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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이 침침하고 관절이 쑤셔서 낙이라고는 갓난아기 안고서 오디오북이나 들으며 퍼질러 누워있는 것이 일상인 주부입니다.

오디언에서 오랜만에 베스트 책이 바뀌었기에 냉큼 들어봤습니다. 1등은 "신경 끄기 기술"이더니 그다음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이더군요. 확실히 요즘 트렌드가 어떤 건지 단번에 파악이 됩니다. 현실도피에 대한 합리화를 다각도로 서술하는 현시대는 정말이지 헬이네요.

헬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는 헬조선에 젊은이들은 이제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금수저, 은수저가 아닌 일반 서민들은 평생을 일하고 모아도 절대 그들의 발언 저리도 가보지 못한다고 하네요.

해탈의 시대니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엄청난 공감을 받겠죠? 작가는 마흔 살의 백수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홍대에 가기 위해 4 수하고 25살에 군대 갔다가 30살에 대학 졸업을 했다고 하네요. 그 마저도 꿈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또 3년을 쉬었다가 취직합니다. 그리고 39살에 퇴사합니다.

그것도 자발적 퇴사도 아녔죠. 앞으로 3년간 열심히 돈을 모은 다음에 퇴사하자고 마음먹은 다음날 회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노력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운이 따른 것이라고. 물론 어느 정도 노력이 있어야 운이 도와준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아무것도 안 해도 잘되는 사람은 잘된다고 합니다.

작가는 열심히 일을 해도 어차피 궁핍한 살림이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차라리 앞으로는 열심히 살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그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말은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괜한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로 번아웃이 될 때까지 일에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것이죠. 큰돈을 벌 수는 없지만 생계를 유지할 만큼만 돈을 벌고  휴식을 취하는 것에 적극적이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죽을 때 가져가는 건 추억밖에 없는데 옛날을 회상했을 때 누워서 폰만 보며 낄낄거린 기억이 8할이라면 너무 씁쓸하지 않을까요? 벌이도 항상 비슷해서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가본 곳도 항상 제자리걸음으로 살아야 할 거 같은 우울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이 책을 쓴 작가는 이 책으로 떼돈을 벌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씁쓸하네요. 탈출해버린 작가님. 앞으로 더 많은 책 출판하시길. 그리고 취준생들 힘내세요!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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