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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은 시간이 지나도 명문이다.
이 소설은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유명배우가 읽어주는 고전소설의 한 대목을 들었다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던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개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이었고, 주인공 벅이 야성에 대한 부름으로 자연속에서 주인과 같이 있다가도 몸속에 피가 들끓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였다. 쉽사리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걸 필연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도서관에서 본의아니게 어른책도 빌려야해서 100년도 넘은 고전소설들을 정주행중인데 참으로 좋은 글들이 많다.
당시에는 그런 것이 당연했겠지만 지금에와서는 현대사회에서 접하기 힘든 모습들이 참 많다. 얼마전에 읽은 비밀의 화원도 그런 예이고. 성경책은 또 얼마나 오래됐는지(ㅎㅎㅎ) 성경책을 내가 과연 읽을 날이 올련지. 온다면 그건 언제일까요. 성경이야말로 진정한 고전소설아닐련지.
아무튼, 소설 이야기를 하자.
제목부터 간지나. 야성의 부름. 주인공 이름인 벅도 찡처럼 간지가 철철난다. 내가 개의 입장이 되어본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또 몰입해보긴 처음이네. 편순간부터 3시간만에 독파하였다. 상당히 얇은 소설인 편이고 200쪽정도이다. 주인이 4번정도는 바뀌는 와중에 우리의 사랑스런 벅의 멋진 성장과정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나의 어수룩한 말로 벅을 묘사하기란 참으로 부끄러우니 본문에서 가장 마지막 즈음에 거의 만렙에 다다른 벅에 대한 멋진 묘사를 가져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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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벅은 늑대처럼, 야생 짐승처럼 교활했다. 그러면서도 셰퍼드와 세인트버나드의 지능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가장 험난한 시련을 거치며 얻은 경험까지 더해지자, 벅은 황야를 어슬렁거리는 여느 야수만큼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었다. 벅은 오로즈 고기만 먹고 사는 육식 동물이었고, 삶의 절정기에 활짝 피어나 정기와 생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손턴이 다정하게 등을 어루만지면 털 한 가닥 에 갇혀 있던 자력이 흘러나와 손이 닿는 곳마다 따닥따닥, 빠직빠직 소리가 났다. 몸과 머리가, 신경 조직과 섬유가, 신체의 모든 부분이 극도로 정교하게 조율되어 서로서로 완벽한 평형, 또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벅은 뭔가를 보거나 듣거나 무슨 일이 일어나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면 번개같이 반응했다. 허스키들은 방어나 공격을 할 때 순식간에 도약하는데, 벅은 허스키보다 갑절로 빨리 도약할 수 있었다. 벅은 어떤 움직임을 보거나 소리를 들으면 다른 개들에게는 그저 보고 들은 것을 파악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반응까지 했다. 벅은 인지하는 동시에 판단하고 반응했다. 실제로는 인지, 판단, 반응, 세 가지 행위가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시간차가 거의 없어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벅의 근육은 활력으로 가득하고 강철 용수철처럼 날카롭게 움직였다. 기뻐 날뛰는 생명력이 벅의 몸속에 찬란히 흘러넘쳐 순수한 환희로 몸을 산산이 부수고 온 세상으로 흥건히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세상에 저런 개가 또 있을까."
어느 날 존 손턴의 동료들이 야영지 밖으로 당당히 걸어나가는 벅을 지켜보고 있을 때, 손턴이 말했다.
피트가 대꾸했다.
"저런 녀셕은 또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어."
한스도 맞장구쳤다.
"내 말이! 나도 동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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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집에서 왕처럼 조용히 군림하던 벅이 어느날 납치되어 썰매개로써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혹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약육강식의 철저한 야생의 질서앞에 강인한 개로 다시 재탄생합니다. 여러번 썰매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에 기력이 쇠해 지쳐버린 벅을 구해준 은인같은 존 손턴을 잘 따르는 충직한 개 벅은 어느날부터 몸속에 들끓는 기운을 감지하는데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몸속에 각인된 선조들의 모습까지 엿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숲에서 늑대 한마디와 마주치게 된 벅은 그와 함께 숲을 내달리며 자유를 만끽하죠. 그러면서 차츰 주인인 존 손턴의 야영지를 떠나 숲에서 동물들을 사냥해 잡아먹으며 야성의 본능을 다시 깨웁니다. 이제껏 사냥한 다른 먹잇감보다 몇 배로 큰 사슴을 몇 일간의 노력끝에 사냥하고 풍족히 먹고 자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돌아간 야영지에서 주인이 죽은 모습을 보고 삽시간에 그 주범인 인디언들의 목을 물어 뜯어 죽여버립니다.
그 후로 인디언들 사이에는 그를 따로 유령개라고 호칭하며 무서워했고, 그는 늑대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야생으로 돌아가 본능대로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 중간에 썰매개 시절에 많은 다툼들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했네요. 그건 책을 읽으며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읽다가 너무 좋은 부분이 있어서 사진을 3장정도 찍었는데 여기에 다 적으면 과할것 같아서 한장정도만 적고 이 소설에 대한 리뷰를 끝낼까 합니다. 필사를 한다면 이런 책을 필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개의 관점에서(엌ㅋㅋ) 잘 쓰려진 작품입니다.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필사하고 싶은 책입니다. 찜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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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사냥철이 되면 오래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 숲과 들판으로 나가서 화약으로 납덩이를 쏘아 생물을 죽인다. 피를 보고 싶다는 욕망, 살육의 기쁨, 벅 안에서 꿈틀거리는 본능도 바로 그런 것이었지만, 벅의 본능은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본질적이었다. 벅은 무리의 선두에 서서 내달리고 있었다. 야생의 것, 살아 있는 먹이를 쫓아가, 자신의 이빨로 죽이고 따뜻한 핏물 속에 주둥이부터 눈까지 흠뻑 적시고 싶어서.
삶의 정점에서 나타나는, 삶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나타나는 황홀경이 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삶의 역설이 있다. 그 황홀결은 우리가 가장 충만하게 살아 있을 때 찾아오지만, 막상 황홀경에 들어가면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게 되므로, 그 황홀경, 살아 있다는 것을 망각한 상태는 불같은 열정에 사로잡혀 무아지경이 된 예술가에게, 싸움에 미쳐 자비를 베풀지 않는 전쟁터의 군인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이 벅에게도 찾아왔다. 벅은 무리를 이끌고 옛날의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살아 있는 먹이, 자기 앞에서 달빛 속으로 재빠르게 달아나는 먹이를 쫓아 안간힘을 쓰며 달리고 있었다. 벅은 시간의 근원으로 돌아가 자기 본성의 깊이를 재어 보고, 자기 자신보다 더 깊은 본성을 더듬어 보고 있었다. 벅은 순수한 생명의 파도에, 존재의 물결에, 근육 하나하나와 관절 하나하나와 힘줄 하나하나가 느끼는 더없는 기쁨에 지배당했다. 그 기쁨은 죽지 않은 모든 것들이, 환하게 빛나고 서슴없이 날뛰는 모든 것들이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기쁨, 별빛 아래 움직이지 않는 무기물의 표면을 의기양양하게 달려 나가는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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