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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재밌으면 된거 아냐?"

개인주의 성향은 차치하고라도 요즘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질 지경까지 가게 된것 같다.

사실 이 포스팅의 내용은 본래
"내가 재밌다고 남들도 재밌을까"같은 허무맹랑한 소리였는데 용케도 잠시 타사이트에 다녀온다는것이 1시간넘게 인터넷바다속을 헤엄쳐다녔기 때문이다.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글을 써보려해도 한번 달아난 글감은 좀체 돌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이러냐



요즘 브이로그니 해서 개인의 지극히 평범한 삶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업로드하는 것이 굉장히 성행하게 된것 같다.

어찌보면 굉장한 반전이기도 한것이 양질의 글(정보성글)이나 영상들 사이에서 어떻게 그런 노멀한 것들이 치고 올라갈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인터넷에서 본거 같은 내용을 되새겨 보자면 정보성글 같은 머리를 쓰며 이해해야 하는 것보다 아무런 정보없는 것들(흔히 일상이라는 그런것들)에게서 동질감도 느끼고 피로도도 덜 느낀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자료의 홍수가 되어버린 이 지경(?)에 드디어 그들은 인간본연의 노멀한 라이프에 정신적 피로도가 확 내려가는것을 느끼는것이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것이 asmr이나 브이로그, 먹방 같은것들이다.

가장 접하기 쉽고 이해력을 풀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착한 녀석들에게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정보의 홍수속에서 우리의 뜨거운 뇌를 식혀주는것은 다름 아닌 '타인의 일상생활'이라는 점이 말이다. 먹고 자고 싸는 평범한 한 인간의 삶이 보는것만으로도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어 여타 다른 정보성 컨텐츠의 피로도를 풀어주다니.

해장을 술로 하는거 같은 괴이한 일이지만 윗글에서 적었던 1시간의 덧없는 인터넷 방랑도 사실 콕찝어 어디서 정보를 본것이 아니다. 

1시간동안 내가 본것들을 적어보겠다.

ㆍ자신이 애정하는 소설가를 추천해주세요 라는 글밑에 달린 수백개의 댓글을 대충 눈팅하고 좋아요 표시한 다음에 다시 꼼꼼히 읽어야지 하며 페이지를 나갔다.

ㆍ버닝썬 사건에 관한 디스패치의 기사와 그와 관련한 클럽썰이나 클럽운영방식에 대해 익명으로 작성된 글을 날림으로 속독하고 댓글창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봤다. 그리고 페이지를 나갔다.

ㆍ나는 똥손이다라는 제목의 글에 가서 첫부분 똥손인증샷과 그밑에는 수제양갱 자랑인듯한 다량의 사진을 보고 뒤로가기했다.

ㆍ네이버 이달의 블로그에 갔더니 1월에 선정된 아들둘인 어떤 육아맘의 블로그를 가보았다. 다량의 섬세한 사진과 3~4줄 정도의 짧지만 코믹한 글들을 봤다. 글 말미에 있던 그분의 유투브를 타고가서 6개넘게 영상을 시청했다. 자막의 달인인양 영상편집기술이 고퀄이라 전혀 아마추어같지 않음을 느끼며 나도 저런거나 배워둘껄 같은 생각을 하며 남편에게 웃기지 않냐고 영상을 보여줌. 대놓고 설정티가 팍팍 나는데 뭐가 웃기냐고 해서 빈정상함. 유툽닫고 블로그 닫음. 그래도 재밌게 봤어서 따봉단추 하나 눌러줄랬는데 로그인하라는 창이 떠서 그냥 X함.

ㆍ오랜만에 생각난 역학인의 블로그를 염탐하러감. 여전히 여성들이 알아야할 수조억가지 덕목들을 포스팅하고 계셨음. 그중에 아줌마가 챙겨야할 부내에 대한 포스팅을 나름 진중하게 읽어봄. 내용은 이러했음. 이미 자리잡아버린 여성이라면 부내로 승부하라. 돈이 없다면 에르메스 스카프라도 꼭 착용하라는 글에 약간 마음이 움직임. 갖고 싶긴 했지만 왕대갈 + 어좁이 + 촌티면상 3박자를 골고루 갖춘 나에게 평소 후드티와 츄리닝 차림 어딘가에 스카프를 둘러야하는지 잠시 멍해짐. 백도 에코백인데(...) 오늘도 역시 그가 말하는 A급 여성과 비교하게 되며 씁쓸해졌음. 최근 포스팅 제목만 눈팅하고 창을 닫음.

이정도를 보고 다시 글을 쓰러 옴. ㅇㅇ
방금전 내 1시간동안의 눈팅일상을 보고 당신은 어떠셨는지..

밤이 깊어간다.
내 글도 방향없이 떠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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