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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헛소리를 비틀즈

kkiihhii 2019. 10. 5. 03:55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한 날 나는 나는 글이나 끼적이죠. 우울하고 가엾은 내 친구. 내가 만든 재밌는 친구는 지잉여사.

쓰다보니 슬프다. 벌써 새벽 2시반. 신생아 이후 새벽에 우는 걸 손꼽는 통잠그녀. 둘째딸 염소의 돌발울음 덕분에 이렇게 눈을 뜨고 있다. 아 배고파. 고구마가 간절하다. 이러다 살빠질거 같아 ㅠ.ㅠ)

메헤에에에에에ㅔㅔㅔㅔ

내 블로그를 혹시라도 자주 보는 분이 있다면 눈치챘는가? 나는 요즘 일기보다는 책이나 영화리뷰를 포스팅하려고 노력중이다. 왜냐하면 장장 300개가 넘는 개인적인 일기 및 조잘거림을 써오며 이제서야 비로소 느낀것이다.

"이런 글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다. 아몰랑 일기를 300회 앞둘 정도로 많이도 썼지만 그건 오로지 나를 위한 글일 뿐이었다. 나혼자 적고 낄낄대는 일기장이라서 그 누구에도 쉽게 내 블로그 주소를 오픈하지 못했다. 주변 지인이 블로그를 보고 싶어 하여도 단 한번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에게도 오픈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말이다.

당시에는 내가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다는 이상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수줍음 같은거와는 차원이 다른, 혼자만의 생각을 가득 적은 글이 많은 블로그라서 밝히기 꺼려졌던 것이다.

자신의 지인이 쫙 깔린 인스타나 페북에 내 스팀잇 주소를 오픈한다는 것은 거의 뭐 사생활 대폭로전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일기장이니까. 일기장이란 무엇인가. 개인의 일상이나 생각을 적은 것인데, 아무나 친해지는 걸 꺼려하는 내가 누가 볼지도 모르는 곳에 내 사생활 글을 오픈한다니. 거의 형벌수준.

그렇다면 내가 남에게 보여줘도 덜 부끄러운 글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육아라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육아관련 글을 적어도 봤는데 아이의 개월수가 크게 점프 점프 하지 않는 이상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두돌 정도까지가 변화가 많았고 그 뒤부터는 사실 고만고만하다는 생각.

실은 일기를 매일 쓰면서 힘든적이 있었다. 삶이라는게 챗바퀴 돌듯 매우 단조롭기에 쓸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 인터넷을 떠돌며 봤던 이야기에 관해 적은 글도 많았고, 낙서를 일기라고 올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려고 시작한 일기쓰기가 매일 써야한다는 압박감을 주게 되었다. 며칠간 일기를 안 쓰면 그날 하루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이상한 죄책감 같은 것도 생겼으니 말이다. 

그러다 올해 장난삼아 영화리뷰를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리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적으니 내가 전문리뷰어라도 되는거 같은데 사실 영화리뷰는 열개도 쓰지 않았다. 이상한(?) 까다로움이 영화 고를때 발동해서 아무꺼나 보면 되는데, 아무꺼나 보지 못하고 매번 고르고 고르다가 플레이버튼도 안 누르고 아예 꺼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딱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장르도 없다. 그저 내가 보는 것은 포스터에 oo상 같은 문구와 짧은 리뷰들. 그 한줄 리뷰에는 어떤 완벽한 영화라도 악플이 있다. 고민한다. 이 영화를 칭찬하는 리뷰와 비판하는 리뷰 사이에서 짧은 고민을 하다가 칭찬이 나의 마음을 끌면 보게 된다. 그래도 한번 보기로 한 영화는 각잡고 본다.


며칠전 오랜만에 영화 리뷰나 하나 써보겠다고 고심해서(5분 고심) 고른 영화는. 비틀즈였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아예 재현한것은 아니고 활동할 당시의 비틀즈 영상을 쭉 보여주고 중간중간 해설이 들어가는 영화였다. 아니지.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라고 보는 편이 나을 거 같다. 리뷰에 "비틀즈 입덕용으로 추천하는 영화"라기에 호기심에 보게 되었다.

과연. 내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저 시대에 바가지 머리를 한 롱다리 영국 보이밴드는 색다르긴 하다. 정장까지 입었으니. 지금봐도 전혀 촌스럽지는 않다. 정장 효과. 그런데 옛날 사람들의 정장치고는 마치 스키니진을 입은 듯 찰지게 잘 어울린다. 기럭지가 길고 종아리 알도 없을 거 같은 가녀린 이 영국 소년들에게 왜 빠지는 걸까. 몰랐는데 비틀즈 영상을 보니 한 마이크에 두 멤버가 같이 서서 기타를 쥐고 고개를 연신 까딱대며 노래 부른다. 까딱이라기 보다는 거의 개가 목욕한 뒤에 물기를 털어낼때 털들을 1초에 20번 흔들어대는 모션과 비슷했다. 요즘 영화에 비교하자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인류를 구할 경우의 수를 계산할때 연신 고개를 백만스물세번 휘저을때와 비슷하다.

인터뷰 중에도 연신 담배를 펴대며 낄낄 거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딱 철없는 고딩느낌.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하고 누가 물으면 "그건 우리도 잘 모른다. 그러나 무대에 올라가서 고개만 까딱 거려도 와~ 하는 함성이 들린다."라고 했다. 그래서 고개를....(....)

아무튼 보송보송티를 벗지 않은 소년들에게서 나오는 인터뷰 대답들은 정말 1의 가식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인기가 많았다고 영화에서 소개해줬다. 실력은 최고이니 더 이상 말을 말자.

그런데 약...약간 귀여운..데?

동양인의 바가지 머리만 보다가 서양인의 바가지 머리를 보니 역시. 적응안돼. 그래도 원조는 그들이 아니겠는가? 저 머리 스타일은 패션왕의 우기명이 유행시킨줄 알았는데 진정한 바가지 머리는 여기가 원조 맛집이었다. 진짜 온 힘을 다해서 그들을 사랑할테다!!!하고 외치며 눈에 힘을 주고 시청했다면 두 명정도에게 빠졌을 거 같긴하다. 그러나 나의 체력은 저질이었으니.

간밤에 게임한다고 늦게 자기도 했고, 하필이면 쇼파에서 잠이 들어 개운하게 숙면을 못해 헤롱대는 최악의 컨디션에서 보게 되었으니 이 영화의 흑백 세상과 더불어 알아듣지 못할 영어노래는 나를 잠의 세계로 빠르게 인도했다. 안녕. 비틀...즈.........zzZ

결국 30분정도 보다가 잠들고 눈을 뜨니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 리뷰를 따로 영화 제목을 걸고 글을 남겨야 할지 그냥 일기속에 조용히 파묻고 지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쓰다보니 별 시덥지 않은 수다로 꽤나 리뷰가 길어졌다.

그리고 한시간을 글을 쓰고 지금은 새벽 3시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렇게 글로 하얀밤을 지새우다니. 이러다 무라카미 하루키 금새 되겠네. 큰일이구만. 얼굴은 전지현인데 글은 하루키라니. 진짜 미쳤네. 난 천재인가? 정말 곤란하구만 이거. 나에게는 두 딸이 있어. 미안하지만 섭외라면 참아줘ㅋㅋ 그리고 상이라면 다음 후보에게 넘길게요 노벨문학상 ㅋㅋㅋ 나는 내 글을 아직 출판할 생각은 없어요 출판관계자 여러분들. 여러 강연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겠지만 아쉽게 됐어. 나는 요즘 캐치마인드를 하고 있거든. 개재밌어. 하루중 유일하게 그림그리는 시간~ 아참 내 싸인 미리 받아둬. 장당 십만원은 그냥 갈테니까 말이야 호호호 딸들이 커서 날 얼마나 존경할지... 벌써 눈에 선하구만. 정말 큰일이네. 너무 완벽한 내 인생. 정말 큰일이닼ㅋㅋㅋ날 너무 존경하면 안되는데. 참. 곤란하게 됐어. 적당히 살아야겠네 어쩔수없이. 내 실력을 꽁꽁 숨긴채 ㅋㅋㅋ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ㅋㅋㅋㅋㅋ

아. 나만 아는 비밀을 오늘도 너무 많이 적어댔구만. 다들 굳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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