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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남자 그여자

kkiihhii 2019. 11. 21. 13:45
그 남자 그 여자.



중학교 때 굉장히 즐겁게 읽은 만화책이었다. 10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 새삼 주인공 미야자와 유키노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웃음만 나왔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허영과 가식을 장착하고 살아가던 초엘리트 그녀에게 새로운 라이벌 아리마 소이치로가 등장한다.

밤새 공부하고 운동도 하고 자신을 관리하며 자라온 유키노에게 철저하게 타고난 천재인 아리마는 보면 볼수록 자신의 콤플렉스를 자극한다. 노력형 천재와 타고난 천재. 둘의 사랑이 시작되고 방학 내내 공부는 뒷전이고 놀러만 다니던 둘은 전교 1, 2등을 다투던 성적에서 쭈욱 미끄러진다. 그래 봤자 아리마는 학교에서 하던 공부만으로 전교 3등이고 유키노는 무려 13등.

그러나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유키노는 순전히 남들의 칭찬에 굶주린 관종 정도라면, 아리마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학대로 큰아버지네 집에서 자라며 자신은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의식하며 만들어온 우등생이었다는 사실.

그런 두 명의 우등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주임 선생님에게 불려 가게 되고, 둘의 교재는 졸업까지 참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그 말에 격분한 유키노가 우리들의 사생활이라며 되받아치고. 다음날 유키노와 아리마의 부모님은 교무실로 불려 간다.

이 장면에서 학부모로서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 나온다. "내 딸은 이미 우리 부모에게서 나올 수 없는 우등생이었다. 언제나 스스로 잘 해왔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유키노의 부모는 말하고, 아리마의 부모는 "나는 이미 내 아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너무 완벽한 아이라 흠잡을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내 아들이 내게 도움을 청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대답한다. 나라면 내 딸의 성적이 떨어져서 불려 간 교무실에서 저렇게 내 딸과 아들을 응원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랜만에 몰아서 애니를 보다가 눈이 피로하여 7화쯤에서 감상을 멈췄다. 역시 애니는 애니구나. 대대로 의사 집안인 학부모가 단 하나뿐인 외동아들 아리마의 일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포스팅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아는 부자들이란. 아마 저렇게 연애로 성적이 떨어진다면 당장에 유학을 보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에.


그래도 첫 오프닝 노래부터 중학교 때 향수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1인 두 주인공의 내면 심리묘사가 잘 되었기도 했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두 남녀가 사랑을 하며 바뀌어 가는 모습이 재밌는 애니였다. 나중에 더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매력적. 마호라는 여고생이 치과의사(그러고 보니 이 애니는 웬 의사들이 이렇게 많은지...)와 연애하고, 부잣집 딸내미 츠바사는 락밴드 보컬과 사랑에 빠지고. 서브들의 깨알 같은 러브스토리도 볼만한데.


애니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만화책의 후반부에 <철의 여인>이라는 연극에서 애니로써는 나오기 힘든 철학적인 부분도 나온다. (연극 제목이 맞는지 헷갈린다. 십 년 전이라 하하하.) 만화책 대여 서비스 같은 거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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