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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에 대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를 작가이자 훌륭한 에세이스트라는 걸 '인정'하기로 한다. (이미 나빼고 다 인정한...)

몇 달전부터 전해들리는 그의 근황에 대해서는 잠시 몇 초간 머무르는 수많은 인터넷 글들속에서 관심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나는 허지웅을 몰랐지만 jtbc에서 방영했던 화제의 프로인 마녀사냥을 통해서 그가 사마천의 이미지라는 것만 알뿐. 그 다음 알게된 그의 이미지란 미우새에서 보여준 극도의 깔끔하게 정돈된 집을 유지하는 1인으로 알고있었다.

그런 그가 어딘가 아프다고 하고 사라지고는 최근 <허지웅의 설거지2>라는 글로 나타났다. 그가 처음 설거지라는 코너를 연재하던 2016년도 당시였다면 절대로 읽지 않을 "쓸데없이 긴 자기이야기"였을텐데. 나도 2년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며 주변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글들을 읽다보니 그의 글이 마치 매일 보던 이웃들의 일상글 처럼 아무런 거부감없이 읽혔다.

아무생각 없이 읽었으나 그 후에는 그의 다른 연재글을 읽고 또 읽고. 그러다보니 그처럼 글이 쓰고 싶어진다. 필사를 해봤지만 그처럼 될 수는 없겠지. 익명의 누군가가 달아놓은 댓글이 생각난다. 예전에 봤던 그의 글은 건방지고 오만했다면 최근 투병후의 그의 글은 따스하고 부드럽다고 말이다.

정말 인가 싶어서 2016년도에 연재했던 글을 보니 그렇게 생각할만 하다. 그러나 글쓰는 스타일이나 이야기 전개방식 같은 것은 비슷한듯 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친근스러워진 허지웅이란 혹시 아프고 난 후 절대로 가족이나 사랑 연인 이런 따스한 말들을 쓸것 같지 않던 사람이 그것이 필요하고 그립다고 말하는걸 보며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글의 소재가 친근스러워졌을뿐 그는 여전히 자기 객관화를 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생각난 다른 사람 이야기도 쓰고 싶어진다. 이병률 작가이야기인데, 일기를 쓰기 훨씬 전부터 자주 그가 연재하던 글들을 필사했다. 그러면서 그처럼 글을 잘 쓴다면 정말 좋을텐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어디선가 그 작가 이야기가 나오면 약간 더 관심을 가지곤했다. 물론 그가 참석하는 곳에 직접 찾아가거나 그의 책을 사서 모으거나 하는 수준의 팬은 아니었고,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롤모델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다시 그가 인터넷 모매체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런데 내가 알던 그가 맞는지 모르겠다. 여행의 아름다움을 전하던 그가 쓴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약간 날이 선 글이었다. 그도 사람이니 그런 글을 쓸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작가라는 이름에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와 글의 느낌이 있었는데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이것은 마치 내가 전지현을 좋아하는데 어느날 공중화장실을 우연히 들어갔다가 앞니를 훤히 보이고선 이쑤시개로 음식물을 빼내고 있는 전지현을 목격한 기분이랄까. 물론 그녀라면 그런 구수한 제스쳐 조차도 여신들의 몸단장처럼 우아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정도로 별것 없는 글이었지만 나의 이상향에서 그가 제외되는 순간이었다. 이 글을 그가 볼지도 모르겠으나 그는 그대로 아주 잘살고 잘쓰며 행복하길 바란다. 어떤 음해의 의도도 없으며 단지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지워버리는 학창시절 팔분출의 그런 행동이라고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아무튼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내 글의 롤모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내게 놀라움을 선사한 그가 계속 글을 연재하길 바란다. 그리고 재연재를 시작하며 글을 썼던 "위험했던 그 날의 이야기"도 얼른 써주길 바란다. 물론 나는 그를 추종하거나 편애하거나 그러는건 절대 아니고 저정도로만 글을 써도 행복하겠다 이런 롤모델 정도이니 허지웅 작가님은 아무런 걱정하지말라. 이런스타일의 글을 쓴다는것을 알았다면 나도 투병중인 그에게 털모자라도 사서 보냈어야 했던건가.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뜨개질을 시작해야햇!!!

To. 갑자기 뜬금 무슨 소리냐고 되물으실 글을 읽는 분들에게. 그냥 미친 망나뇽이 또 헛소리를 야밤에 적어대는구나 하고 지나가면 된다. 그러고보니 아주 예전에 나만큼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던 이웃분이 계셨던거 같은데 나만의 착각인가? 나한테 그런 말 하신분 아이디와 날짜 글이 보이도록 캡쳐한 후에 내 글의 댓글로 이미지를 올려주길 바란다.

뭘 주려는건 아니고. 내가 흐뭇하라고 ㅋㅋㅋ
ㅋㅋㅋㅋ또 글 말미에 자의식 과잉이네. 안녕. 설날. 안녕. 헛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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