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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매번 생각날 때 쓰기로 하고는 자꾸 잊어버린다. 그래도 차곡차곡 모아두면 누군가에게는 약간의 도움이 되겠지? 중간중간 놓친 부분도 있고 잠들어버린 부분도 있지만 100% 중에 70%를 시청하고 적어보는 알쓸신잡 1기 리뷰.

처음 시작은 며칠 전 설레어하며 적었던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리뷰를 적고 나서였다. 사실 산후조리원에 누워 부종 빠지라고 침대 프레임에 다리를 올리고 듣기에는 정말 제격인 팟캐스트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슬슬 숙면을 위한 팟캐스트로 변모해버리고 말았다. 켜기만 하면 감미로운 작가님의 목소리가 진짜 잠을 위한 자장가처럼 들리는 것이다. 몇 번의 숙면을 해버린 다음에야 이래서는 플레이해놔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을 깨달았다. 부랴부랴 그분이 출연했다는 알쓸신잡을 시청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나마 영상물이라면 졸음이 덜 오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에서였다. 역시 영상물은 확실히 집중이 잘 된다. 그런데 알쓸신잡 1기를 정주행하고 오히려 정재승 교수님의 팬이 되어버렸다(?)

일단 푹신한 몸체와 그에 어울리지 않게 조리 있는 말솜씨가 가히 귀여운 어떤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였다. 아마도 여자가 그랬다면 이렇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이 될까 모르겠는데... 아무튼 푸근하고 조리 있는 말솜씨는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섞어놓으니 정재승 교수님이 되었다.

난 분명 리뷰를 쓰려고 시작한 것인데 며칠 지나서 쓰려고 보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이 나눈 지적인 잡학 지식들이 아니라 정재승 교수님의 딱 부러지는 말투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SNL의 "몹쓸신잡"이라는 패러디에서 정재승 역할을 한 개그맨의 웃긴 재스쳐와 말투가 기억에 남아서 이렇게 된 듯하다.

큰일이네. 리뷰라고 적어놓고는 이렇다 할 리뷰글이 나오지 않는다. 부랴부랴 며칠 전 적었던 나의 사적인 일기장의 '알쓸신잡 멤버가 우리 아빠라면?'이라는 이상한 글을 적었던 것을 가져온다.


(지극히 개인적인)'알쓸신잡' 1기 멤버가 우리 아빠라면?
[여기서 알쓸신잡이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줄임말로 tvN에서 2017.06.02 ~ 2017.07.28까지 방송한 예능입니다. 출연진은 유희열,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1. 유시민이 우리 아빠라면 나는 아빠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너무 논리적이랄까?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

2. 정재승이 우리 아빠라면 생각나는 과학적 질문을 계속 던져봤을 것 같다. 악의적으로 그의 지식의 깊이가 어디까지 시험해보고 싶다. 물론 곧 간파당해서 한소리 듣겠지만.

3. 유희열이 우리 아빠라면 아이돌 가수 사인을 잔뜩 받아달라고 할 것이다. "블랙핑크로 부탁해 희열 아빠 호호호."

4. 황교익이 우리 아빠라면 말없이 그의 뒤를 따른다. 맛집. 맛집. 맛집.

5. 김영하가 우리 아빠라면 내가 쓴 단편소설을 봐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아빠 옆에서 같이 글 쓸 듯. 재밌겠다. 아마도 어느 정도 작가 흉내를 내다가 아빠의 '뼈 때리는 팩트' 한마디를 듣고 곧 작가의 꿈도 야무지게 접게 될 듯. " ^.^) 이제 작가 놀이 다했으면 공부나 해라."

6. 덤으로 써보자면 나영석 피디가 우리 아빠라면 육아 관련 예능 하나 만들어서 나도 찍어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호호호. 연예인 데뷔? 아빠 따라다녔더니 저절로 됐어요. ^.^ 오호호호호

[위에 글을 그쪽 관련 인물 중 아무도 보지 않길 바란다. 관셈 보살.]


총평을 해보자면,
지식에 목마르지만 책은 읽기 싫고,
누군가가 이야기 해주는건 좋지만 너무 지루한 얘기는 듣기 싫고,
진실이 아닌 자작인 이야기는 듣기 거북하고,
시간은 남는데 딱히 보고 싶은 예능은 없고,
나는 학생 시절에 역사나 사회라면 징글징글하게 알기도 싫었다!라는 사람이라면 거북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청하기 좋은 예능이다.

개인적으로 나영석 피디가 그동안 만들었던 그 어떤 예능들 보다도 알쓸신잡이 제일 맘에 든다. 얼핏 팟캐스트의 '지대넓얕'을 따라한 듯 보이는 건 비밀이다. 그래도 출연진들이 우리나라 역사가 새겨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다식으로 깨알 같은 사실들을 전해주는 재미가 대박 쏠쏠하다.

아직 알쓸신잡 2기, 3기는 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시간이 허락한다면 정주행 해야겠다.

이상.
2년 이상 지난 예능 보고 혼자서 며칠간 광분했던 나의 리뷰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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