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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떡뻥, 50일, 야!나도!!

kkiihhii 2019. 6. 21. 23:03

정신없는 주말이었다. 50일이 지났다고 엄청 들떠서 남편이 첫째를 데리고 외출한다고 말할 적마다 "야! 나도!!" 하면서 쫄쫄쫄 쫓아다녔다.


아기띠를 하면 공간이 너무 많이 남아 머리가 휙휙 돌아가는 4kg 조금 넘는 둘째를 메달고 참으로 많이 돌아다녔다. 장시간의 외출은 하지 않고 짧게 왔다 갔다 하다가, 일요일에는 기어이 4시간 넘게 밖에 있다가 왔다.


조리원에서 나온 이후 오랜만에 정신을 잃고 낮잠을 잤다. 흔히들 꿀잠이라고 말하지. 거실이 초토화되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워킹맘 시절로 되돌아 간 줄 알았다.


처음에는 왜 따라 나오냐고 걱정하던 남편은 이제 아몰랑 마인드로 내버려 두었다. 확실히 둘째는 외출이 빠르네. 이미 찬물에 손도 수차례 담그고, 찬 음료도 들이키고 있다. 이러다가 몇 년뒤에 후회하는 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아직 염치는 있어서 고깃집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막 나가도 100일 전 아기를 데리고 그 연기 가득한 곳을 가지는 않았는데, 언제 갈지는 모르겠다. 지금 이 상태라면ㅋㅋ 둘째를 메달고 비행기도 타는 거 아닌가 싶다.


갈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달 말일에 리조트로 놀러 가자고 큰소리 쳐놨다. 물에 들어가도 되나 몰라. 하하하하. 일단 뭐 예약하고 생각하기로.



한 달간 산후조리를 도와주신 어머님께 수고비로 돈을 드렸다. 그런데 거기서 조금만 가져가시고 한사코 다시 돌려주셨다. 몇 번의 봉투가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반만 가지고 가셨다. 남은 반을 남편이 나에게 쓰라고 줬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했는지 아는가?


순간적으로 아이패드 프로와 펜슬을 살 때 보텔까 하다가 떡뻥으로 빠르게 생각이 바뀌었다. 일주일에 4 봉지. 한 달이면 16 봉지. 1년이면... 거기다 몇 달 더... 하면서 떡뻥 값을 산출했다. 정말 미친 건 아니고. 진지하게 적어보자면 시장통 아지매 아저씨들은 현금만 받는다. ATM기가 근처에 없는 나는 현금이 궁하다.

아주 진지하게 계산해본 결과 이 돈이면 1년 넘게 떡뻥을 먹을 수 있다는 대단한 결론에 도달했다. 몇 십만 원을 떡뻥 먹는 데에 쓰겠다는 내 말을 들은 남편이 대분노 했다. 물론 농담이라고 말은 해놨다. (실은 진담이다.)

이렇게 간식값을 얼떨결에 받게 된 찡여사는 행복하다. 이런 게 사는 재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일은 아는 언니 집에 놀러 가는데 떡뻥을 사들고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집들이 선물로 휴지보다는 떡뻥이 제격이지. 암암.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위에 모든 글이 실화이다. 누가 '안녕하세요'에 제보 넣어라. 참석하겠다. 이상. 경북 떡뻥 아지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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