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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요 앙증맞은것

kkiihhii 2019. 2. 25. 00:42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일요일인 오늘은 찡찡->싫어새->딸래미로 진화과정을 마친 나의 딸자식을 하루종일  꿀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확실히 29개월이 되니 이제서야 새삼 사랑스럽다.

유명한 시가 생각난다. 누가 지었지. 잠시 검색 좀 하고 오겠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건 내 딸을 위해 지어진 시인것 같다. 그토록 죽을듯이 울던 딸은 어느덧 짧은 문장을 구사하게 되면서 요구사항을 정확히 말하게 되었다. 덕분에 우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자기전 불도 스스로 끄고, 똥싸면 똥쌌다고 내게 말하러 온다. 제법 자신의 생각도 짧게 말하게 되었다. 그녀의 명언들을 잠시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채팅방에 모아놓은 걸 토대로 소개해보겠다.




(1)
이전 어린이집은 거리가 있어서 남편이 출근전 차로 등원시켰다. 그래서 매일  차를 타다보니 외출에 대한 기대감이 0%였다. 그러다 지금 아파트 단지안에 가정어린이집으로 옮기면서 주말에만 차를 타는 상황이 되었고, 제일 처음 딸이 자신의 생각을 구사한게 이때다.

찡 : "(창밖을 바라보며) ^0^아이~기분좋아! 신난다!"
닌자 : "(남편이 흠칫 놀라며)지금 누가 말한거지"
나: "(내가 곁눈질로 옆을보고)이녀석 인거 같은데.."
찡 : "(양팔을 흔들며)신나~ 신나~ 신난다~"
닌자 : "(개진지)뭐?"

그 이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십여분간 계속 '아이 신난다'라는 말을 쉴새없이 반복하는 찡이였다. 아이의 첫문장이 기분좋아. 신난다. 라니 새삼 이녀석이 순수한 아이구나 하고 느꼈다. (내심 욕부터 말하는 것이 아닐지 노심초사였다.)




(2)
몇달전부터 초콜렛에 빠져버린 딸이 하원후에  냉장고 앞에 가서 초코초코초코를 외친다. 주로 m사의 작은 사이즈 초콜렛을 주는데 한번에 3알이상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물어본다.

나 : "(초코봉지를 쥐고)-_-몇개 먹을꺼야?"
찡 : "(양손을 머리위로 허우적대며)한개! 두개! 세개!!!"
나 : "-_-한개란거야 두개란거야"
찡 : "(양손바닥을 모으는 자세로)엄마 한개 두개 세개 네개 다섯개"
나 : "(어차피 3개였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3알 준다) 이것만 먹는거야-_-"
찡 : (받고는 거실로 냅다 뛴다.)

이랬던 그녀가 며칠전 업그레이드 되었다.

나 : "(초코봉지를 쥐고)-_-몇개 먹을꺼야"
찡 : "(다급하게) 엄마 많이많이 주세요 많이많이~~~~"
나 : "-_-많이 몇개"
찡 : "엄마 많이많이! 많이많이!!!!"
나 : (그래봤자 3알만 줌. 그러나 그녀의 표현이 늘었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
찡 : (그래도 좋다고 들고 감)

전혀 미안하지 않아. 넌 항상 3알이야. 이게 말로만 듣던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해.ㅋㅋㅋ)




(3)
유투브에서 영상보는걸 좋아하는 그녀가 어느날 영상을 보여달라며 남편의 폰을 가지고 와서 내게 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꾸준히 보여주세요~ 꾸준히!!!"

영상을 얼마나 꾸준히 보겠다는건지. 나는 한번 보여주면 30분도 보여주는데 남편은 항상 5~10분 딱 하나의 에피소드만 보여주고 닫아버린다. 그런 그녀가 나름대로 인자한 내게 와서 하소연 한것이 꾸준히 보여달라는 말이였다. '꾸준히'라는 단어는 동화책에도 없는거 같은데 어디서 배운걸까.

물론, 이 날은 아빠의 삼엄한 감시아래 딱 5분 감상하고 끝났다. 




(4)
어린이집 키즈노트 사진에 반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딸을 가진 엄마로써 은근 스트레스가 있다. '잠=키' 라는 공식이 불현듯 생각나서 저번주 우리집 최초로 8시반에 취침모드로 돌입해보았다. 그래서 첫날은 9시반에 재우기 성공. 둘째날도 9시반~10시 사이에 성공. 셋째날은 9시에 눕혔으나 10시반쯤 성공. 그렇게 슬슬 다시 원래의 아몰랑 패턴으로 되돌아가던 와중에 이번에는 9시반에 재우려고 눕혔다.

그런데 등을 긁어주니 미동이 없어서 자는 줄 알았던 그녀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짜증을 냈다.

"아!!! 잠이 안온다!!!!!!!!잠이!!!!!!!!!!"

순간 뻥져서 얼음이 되어 굳은 나를 등지고 그녀는 홀연히 거실로 나가버렸다. 1시간도 넘게  책읽어주고, 등긁어준게 다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밤11시가 되어갔다. 남편에게 SOS 신호를 보내니 그냥 내버려두랜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둬봤다. 밤12시까지도 쌩쌩하게 잘 노는 그녀를 보며 사람이 매일 일찍자는것도 일종의 고문일수도 있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도 아기는 일찍 자야 키가 쑥쑥 큰답니다. 여러분.)




이외에도 많은 주옥같은 찡명언이 있는데 시간이 12시반이라서 자야겠다. 남편이 거실불을 다 꺼버렸다. 자러간다. ㅋㅋㅋㅋㅋ아놔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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