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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인간이 이렇게 지칠 수가 있구나.

ㆍ어제 놀이동산 6시간, 그리고 왕복 이동시간 2시간 총 8시간의 외출이었는데 그 여파가 오늘까지 계속되었다. 가족 모두 떡실신. 남편은 무거운 첫째가 계속 안아달라고 찡찡대서 안고 다니느라 힘들었고, 나는 94일 된 갓난아기 케어하며 다니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또 가고 싶다니.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 어리석음의 대명사.

ㆍ오늘의 3번째 분유 수유 타임에 아기를 쳐다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ㆍ어제 놀이동산에 같이 갔던 형님이 생각나면서 새삼 대단한 여인이라는 생각 말이다. 어떻게 두 아이 모두 2년간 모유수유를 하고, 집에 TV도 없애고, 군것질도 허락하에 한 봉지 안에 몇 개 정도씩만 먹도록 가르칠 수 있었을까. 유튜브도 한 번도 안 보여주고 켜서 화면을 뒤집어 소리만 들려주고, 기저귀도 천기저귀만 쓰고, 그러면서도 본인은 3개 국어를 하니까 5살 때부터 아이들 영어를 집에서 가르치고, 비싼 옷 이런 것도 사 입은 적 없이 오로지 중고옷이나 물려받아서 옷을 입히고. 그게 제일 어렵던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육아관으로 키운다는 게 보통 멘탈이 아니면 힘들다.

ㆍ나는 문화센터도 다니고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젊줌마들 옷입히는 거 보고 괜히 주눅 들고 그런 적이 많다. 그 돈을 모두 모아 아이들 결혼할 때 보태줄 거라고 30년간 저축할 돈을 벌써부터 시작하고, 집도 초등학교 바로 옆으로 이사하는 형님을 보면서 참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ㆍ이렇게 남과 비교하면 초라해지는데 더 웃긴 건 나도 그렇게 하면 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놀러도 가야 되고, 외식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하고, 옷도 요즘은 핫딜 떴다 하면 계속 사재기하는... 아이들을 위한 결혼자금 마련은 사실 꿈도 꾸지 않는다. 너무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현실 속에만 사는 걸까. 나보다 노후준비가 탄탄한 형님네가 옆에서 저러니까 명절에 마주칠 때마다 내가 불량주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존재 자체가 나에게 따끔한 일침 같은... 아... 나도 반성해야 할 점이 한두 개가 아니구나.

ㆍ사람이 자신과 비슷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데 그 단계를 넘어서서 따라갈 수 없다고 느끼게 되면 존경하게 된다는 뭐 그런 거 말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형님을 존경하는 동서다. 이 글을 형님에게 복붙 해서 보내야 하나? 아니. 이 일기의 존재를 들키는 것도 또 한량같이 느껴질 듯... 이 순간에도 아이들과 앉아서 영어책을 읽히고 있을 많은 형님과 위대한 맘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ㆍㅋ없는 일기를 써야지 하는데 자꾸 ㅋㅋㅋ를 넣네. 다시 수정하자.

ㆍ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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