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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꿈이 뭐냐?"는 이야기만큼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꿈이라니. 차라리 최근에 잠들어서 꿨던 꿈 이야기를 해보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말하는 입장에서는 속편 할 것이다.

물론 계획적이고 착실하게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공감이 안 가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꿈에 대한 강요는 어린 시절부터 수차례 받아왔다. 그러다가 2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횟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30대가 되니 아무도 나에게 꿈을 물어주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꿈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창의성이 샘솟는 10대들에게 어른들이 손에 꽉 쥐어주는 놀이동산 티켓 같은 거 아닐까. 얼른 상상 속에 뛰어들어가서 실컷 놀고 오라고 말이다. 물론 속이 메스껍거나, 이런 오락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어른 아이 같은 녀석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겠지.

신명 나게 놀고 오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 놀이동산은 언제든 뛰어들어가서 놀 수는 있지만 우리는 집으로 다시 귀가하기 때문이다. 평생 놀이동산에서 놀고 싶었던 나도 결국은 놀이동산으로 가는 길조차 잊어버리고 말았고, 상상력 결핍에 남들이 노는 모습만 쳐다보는 아무개가 되고 말았다.

더 무서운 건 그 놀이동산 이름이 기억이 안 나. 내가 좋아하던 놀이동산이었는데 어떻게 이름도 장소도 모르게 돼버린 걸까.

요즘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상상이 아예 없다는 것이 슬퍼진다. 제약도 많고, 현실을 알아버렸고, 아이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 희망찬 이야기가 들려올 때도 있다. 모든 현실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익명의 인터넷 자작 스토리. 본인 등판하여 인증한 것들은 더욱 드물다. 모르겠다. 현실에서의 성공이란 결국 돈이겠지? 돈과 명예? 행복?

이제는 누가 꿈 이야기를 왈가왈부하면 이 나이에 미친 건가 하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인간은 본인 기준으로 사고하니까, 역설적으로 풀어보자면 지금의 내 상황에서 꿈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렇게 해석된다.

밤 12시 15분. 한창 꿈나라를 유영할 우리 두 딸들 옆에서 나는 꿈속에서 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항상 아무런 꿈도 못 꾸고. 꾸역꾸역 생활하면서도 한 치 앞만 보며 살아가는 중. 딱 내 앞에 놓인 휴대폰 거리만큼만 보며 살아가는 중. 그러니.

내게 꿈이 뭐냐고 묻거든. 싸우자고 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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