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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안락 - 은모든

kkiihhii 2019. 11. 5. 12:39
텔레비전에는 재밌는것도 없고하니 앱으로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을 즐겨듣는 1인으로, 오늘은 어른들이 읽으면 좋은 동화같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안락"


처음 책표지에 무늬와 색상이 마치 스팀잇의 로고와 비슷해서 뭔가 했는데 바로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것도 이야기가 반쯤 진행된 뒤에야 알아차렸다. 아마도 종이책으로 읽었다면 뒷표지에 적힌 책내용의 몇 부분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을텐데. 그랬다면 안 읽었을 것 같은 이야기 소재이다. 안락사는 아무래도 아직 낯선 단어이다.

줄거리는 85세에 할머니가 어느날 자식들을 모아두고 자신은 5년뒤에 삶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로 인해 자식들이 어떻게 할머니의 선택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는지 보여준다. 소설의 배경은 안락사가 허용되는 시점인 2028년이다. 이 법안의 통과는 국민들의 투표로 진행되었고 절반이상이 찬성하여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아님에도 자신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지혜는 할머니의 셋째 손녀로 이삭이라는 청년과 밀땅을 하는 중이다. 여기서 주인공인 지혜의 엄마는 할머니의 셋째 딸로 이 선택에 거세게 반대한다.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할머니의 마음을 존중하기로 하는 캐릭터인데, 소설에서는 할머니가 이미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당뇨병도 있었는데 파킨슨병까지 생긴것이다.

소설에서 지혜와 엄마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이 인상깊다.

나는 약속 장소로 향하기 직전까지도 할머니 문제로 엄마와 언쟁을 벌였다. 엄마는 내가 아직 젊어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말만 집요하리만큼 반복했다. 그야 그렇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나 엄마의 기분이 아니라 할머니의 의사가 아니냐고 나 역시 거듭 이야기했다. 반복하느라 참을성이 고갈됐고, 나는 결국 지금껏 참아오던 말을 입 밖에 내고 말았다.

 엄마는 진정으로 할머니를 위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할머니를 잃고 나서 본인이 겪을 괴로움이 더 우선인 사람이라고 말이다. 아빠가 안절부절못하며 말리려고 했지만 나는 기어코 엄마는 만사에 그런 식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 탓에 집에서 빠져나와 이삭과 만난 뒤에도 가라앉은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 <안락, 은모든> 중에서

리뷰를 쓰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데,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안락사에 대해 짧게 쓰고 이 리뷰를 끝내야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서 호의적이다. 갑자기 맞닥 들이는 죽음보다는 차근차근 몇 년간 준비해서 주변에 사실을 알리고 차분히 맞이하는 죽음도 나쁘다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번외로 나이가 젊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머리에 심한 손상을 입거나 죽게 되는 사고가 꽤 많은듯 하다. 그래서 첫째가 태어나기 전에 화장실과 베란다에 고무 발판을 다 깔아놨었는데 최근 모두 버렸다. 그런데 소설속 할아버지도  그걸로 사망하셨다고 하니... 다시 고무발판을 주문해서 집에 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회사에 어떤 분도 화장실에서 다 씻고 나오다가 미끄러져 뇌를 다쳐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섬칫했는데 말이다. 으아.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에서 맞이하는 죽음만은 피하고 싶다. 얼른 발판사야지. 인간은 이럴때 보면 정말 아무 힘없는 존재인듯 하다. 이토록 쉽게 다치고, 이토록 쉽게 죽는 존재인데 백년을 산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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