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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누가 들어도 헛소리

kkiihhii 2019. 11. 26. 04:26

무릇 인간은 참회를 할때 여러가지 방법을 선택한다. 친구에게 이야기한다던지, 엄마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던지, 아니면 익명의 커뮤니티에 "나 어떻해 ㅠㅠ망했써어ㅠㅠㅠㅠ"하면서 글을 쓴다던지, 친구에게 상황을 카톡으로 설명하며 한숨 쉰다던지, 뭐 이런 저런 방법들이 있다.

나는 오늘 블로그에 하소연 글을 올리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것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남편에게 말하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커졌고, 되돌릴수 있지만 또 그러자니 애들이 좋아할거 같고, 좁디 좁은 집구석에 또 거대한 물건하나가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이미 1.5m짜리 대형 트리를 주문했고, 트리를 장식할 구슬을 72개쯤 사놨다. 전구도 사놨고, 그밖에 트리를 장식할 많은 장신구 15종류도 주문해 놓은 상태다. 말하지 않은게 있다면 트리에 옵션으로 이미 많은 장신구들이 딸려온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멀리서 봐도 "잘 만든 트리다!"하는 소리를 들을수 있을지 생각하며 네이버 블로그에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검색해서 제일 첫번째 글을 봤다. 일단은 트리에 여백이 있으면 굉장히 심심해 보인다. 꽉 차있는 트리. 불빛이 현란한 트리. 특히 커다란 빨간 장신구들이 가득 있는 트리는 역시 이세상 간지가 아니었다.

사실 물건 사모으는 취미따위는 생각해본적도 없는 아주 게으르고 나태한 성향을 가진 내가 결코 먼저 트리를 사려고 하지는 않았다. 순전히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트리..트리....트리!!!"하고 광분하는 남편의 잔소리를 듣다 듣다가 "그래. 이제 아이도 둘이니까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쯤이야..뭐..."이렇게 생각했다. 물론 직접 찾아다니지는 않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잊었다. 언제나처럼.

그런데 거짓말 같이 찡 옷사러 들어간 사이트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올라온거다. 우리는 마치 신의 계시처럼 마주쳤다고나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1.2m가 좋을지 1.5m가 좋을지. 찡이 4살인데 94cm정도다. 아마도 1.2m는 곧 따라잡을테니 1.5m정도하면 초등학교까지 가서도 거대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확신을 가지고 후기도 찾아봤는데. 난리났네. 최고의 트리라면서 찬사가 ㅋㅋㅋ 근데 사진찍은 장소가 노래방(????) 아무튼 가게에 내놓는 트리같은데 좀 당황스러웠다.

뭔가하니 트리 제작 과정이 벌써부터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하고 싶다. 뭘 돌리고 펴고 난리네. 중요한건 저 잎들을 다 펴줘야한다는거. 자고로 완벽한 트리란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세모모양 이어야지!!! 🎄🎄🎄🎄🎄🎄🎄🎄손이 근질거리는군. 배송도착하면 집에서 심오한 손길로 다 펴줄테야.

일단 배송이 세월아 네월아 하는 위메프이기때문에 12월 중순에 도착할꺼라고 마음을 비우고 있다. 얼마전 블링킷 하나를 샀는데 일주일 넘게 배송이 안와서 따지려고 전화했더니 미안하다는 말을 끝까지 아주 끝까지 안해... 거친말을 하려 했지만 그랬다가 블링킷에 침이라도 뱉는건 아닌가 해서 참았다. 날씨는 나날이 차가워지는데 블링킷 망토를 두를수 있는 날이 고작 며칠된다꼬...ㅠ.ㅠ)

그런데 다음날 그렇게 지연되고 안온다며 맘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ㅋㅋㅋ블링킷이 하루만에 도착 ㅋㅋㅋ 무슨 쿠팡인줄... 이렇게 빨리 보낼줄 알면서 왜 그동안 손놓고 있었던거야 아놔 미안한 말이지만 내 뒤로 블링킷 샀던 사람들 전부 자동취소됐나봐. 그렇다고 업체에 전화하면 바로 제품을 보내준다고 글을 적는것도 웃기잖아.

그런데 막상 블링킷 둘러서 등원시키는데 생각보다 그다지(....) 왜 그렇게 망토 블링킷에 이 난리가 난건지 난 도~저히 모를듯. 남들 산다고 따라 샀더니 정작 내 취향은 없네 그래. 또 헛소리만 적었군. 아무튼 오늘의 고민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우리집 어디에 둬야 하는걸까요?인데 머리맡에 두기엔 너무 현란하지 않은가? 혹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머리맡에 두고 자본 사람?

없겠지. 보통 거실에 두는데. 공기청정기 옆에 둬야하나. 찡이 넘어뜨리는거 아닐까. 너무 큰 트리를 사버려서 앞으로 관리가 빡쎈거 아냐? 둘째가 기어가서 잡고 흔들면 끝장인데. 괜히 샀나. 그래도 크리스마스 장식 찾는다고 써버린 나의 새벽잠타임은 어쩔.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에 커다란 트리를 들인거 같아 흡족하기도 하고 과연 이게 잘한 일인가 좀 무섭기도 하고. 아. 미니멀 라이프 해야 되는데.

웃긴일은 큰 트리를 장만하자 인터넷에 올라오는 벽에 붙이는 심플한 트리, 유리창에 붙이는 트리, 전구만으로 분위기를 내는 제품 뭐 이런게 전부 우스워 보임(엌ㅋㅋㅋ) 가소롭구나. ㅋㅋㅋㅋ 자고로 트리란 사람 키만 한것이 진정한 트리 아니겠는가 훠훠훠훠 우리집이 주택이었다면 2m짜리를 샀을텐데 훠훠훠훠 이거이거 작은 아파트 사는 노비라서 이정도라니 훠훠훠훠 나 잘한일 맞지? 훠훠훠훠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갑자기 소름끼치는 생각이 들었다. 트리에서 나무부분만 1.5m고 밑에 받침과 지지대를 합치면 2m 아닌가 하는 생각말이다. 훠훠훠 진짜 징그럽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절대 아닐꺼야 얼른 글 쓰고 제품 상세이미지 확인해야지 ^^;;;;;;;;;;;;;;;;;;; 아 그런데 트리가 꽉 안차면 어떻하지. 오너먼트 100개 더 사야하는거 아니냐며 ^^;;;;;;;;;;;;; 다이소로 달려가야할판 ㅋㅋㅋㅋ정말 올해 한 일 (출산 포함)중에 가장 갬성을 플렉스해버렸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정말 미친거 같아. 찡을 위해 스티커도 50장 넘게 사주고 머리삔도 15개정도 사주고 왜이렇게 자꾸 엄마의 사랑을 플렉스 해버리는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마전에는 또 찰흙을 70개 넘게 사버려서 매일매일 집안 바닥꼴이 말이 아니었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는 트리 잎사귀로 온 바닥이 난리가 나겠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청소하다 하루 끝날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4시에 뭐하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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