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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분이 너무 다운되어 있었다. 이유는 딱히 짚히는것이 없었고 <내가 우울한 원인 : 그냥>이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전날인 23, 24일에 딱 2일 출근하는 날이 숨통트일 날이구나 하고 고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같은 지역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나오자 연차를 빼서 쉬며 아이들을 돌보라는 남편의 설득으로 또 쉬게 되었다. 그럼 연초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3주 반을 쉬게 되는 셈. 그냥 한달을 쉰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듯.

12월 초에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2명 나와서 같은 원에 다니는 이유로 딸은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을 이었다. 나와 남편도 회사의 지침에 따라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2주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이런걸 자가격리냐고 남편에게 말할때 마다 "우린 밀접 접촉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가격리까지는 아니다. 필요한것이 있으면 나가서 사면 된다."라는 설명을 정확히 5번 넘게 며칠에 걸쳐 듣고서야 이해했다. 금붕어 조상이 된 듯. 며칠 지나면 또 물어봄. "여보, 우리 자가격리 중이야?", "아니. 우리 밀접 접촉자는 아니잖아!"의 무한되풀이. (이정도면 치매아닌가)

아무튼 나라는 금붕어 아줌마는 그때부터 쉬었는데 또 쉬네. 원래 쉬는걸 참으로 좋아하는 나지만 지금은 업무 교육중인데...6달 교육중에 1달을 빠지다니 절망적이다. 안그래도 손도 느리고 눈치 1도 없어서 뒷말이 웅성웅성 들리는 와중에 요난리라니. 앞전에 지워진 내 일기중에 그날의 일을 적은 글이 생각난다. 코로나로 쉬기 전 새벽식 시간에 국물떡볶이를 그대로 패딩과 바지, 운동화에 다 칠갑을 하며 엎는 쑈를 한 덕분에 기분이 상당히 뭐같았는데 다음날부터 또 쉬네. 하아. 역시 꼬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꼬여.

너무 걱정돼. 출근하면 빌빌거려서 또 한소리 듣고 눈물짜는 표정지으며 슬퍼하다가 퇴근하고 초토화된 집보고 한숨쉬고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접어버린 불량엄마는 양치도 패스, 동화책 읽어주기도 패스 한채 그저 빨리 씻기고 빨리 밥먹이고 빨리 재우기에 혈안되어 일을 진행하겠지. 그리고나서 자유시간이 나면 누워서 멍하니 손가락만 까딱하며 폰질만 하는 일상의 반복.

얼른 적응하고 싶은데 왜이렇게 몸이 안따라주냐. 정말 나이먹고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는건 쉽지 않은것 같다. 차라리 나보다 언니들이 많으면 나을텐데 나이도 고만고만해서 더욱 눈치보임. 글은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지만 실상은 아무도 나에게 관심주지 않는 아싸가 아닐까 조심스레 자기위로를 건네본다. '괜찮아, 금붕어! 아무도 너 신경안써!'라고 말이다.

이것과는 또다른 별개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최근 이태원 클라스와, 싸이코지만 괜찮아 기타 등등을 보았다. 바로 리뷰를 쓰는 버릇을 다시 내려놨더니 또 기억에서 잊혀지는 듯. 뭔가를 감명깊게 보고나면 바로 리뷰를 씁시다. 여러분. 특히 나.

한달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책을 잠시 필사했던건데... 물론 손글씨는 아니고 타자로 필사를 했다. 짧았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바보같이 타자만 치는 나를 보고 남편이 "그런게 도움이 돼?"라고 묻는다. "그냥..."

내가 우울한 이유도 그냥이고 글쓰는 이유도 그냥이고 한번씩 잘쓴 글을 타자필사하는 이유도 그냥이다. 타자필사는 10년째 간간히 하는 별 시덥지 않은 취미중 하나인데. 이것이 글쓰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들때가 더러있다. 어떤 도움을 줬냐면... 아무말이라도 쳐보는 자신감?을 심어준것 같네.

보너스 TMI. 둘째가 과일주스를 무선키보드에 쏟아서 닦고 말린다고 애썼지만 역시나 버튼을 누를적 마다 찍찍 쩍쩍 소리가 나고 터치감이 쐤이다. 오랜만에 또 의식의 흐름 일기를 쓰게 만들어준 D님께 감사의 글을 바친다. 물론 그분은 나 모름. 일기 그만 써야겠다.

오늘의 일기 = 신세한탄 2% + 알게모르게 내자랑 1% + 그래서 어쩌라고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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