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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글을 썼다면, 지우지 말아야겠다. 한순간의 변심으로 오랫동안 정성 들여 가꿔온 정원에서 꽃을 뭉탱이로 휙 꺾어다 그대로 땅바닥에 내던진 기분이다. 여기 블로그는 훗날 내가 병상에 누워서도 별말을 다 적던 젊은 시절 생각에 한 번쯤 로그인할 곳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에 기상했다. 4시에 눈이 번쩍 떠진 것이다. 일기를 그만 쓰려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쓰이고, 무슨 말이든 써도 가능한 것이 일기라는 것이라 결국은 다시 쓰게 된다.




옛날 글들이 보고 싶어 져 어제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잠깐 읽어봤다. 내가 자발적으로 소장하고 싶어 샀던 첫 번째 책이다. 소설의 중반부에 주인공 그루누이가 캄캄한 동굴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부분에 너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매번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로운데, 읽었던 책을 다시 읽다 보면 놓친 부분도 보이고, 뜻밖의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생각도 해보고 하는 재미가 있다. 변덕이 심한 B형 인간인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추억에 잠기는 횟수도 점차 많아지고, 점점 20대에 듣던 노래나 영화, 책들을 찾아보고 싶어 진다.

 그래서 요즘 나의 플레이 리스트에도 10년은 더 된 노래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의 가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또렷한 가사 전달과 연애, 이별곡이나 디스곡 말고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들이 많아서 그렇다. 이렇게 적으니 구차한 변명 같네. 그냥 그 시절 생각나서 그렇다고 해두자.





최근에 본 영화는 <말레피센트>이다. 그나마 몇 번씩 틀어보는 OCN에서 보게 되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악역이었던 말레피센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약간의 억지스러운 부분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동화의 큰 흐름을 깨지 않고 진행한다. 반전이라면 죽어야 할 악당이 주인공이라 뜻밖의 인물이 죽게 된다.

 <말레피센트 2>도 개봉했는데, 호불호가 갈리는지 평들이 너무나 달라서 아마도 이 영화는 1편만 보고 끝내는 쪽으로 생각 중이다. 물론 누군가가 보여준다면 다음 편을 볼 생각은 있다.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표정 연기를 보게 되니까 말이다. 중간에 디즈니스럽게 연출한 악역들의 눈부분만 내놓고 감시하는 장면들이 예뻐(?) 보였다. 말레피센트 역에 안젤리나 졸리가 신의 한수인 이유다. 눈이 아름다운 배우.






최근에 본 드라마는 <배가본드>와 <쌉니다. 천리마 마트>이다. 배가본드는 "오직 수지만!!!"을 외치는 남편의 주장으로 보게 된 드라마. 초반부에는 수지가 굉장한 발연기를 선보였다고 느꼈는데, 그에 못지않게 이승기의 "표호 하는 연기가 이렇게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다니...'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빵빵한 연출과 조연분들이 대거 등장함으로 볼만하다. 스토리 전개도 나름대로 빠른 거 같다.






천리마 마트 또한 "이건 내가 웹툰으로 세 번이나 봤다!!!"라고 외치는 남편 덕에 보기 시작했다. 감독이 엄청난 분이다. 진심으로 웹툰을 통째로 갈아 넣은 듯한 느낌. 어색할 수도 있는 빠야족이나 마트 안에 대형 수족관 같은 연출도 보기에 거북하지 않고 웃길 정도로 연출했다. 이번 주 방송은 아이들을 재우느라 못 봤지만, 저번 주 권영구 이사가 철통 같은 보안을 뚫느라 섹시하게 웨이브를 추면서 기어 다니는 모습에 연신 웃었다. 원작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








그다음 또 기억에 남는 방송은 <방구석 1열>에서 식스센스 리뷰한 걸 본 것이다. 대표적인 반전 영화인데, 중학교 때 본 이후로 다시 보게 되니 느낌이 달랐다. 이 방송에서 몇 번 영화 리뷰를 접했는데, 주말마다 지상파에서 틀어주는 긴장된 톤의 영화 소개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러 게스트들이 하나의 영화를 두고 각자 이야기하는 방식이라 새로운 거 같다. 그런데 보다가 자칫 잠이 쏟아질 수도 있다. 대본이 물론 있겠지만, 마치 카페 같은 곳에 왔는데 옆에 영화 모임에서 온 여러 남녀들이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느낌이라 ASMR 같다고도 느꼈다. 그래도 보고 나면 영화 한 편을 꼼꼼히 뜯어보고 온 느낌.

적다 보니 1시간가량 글을 썼다. 예전보다 글자 수도 줄고, 쓰는 시간만큼 고치는 시간도 많아져서 글이 짧다. 물론 또 이 글을 다시 보고 또 줄이겠지.

이상. 요즘 내가 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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