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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늘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매일 매일 출근하는 일상 이야기. 그래서 그날의 기분 그날의 소소했던 행복 같은 작은 기록들을 모두 모아 나의 출근일지 같은걸로 책을 내보는것. 꽤나 흥미로울 것 같다. 아무래도 사무직이 아니다 보니 좀 공감이 안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출퇴근하면서 느꼈던 장면이나 생각들을 모아서 출근이나 퇴근전에 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제목도 웃기게. 주간조 월요일 아침.  주간조 월요일 퇴근길. 그러고 금요일까지 쓴다음에 오후반 월요일 출근전, 오후반 월요일 퇴근후. 이런 제목으로 소소하게 잔잔한 일상을 적은 책이라면 ?

누군가를 죽이거나 엄청난 출생의 비밀, 부를 축적했던 나만의 스토리, 가슴을 앓는 절절한 짝사랑중인 콩닥콩닥 내 가슴 같은 눈에 띄는 이야기는 없지만 잔잔하고 마치 나의 일상같으면서도 읽고나면 개운해진달까? 그런 책. 마치 누군가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던 것 처럼 마음이 편안한 책.

억지로 그 세계로 끌려들어가지 않아도 되면서도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스토리. 그런 일기. 목차에 제목도 차라리 이런게 나을려나.

칠월 넷째주 금요일 야간반 출근전.

칠월 넷째주 금요일 야간반 퇴근후.

이렇게 제목을 적어서 일기식으로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왕이면 휴직후에는 딱히 일을 하지 앟으니 이런 제목은 어떨까.

구월 둘째주 목요일 오전.

구월 둘째주 목요일 오후.

굳이 매일매일 기록하지는 않고 혼자서 문득 잡생각이나 혼잣말, 갑자기 느낀 점 들을 슥슥 적어보는 거. 좋지 않나? 평소에 책을 내고 싶다고 항상 생각은 했었는데 딱히 어떤 한 분야에 대해서 쓸 줄 아는 바가 없어 참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울했는데 이렇게 꼬박꼬박 살아가는 하나 하나의 일상을 엮어서 일기처럼 적는 것에 나는 자신은 있으니! 이런 식으로 책을 엮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연재할 수 있었다면 더욱 더 좋았을텐데... 아직 그정도의 글 실력은 되질 못해서 너무 아쉽고 한숨남.... 브런치 너무 많이 떨어져서 이제는 응모할 생각도 못하겠음. 물론 내가 너무 실없고 깊이 없는 글만 적은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말이다. 스팀잇은 너무나 좋은 블로그 였지만 역시나 따로 이웃들과의 소통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댓글조차 없어서 씁쓸. 그래도 보팅은 소소하게 들어오니깐 고맙다. 나의 글의 출발점은 아니지만 내가 자신있게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분명하다.

글을 쓰게 되서 너무 좋아. 물론 누군가 알아주거나 어딘가에 꾸준히 연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번씩 요즘은 공허할 때가 있다. 마치 큰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것 처럼 내 안에 큰 사건들이 하나둘 지나가고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가 되어 버린 시간. 지나간 소란스런 사건들은 모두 고요해지고 나만 오롯히 남은 느낌.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같은 사람. 내가 그래서 나무를 좋아하나. 나무가 많은 곳은 너무 좋아. 물론 바다도 너무 좋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건 나무와 바다 그리고 하늘. 굳이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바로 곁에 있는 작품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드문드문 나무들이 있는데 출퇴근시에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캠페인이 사업장내에 크게 진행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게 되었다.

모두 똑같은것 같지만 모두 다른 나무들.
하나하나 다들 제각각의 개성이 있는 나무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더 잘나서 자라나는 나무들이 아니다. 누군가가 푸르러 지라고 명령해서 푸르러 진게 아니다. 그저 내가 서 있을 공간 그정도에 만족하며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를 기다리며 조용히 침묵하는 나무. 겨울이 오면 잎을 떨구고 여름이 오면 햇볕을 듬뿍 받으려 혼자서 노력하는 나무. 그런 나무들이 너무나도 대견스럽고 멋지다. 묵묵히 서서 모든 계절과 모든 시간을 다 받아내는 나무들. 그래서 나무의 죽음은 더욱더 경건하게 느껴진다. 있던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선 나무들이 내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럴수가 없는 자신과 너무나 대입해서 생각하게 되어, 실로 경이롭다.

자연이란 하나의 그림이고 하나의 작품이지만 하나의 세계. 하나의 신. 그냥 우주인 것이다. 쓰고 나니 오글거리네. 아무튼 이렇게 출근하면서 나무를 보고 느낀점만 모아도 꽤나 즐거울것 같다. 차라리 나무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무
하늘


사람
공기

이런걸로 말이다. 지구에 사는 지구인이  느끼는 생각들을 한데 모아 보는 글도 정말 흥미진진 재밌을 거야. 오늘도 시작은 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끝나는 하루. 그래도 즐거운 하루. 오늘 하루도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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