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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조리원 생활. 그것도 내일로 끝이군. 지루해서 보기 시작한 EBS 다큐프라임. 역시 지루한데 뭐라도 배우는 듯한 느낌을 주는건 EBS뿐이다.

가장 최근에 방영한것으로 보니 [100세 쇼크]라는 다큐가 있었다. 3부작으로 나눠진 다큐멘터리 인듯한데 나는 1부작은 건너뛰고 보기 시작했다.

이전 글에도 수차례 적은 적이 있는 내용이지만 노후자금에 대한 걱정이 절정에 치달아서 관련 다큐나 글이 보이면 유독 세심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지나치지 못하고 노후준비에 관한 다큐를 보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가 중에서 노인빈곤률이 1위이다. 그리고 고독사하는 노인의 수는 예전에 비해 5배이상 늘었고, 고독사 하는 노인들중에 70%이상이 여성 노인이다.

왜 그들이 고독사하게 되는 것일까? 한 전문가의 인터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고독사하기 이전부터 이미 사회망에서 벗어나고 사람들과의 네트워크에서 잊혀진 존재라는 점이다. 그들이 혼자 죽어서 고독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전부터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서 고독사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장례비용이 부담이 되어서 그런것이다. 여러 노인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왜 그들이 노후자금이 없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돈을 가장 많이 버는 40대에 자녀의 교육비로 가진돈의 절반이 없어진다. 그리고 50대에 은퇴후 퇴직금이 고스란히 자식의 결혼비용으로 쓰인다. 그리고 정신없이 일만 하며 달려온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자신의 노후준비는 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한국만의 특수한 문화도 한 몫을 톡톡히 한다고 한다. 자식이 잘 되는 것이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은 지라 자식에게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붓는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더욱 절망적이였던 것은 폐지를 줍는 70넘은 할머니는 본인의 끼니조차도 연맹이 힘든데 자신의 집을 팔지 않고 있었다.

리포터가 이유를 물어보니 손자 장가갈때 보태고 싶다고 했다. 죽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가려는 부모의 마음은 알겠지만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모를 자식들은 고마워하면서도 부담스러워 한다. 나의 모든걸 다 쏟아부었으니 내가 아프거나 하면 나를 돌봐줄꺼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식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받으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계속 가난하게 사는 노인들을 보여주다가 적당히 노부부가 오손도손 사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 부부는 가진 집을 담보로 연금을 타서 쓰고 있었다. 매달 100만원씩 평생을 받는 것이다. 그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겨 남편에게 물어봤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도권 지역의 집은 담보로 잡더라도 연금의 금액이 꽤 되겠지만 우리 같은 지방사람들은 집값이 2~3억 수준인데 저들처럼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겨서 였다.

아마도 지방사람들은 집 담보 연금으로 100만원 이상 받기에는 힘들것 같다. 집이 여러채이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다큐를 보고 나니 며칠전 회사에 휴직계를 작성하러 가서 개인연금 금액을 하향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금액이 크다면 큰금액 같지만 미래에 봤을때는 작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꾸준히 연금을 넣지 않으면 정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도 다큐에 나온 한 할머님처럼 하루 한끼를 우유에 흰밥을 말아먹고 버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다큐를 둘째 낳고 산후조리 기간중에 보게 되니 더욱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자식에게 재산을 모두 몰빵하는 것은 위험하다. 은퇴후에 자영업을 하겠다고 가게를 차리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이 두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자영업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접근성이 좋아 대출까지 받아서 시작하는데 3집중에 2집이 망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영업으로 은퇴후에 수입을 계속 유지한다는것은 아주 힘든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보다도 더 중요한것은 늙었다고 해서 배움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은퇴후 일거리가 없어서 집에서 TV만 보는 것은 치매에 걸릴 확률을 더욱 높일 뿐이다. 나는 50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처럼 일기같은 글이나 하루 한편 쓰고, 오디오를 듣고, 책을 읽고,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산책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모두 배운다기 보다는 취미같은 개념의 행동들이다. 취미에서 조금 더 발전하자면 예를 들어 이런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노익대학에 입학한다던지, 일기같은 글을 쓰기를 좋아하니까 그동안 쓴 일기를 모아서 출판사에 문을 두드려본다던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 그날의 기분같은걸 매일 한장씩 그려본다던지.

아무튼 늙을 수록 농촌도 좋지만 의료시설이 갖춰진 요양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요양원에 보낸다고 하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고독사와 빈곤이 대두되는 현실에서 요양원생활은 어쩌면 하나의 대안일지도 모른다.

해설을 맡은 최불암 선생님이 말하길, 지금이라도 자신이 가고 싶은 요양원을 시간이 날때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작년에 실버타운에서 살고 싶다고 했었는데 실버타운의 놀라운 금액을 보고 입을 다물어버린것이 생각난다. 약간 눈을 낮춰서 실버타운은 아니지만 내가 그동안 넣은 연금으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는 적정금액대의 요양원을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노년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접할때 마다 실상을 알고 슬퍼지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점점 더 많이 만들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이런 좋은 다큐를 만들어준 EBS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노인들을 위한 많은 복지도 생기고, 요양원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어서 더 좋은 요양원들이 생기길 바란다.

내 나이에 60살이 되려면 아직 27년이 더 남았지만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듯 느껴진다. 27년도 어느날 눈을 감았다가 뜨면 코앞으로 다가올 것 같다고 느낀다.

행복한 노년까지 바라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손벌리지 않고 꿋꿋이 살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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