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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추천

kkiihhii 2020. 2. 26. 10:33

리뷰


날이 좋다. 이런날에 산책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한다. 오랜만에 산책을 하며 항상 듣던 대중가요 말고 오디오클립을 재생하며 걸었다.

원래 자주 듣던 오디오는 '이동우의 10분 독서'라는 채널이였는데 어느순간 책리뷰보다는 본인의 사설이 길어지는 바람에 나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가끔씩 몰아듣는 쪽으로 바꿨다.

그리고 한의학 식탁보감이라는 채널도 있는데 짧은 시간동안 몸에 좋은 음식과 그 효능에 관해서 담백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자주 듣다보면 무엇이 어떤 효능인지 금새 까먹어버려 가끔 들어준다.

최근에는 한달전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한 임경선님과 요조님이 의기투합한 '교환일기'도 있는데 역시 나의 개그코드에 적중해서 이미 다 정주행한 상태이다. 이번주 오디오가 올라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 최근 나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채널은 '윌라'라고 해서 10분 정도의 시간동안 북칼럼리스트 2명이 번갈아가며 책소개를 해주는 채널이다. 나는 북칼럼리스트 '한미화'님의 소개가 마음에 들어서 오늘은 그분의 소개를 쭉 연달아 들었다.

여러가지 책소개를 듣다보니 이 세상에 아직도 내가 읽지 못한 책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상상이 절로 그려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소개를 간단히 써보겠다.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책인데 시골에서 농삿일을 하시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어멋님이 쓰신 30년간의 일기에서 100편만 모아서 책으로 엮어 출판한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농사일을 하시는 분이라 우리가 달력을 보고 계산하며 사는 것과는 달리 꽃이 피고 지는 등의 식물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세심한 삶을 적은 일기다.

어린 시절부터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것을 들킬까봐 모르는척 살아오다가 남편이 죽고나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의 일기를 쓰는 삶이 매일 일기를 쓰는 나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여 흠칫하였다.

내 소원도 내가 적은 소소한 일기로 책을 엮어내는 것인데 어쩌면 나는 아흔일곱 살이 되어도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다고 내 돈을 주고 내가 출판을 하자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요즘 1인 출판 같은 것도 유행하던데 나 스스로 내 일기를 엮어서 책으로 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230회정도 적은 일기가 있는데 300회 정도가 되면 엮어서 책을 한권 내고 싶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누가 그런걸 해줄까? 나 스스로 책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날이 막막하기도 한데, 언젠가 1인 출판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출판으로도 눈을 돌려봐야 겠다.

이야기가 또 다른곳으로 샜지만 오디오 클립에 좋은 컨텐츠들이 많아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디오북을 제일 듣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제돈주고 사서 듣는 것은 뭔가 꺼름직하다. 그래도 하긴... 한달에 몇 권 읽는다고 그런것에 인색한 것인가. 나 스스로가 이렇게 자린구두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오디오 클립을 듣다가 꼭 읽어보고 싶은 책도 생겼다. 일전에 '센서티브'라는 책으로 인기를 끌었던 '일자 샌드'의 '컴클로저'라는 책이다. 자신도 모르게 작용하는 본인의 방어기제를 알아차리는 법에 대해서 기술한 책인 듯 하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북칼럼리스트가 워낙에 흥미돋게 설명해주셔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에 넣었다.

가령 예를 들어 어린시절 엄마가 자신에게 하는 푸념같은 것을 어린나이에 받아들이지 못해 일부러 화제를 돌리는 습관이 생겼는데, 커서도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 알게모르게 그것을 계속 작동시킨 사례를 설명해줬다. 자식들은 엄마에게 그동안 힘든일을 수차례 이야기 했지만 그때마다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 탓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무심한 엄마가 된 이야기였다.

이 처럼 누군가가 타인과의 관계를 잘 이어나가지 못하고 혼자 있다면 어쩌면 본인도 모르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혼자 있는 상태를 즐기는 타입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거의 다 멀어져 가서 안타까웠다.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방어기제를 발휘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멀리 떨어뜨려 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나쁜 것은 아니고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고 혼자가 되어 편안해 한다는 내용을 듣자마자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결국 그들도 누군가와 잘 지내고 어울리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다 보니 그런 방어기제가 나타난 것이라는 아이러니도 있다. 실상은 방어를 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누군가를 원한다는 이야기다. 갑자기 소녀시대 태연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으면 누군가랑 같이 있고 싶고 누군가랑 같이 있으면 다시 혼자 있고 싶다.

는 이야기를 하는 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던데, 내 이야기 인 것 같아서 헉 했다. 나도 무리안에 있을때는 혼자 있고 싶을정도로 도망치다가 어느정도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가 되면 다시 무리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적당히 나를 지키면서 무리생활을 하고 싶은 이상한 방어기제다. 이래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나보다. 문제다.

아무튼 오늘은 오전타임, 30분 산책을 하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들으며 힐링하였다. 나날이 좋은 컨텐츠들이 많아 지는 것 같아서 집순이인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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