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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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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iihhii 2023. 4. 24. 20:53

요즘 내 마음에 불씨를 당긴 웹툰이 있다. 바로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님의 신작.

<도토리 문화센터>

취미생활이라면 진저리 치는 40대 여부장의 고군분투 문화센터 입성기를 보자니 너무 웃프다. 중간마다 내 인생에 저장해놔야 할 명언 대잔치였다. 이미 스크린캡쳐도 열댓장은 해놓은 상태이다. 그중에 내 심금을 울린 대사가 있었으니.


나를 도망치게 만든 머릿속 목소리들이 있었지.
'세상에 필요한 그림은 이미 여기 완성되어있는데 나는 왜 그림을 그려야 할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목표로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생각하게 되는 질문인것 같다.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매년 매달 새로운 그림과 웹툰은 셀 수없이 쏟아지고 수백년이상 쌓인 고전부터 시작해서 온갖 책들은 헤엄쳐도 될 만큼 많다. 그것도 모자라 웹소설들도 많고. 그냥 무턱대고 내 이름  석자 한번 출판도서에 찍기에는 그 블랙홀속에 빨려들어가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것 같은  기분.

일전에 유행했던 짤의 '중독된 가능성의 상태'에 대한 글은 이즈음에서 나타난다. 뭔가 될것같은 그 상태에 머물며 실패도 도전도 하지않고 스스로 그냥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는 삶. 그런데 이 생각이 굉장히 무서운것이 여기서 여성이라면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겹쳐지면 이제는 정말 가능성이 사라져버려서 더 암담해진다는 것.

사실 가장 좋은건 결혼 전에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보는 편이 결혼을 생각하는 여성에게는 좋을 것이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인기있는 연예인들은 괜찮은 인생인것 같다고 느낀다. 찬란한 20~30대를 보내며 꿈을 이루고 40대에 자신의 가정을 만드는것 말이다. 내 딸들 시대에는 어쩌면 결혼은 40대에 하는것이 빠른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하지 않는다던지.

그래서 인생의 하루중에 가장 중요한 오전아침을 열정적으로 살고 인생의 점심때 부터는 조금 내려놓고 가족들품에서 쉬어 가는 삶. 이건 젊음을 가진 모든 생명들의 가장 닮고 싶은 이상향 아닐까.

나는 몇번이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림을 그려야 할 이유, 내가 글을 쓸 이유, 내가 유명해져야하고 책을 써야 만 할 이유가 .... 정말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다들 그 정도의 열정을 품고서 쉬지 않고 몰아쳐 방대한 양의 글과 그림을 이어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그들도 처음부터 잘했던건 아니겠지만. 도대체 그토록 긴 글과 그토록 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단순히 하루 일과라서?
그냥 돈을 벌어야해서?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당장 모든 현실의 굴레를 벗고 시간제약도 의식주도 모두 해결된 단 한칸의 방에서 나는 그들처럼 창작할 수 있을까?... 자~~ 생각이 여기까지 흘러가면 갑자기 숙연해진다. 왜 그러는지는 다들 잘 알것이다. 보통의 인간을 뛰어넘어야 가능한 영역을 보았기 때문이다. 에헴.

하얀여백을 무서워한다기 보다는 어쩌라고?뭘?하고 따지는 여자가 나니깐. 나는 그... 철이란 것이 좀 더 들어야 하겠다. 🤔 흠...  그래도 조금은 공감했었다. 사람들이 그림을 포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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