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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내 나이가 벌써 34살이 되었다. 많으면 많고 작으면 작은 숫자이긴한데, 언제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고 나면 후회되는것 한바가지 아쉬운것은 서른두 바가지 정도 되는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일만 하면서 20대를 보낸후 결혼과 육아를 시작하고 가정주부로써 살아가다 보니 새삼 회사생활하며 놓쳤던 많은 부분들이 후회로 다가온다.

내가 했던 많은 아쉬운 행동들을 모두 모아서 설명해보자면 "사회성 떨어지고, 우유부단한,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해서 아무리 안 맞는 상황이라도 계속 하다보면 적응된다고 하던데 내가 그런 케이스인듯 하다.

어린시절부터 남들과 어울리는걸 어색해하던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취업, 결혼까지 달려온걸 보면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서 우울감을 씻어내리기 힘든 이유중에 하나가 상상력의 부족인듯 하다.

어린시절은 가난해도, 힘들어도, 끔찍해도 혼자만의 상상속에서 어떻게든 행복을 찾아나섰다면 지금은 상상을 담당하는 뇌쪽이 굳어져버린건지 도통 행복회로가 돌아가지 않는다. 덕분에 최근에 찍는 사진속의 내 표정들은 죄다 썩소 뿐이다.

어떻게든 매년 밥먹는 사람이 바뀌고 일이 바뀌어도 따라가려고 어둥버둥 노력했건만 건강과 성격을 버렸으면 돈이라도 좀 남아야할텐데 그것도 그다지 없네. 이래서 다들 재테크 투자에 목을 메는것인가.

딱 하나 있는 계모임이 있는데 다들 1년에 몇마디 할까말까할뿐. 그저 어린시절의 의리로 다들 꼬박꼬박 매달 3만원씩은 내고 있지만 사실 조마조마하다. 언제든 사라질 모임. 그래서 내가 먼저 선수치고 나와버리고 싶어도 나 없이 그들끼리 놀러가서 행복한 사진을 프사로 올릴까봐 또 그걸보고 배알이 꼴릴까봐 그짓은 먼저 절대로 못해.

이 새벽에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네이버 카페를 하나 개설해봤다. 어디다가 이런 센치한 글을 모아다 놔야할지 모르겠어서. 개인적으로 앱에다가 써서 한가득 모아놓는것보다는 인터넷 어디 아무개 골짜기를 선호하는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래도 개설해도 또 폐쇄한다. 그렇지. 쪽팔리지.

거울을 보고 웃어보는데 영... 어색하네. 일요일 아침 7시에 잠깐 일어난 남편이 애들 다 깨워줄까?하며 으름장을 놓고는 다시 자러 간다. 보통 이 시간에 일어난 아이 둘을 가진 엄마들은 아침밥을 위해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드는 시간이려니. 그런데 나는 오늘 너무 우울이 가득차서 어디다가 글로라도 털어놓고 싶은데. 결혼한 남편에게 조차 말을 못 하는 삶이네.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우울한 엄마지만 그래도"
라는 책말이다. 나처럼 사회생활도 잼병인데 아이는 낳고 키우며 집안일도 잘 못하고 그렇다고 뭐하나 똑부러지는 맛도 없는 그저그런 여자가 할 일없이 새벽에 일어날때마다 늘어놓는 혼잣말을 200페이지 가량 묶어서 출판한 책말이다.

그 책을 누가 유용하게 보겠냐고? 천만에. 전혀 유용하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그 책을 보며 이렇게 어둡고 칙칙한 아줌마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구만 하는 마음정도만 갖게 되겠네. 읽고나면.

처음에는 책이라도 한권 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이상한 자신감도 점점 나이가 먹고 내 주제를 적나라하게 알게 되니까 책이란 이젠 그저. 내 돈 주고 나 혼자 볼 책 몇 부 정도 찍어보고 싶다는 더욱 소박한 바램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그냥 내가 쓴 글을 뭉텅이로 묶은 종이말이다.

사실 요즘의 나의 고민을 털어보자면. 아이들이 걱정된다. 남편이 건강한 스타일도 아니고 나도 하는 일 자체가 2교대라서 몸을 갈아서 돈을 버는 타입인데. 혹시라도 둘 중에 한명이 먼저 가버리면 이 두 아이는 어떻하나 하는 마음말이다. 모든 부모들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이 내게는 너무 구속같고 부담스러운 어떤 짐으로 느껴져서 그렇다.

어딜 가더라도 항상 아이들이 생각나고. 이런걸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현명한 부모님들도 많은데. 나는 왜 이런걸 짐스럽다고 느끼는걸까. 보통 가장들이 그렇게 많이 생각한다고 하는데 나는 왜 벌써 남편이 죽지 않았음에도 남편의 부재에 대응할 메뉴얼을 매번 고심하는걸까.

블로그도 운영해보고 SNS로도 돈을 벌어보려 했는데 그것도 잘 해야 하더라. 너무 쉬워보였던 길이 사실은 가장 힘든 일이었네. 그렇다면 영어를 배워서 번역을 해보는건 어떨까 했는데 그길도 이미 포화상태. 주말없는 삶은 생각하기 싫은데. 자꾸 쉬니까 더 쉬고 싶어지네. 곧 복직이 코앞인데.

회사생활이 내게 맞지 않는 다는 것은 이미 입사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상한 성격이라는 걸. 앞에서는 웃지만 속으로는 너무너무너무너무 부담스럽고 껄끄럽다고. 나이가 드니 인내심도 덩달아 깎이는지 내가 힘들고 짜증나면 점점 표현하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급기야 혼자 다니는것이 편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뭐 이게 팩트지만.

나는 언제쯤 남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아껴줄까. 그렇다고 나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걸까. 그런 내가 엄마가 되어도 좋은걸까. 앞으로 30년은 더 일해야 하는데 너무 하기 싫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집에서 애만 키우며 히키코모리 같이 생활한다면 나중에 후회할것 같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인간관계가 이렇게 힘든거였다는걸 왜 엄마는 가르쳐주질 않은걸까. 내 중학교 일기를 보더라도 온통 인간관계 이야기뿐이다. 아이가 운다. 또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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