 바뀌던가. 아니.
일단 바뀌고 친구를 찾아야 하나.

친구를 구합니다.
 
참고로 인간성은 점점 좋아지는 중임.
남편말로는 서양 마인드라고 함.
어이없는 짤을 자주 전송하는 버릇있음.
뜬금없는 말장난을 시전함.
감정기복이 너무 심함.
아몰랑 일기라고 스팀잇이라는 곳에 님 이야기를 적을지도 모름.
뭐 먹으러 가자고 하면 "아무꺼나" 자주 말함.
셀카나 사진찍히는 거 극혐함.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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