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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 리뷰] 인턴

kkiihhii 2019. 4. 18. 14:01
[영화 리뷰] 인턴


요즘은 아파트를 산책만 하고 끝내니 점심을 대충 먹게 되어서 천천히 걸어가 김밥을 한 줄 사들고 도서관을 오게 되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보고 싶은 것들이 꽤 있었다. 그중에 '인턴'이라는 4년 전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여주인공 줄스는 18개월 만에 커다란 옷 사이트를 키워낸 대단한 워킹맘이자 CEO이다. 그리고 시니어 인턴으로 고용된 벤과의 생활을 담은 영화이다. 


일전에도 좋은 영화라고 소개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 영화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어느 정도 기대를 가지고 시청하게 되었다.

나는 보통 영화감상이 끝나고 나면 다른 관람객들의 후기나 리뷰를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내가  느낀 대로 적어보려고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영화 초반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줄스의 삶을 보여준다. 미국인 특유의 독특한 말버릇들이 많아서 보다가 좀 의아한 장면들이 있었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저렇게 재치 있게 비꼬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식 블랙코미디 같은 말들이 많이 있어서 평소 미드를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별 거부감 없이 받아 들 일수 있을 것이다.

초반에 인턴 면접에서 70살인 벤에게 당신의 10년 후는 어떨 것 같냐고 질문을 던지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20대 때부터 아니 10대 때부터 강의나 교육을 들으러 가면 본인 자신도 아직 30~40대인 강사가 "당신의 10년 후는 어떨 것 같나요?"하고 마이크를 잡고 물어보는 장면을 흔히 봐왔다.

영화 속에서 벤이 받은 그 질문을 지금의 내가 받게 된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우리는 그냥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약간 스토리상 이해가 가지 않았던 마사지사와 벤의 연애는 약간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였다. 분명 70살 나이에 비해 핸섬하게 생긴 벤이긴 하지만 이웃에 다른 여인에게도 대시를 받고 기업에서 일하는 마사지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모습들은 흔히 내가 아는 노인들의 삶과는 달라 보였다.

하긴 이미 영화 초반부에 '시니어 인턴'이라는 것 자체가 새롭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전업주부의 삶을 사는 남편이 다른 학부형과 바람이 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여주인공.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다며 다시 한번 잘해보자고 껴안는 남편. 영화의 극적인 부분을 위해 마지막 씬에 그 부분을 넣은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다른 CEO를 고용해서 자신의 회사에서 손을 떼겠다고는 했지만 다시 마음을 되돌려 회사로 돌아온다.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남편은 여전히 집에서 주부로써 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그녀는 일에 치여 바쁠 것이고 남편은 묵묵히 하나뿐인 딸의 뒤치닥 거리를 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내가 각본을 썼다면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남편이 그전에 잘하던 일을 그녀의 회사에 어느 정도 펼칠 수 있게 하겠다. 가족경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에게도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고 없는 몇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주어 사회적 활동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녀 또한 어느 정도 퇴근시간을 일주일에 며칠 정도는 양보해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자리를 남편이 전부 채워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엄마, 아빠가 모두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둘 다 수입이 적은 상태일 때 이야기다. 부인이 사장이라서 돈을 꽤 많이 벌어오는 상태라면 말이 다르다.

부인이 CEO가 되기 전 남편은 다니던 직장에서 잘 나가는 샛별 같은 사람이었다고 몇 차례 언급이 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도 어느 정도 사회생활에 목말라 있을 거라고 판단이 된다. 영화는 줄스 개인의 삶과 행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남편과 딸의 삶에도 어느 정도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를 보고 느낀 여주인공은 가정에는 전혀 충실하지 않은 여성으로 그려졌다.

특히 후반부에 호텔 침대 위에서 벤에게 "생애 마지막 순간에 무덤에 혼자 파묻히기 싫다"는 그 투정 어린 울음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과응보 아닌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다. 그나마 마음씨 넓은 남편의 협조로 다시 원만한 가정을 되찾았지만 내 생각에는 그 순간뿐이라고 보인다. 문제의 원인을 찾았으니 줄스 본인도 하루 중에 회사의 비중을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끝 부분 두 부부의 포옹씬이 끝이라는 것에서 이 영화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 둘은 포옹이 아니라 각자 원하는 포지션을 서로 탁 터 놓고 말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 눈물 젖은 감정 호소도 좋지만 감성이 메마른 나라서 그런 것인지 이 영화는 2% 아니. 10% 부족해 보인다.

벤이라는 인턴으로 인해 바뀌는 삶에 대해 그려진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벤이 보는 워킹맘의 현실 같은 영화라고 해두고 싶다. 좋은 소재의 영화인데 이렇게 한 워킹맘의 이기심만 잔뜩 보여준 것 같아서 안타까운 영화였다.

아마 이 후기를 올리고 다른 분들의 영화 리뷰를 다시 읽어볼 것이다. 아마도 내가 비틀린 시각으로 봐서 안 좋게 평을 썼지만 분명 내가 놓치는 어떤 많은 장점들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2시간 동안 줄스라는 여인의 삶에 대해 잘 보여준 영화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주인공의 행동은 내가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래도 유쾌한 미국식 매너가 잔뜩 묻어나는 영화였다.

이상.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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