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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위대한 둘째 딸의 백일이었다.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상을 대여해서 차려줘야 하나 아니면 엄마표로 이리저리 알아보고 차려줘야 하나. 수많은 고심 끝에 풍선과 일회용 반짝이 접시 6개 그렇게만 주문했는데도 만원이었다. 아무튼 만 원짜리 엄마표 백일상은 그럭저럭 멋졌다.

아침의 찬란한 햇살 덕분에 역광으로 우리 아기 얼굴이 거무튀튀하게 나온 것만 빼면 완벽했다. 고생은 사실 시어머니가 더 했지만 말이다. 나는 언제쯤 시어머니에게 밥상을 차려줄 수 있을 것 인가. 늦으면 늦을수록 좋은 것이겠지?

결혼 5년 차이지만 시어머니를 위해 밥을 차려준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 오늘도 계모임에 친구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시어머니 상을 차려야 한다고 자러 가는 걸 보고 남편에게 물어보니. 원래 며느리가 상을 차려야 하는데 너는 복 받았다고 한다. 나는 복 받은 것인가.

의외로 시댁에 갔을 때 손님을 접대하듯 음식을 내어주고 설거지도 다 해주는 시어머니가 계신다. 그것이 우리 시어머니이신데, 나는 TV와 레몬테라스에서 그 난리인 '시댁의 시짜 그 전설의 메들리'를 그동안 숱하게 읽어왔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베이비 마사지를 듣는 언니네 시댁도 언니를 손님처럼 대접해준다고 해서 놀랐다. 아마도 이만큼 대접받은 것을 나중에 시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질 정도로 아프면 받은 만큼 해줘야 하는 것인가 보다.

매스컴에서 그렇게 떠들어 대던 시댁이란 곳은 막상 겪어보니 의외의 점도 발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단은 초장부터 일을 시키는 분들은 없는 듯하다. 먼저 며느리에게 모범을 보여준달까? 왜 어머니는 내게 설거지를 시키지 않으실까? 아마도 한창 갓난아기를 돌봐야 하는 시기라서 참으시는 건 아닐는지.

어제도 우리 아기 백일이라 손님처럼 오셔도 되는데 먹을 것을 아이스박스로 바리바리 싸들고 경주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오셨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말없이 방바닥을 전부 닦고 계셨다. 어쩌면 무언의 눈치인가? ㅠ.ㅠ)으아

아무튼 아이의 백일이었지만 다시 한번 시어머니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물론 이 에피소드 말고도 몇 개가 더 있는데 이제 아이들이 자니 얼른 나도 씻고 옆에서 같이 자야 덜 피곤하므로 결국 오늘의 일기는

좀 더 써보겠다. 오이형이 보고 있다.

게으른 며느리 낙인을 찍은 채 시어머니 가시는 길 우리 가족 모두 배웅하고 나서 남편의 신발을 보러 갔다. ABC마트와 폴더에 갔는데 여전히 해피 닌자(남편의 새로운 별명)는 갈대 같은 마음을 다 잡지 못하고 이것저것 신어보며 갈팡질팡. '넌 역시 트리플 A형이야...'라는 말을 속으로 하며 기다려줬다.

기어이 신어보더니 인터넷이 더 쌀 거라며 모델명 사진을 찍어간다. 저 성격상 절대로 오늘 안에 주문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안다. 나도 언뜻 마음에 드는 운동화가 있었다. 앞은 통풍 잘되게 구멍 숭숭한 모양새에다가 흰색 바디, 거기에 중반부부터 뒤쪽이 투명 핑크였다. ☆개씹핵간지템☆ 이었다.(진지)

젠장.

살짝 마음에 들어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일부러 모자 코너로 갔다. 최근에 모자를 3개 샀지만 완소 템이 없어서 괜히 캡 모자 주변을 기웃거렸다. 음. 나이키보다는 필라 모자가 캡이 더 넓어서 나의 살찐 얼굴을 약간 더 커버해주는 듯하다. 그렇지만 꼭 5kg 살을 빼고 다시 오면 느낌이 또 다를 꺼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가게를 나서면서 다시 한번 다짐. 꼭 빼자. 살.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오늘은 아파트에서 물놀이장이 열려서 가봤다. 수많은 초딩들이 집결해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나름대로 즐기며 1시간 정도 놀다가 들어왔다. 남편은 딸을 경호(?)하느라 바빴고 나는 사진 찍고 둘째를 태운 유모차를 주시하며 분주히 왔다 갔다 거렸다.

그리고  아... 지친다. 세수하고 싶다.
그냥 여기서 끝낸다 ㅋㅋㅋㅋ 이걸 누가 읽어 ㅋㅋㅋㅋ 무슨 무구정광 다라니경 같네 주문같아. 후

중간과정 생략하고

1. 오늘 저녁 6시경 내 딸이 소파에서 뒤로 넘어져 창틀에 이마를 찍었다.
 
2. 딸바보 남편이 구미를 벗어나 저 멀리 있는 대학병원까지 냅다 달렸다.

3. 멍든 거 같은데 내가 호들갑인 거 같아서 말려보려 했지만 뇌출혈이면 책임질 거냐는 딸바보의 말에 그냥 있었다. (진짜면 어쩔...)

4. 갔더니 그냥 멍든 거였다.(........)

5. 그런데 소독만 하고 와버렸네?

6. 내일 또 간다. 병원. 상처에 바를 연고 처방받으러.

7. 간 김에 둘째 발달검사로 하려 한단다. 뭐라더라. 백일 아기 다리에 힘이 없다고(... 내가 보기엔 정상인데...)

8. 괜히 또 검사 안 했다가 진짜 다리에 이상 있으면 할 말이 없을 거 같아서 그냥 간다.

9. 피곤한 인생.

10.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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