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딸 걱정에 오늘도 날이 다 새는구나.

kkiihhii 2023. 2. 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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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장자>책을 읽고 오랜만에 삶이란 무엇인지 한걸음 떨어져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역시 마음이 어지럽고 정신이 산만할때는 고전을 읽는 것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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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북클럽에서 추천해준 책을 중심으로 독서를 계획했다. 이북으로 <어린이라는 세계>를 64% 읽으며 생각한 것이 있다. 아이들과의 짧은 대화를 기록해두는 것도 굉장한 의미가 있는 일이구나 하는것을. 소싯적에는 아이들 모습을 인스타나 유투브에 업로드 하는 부모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지금에서야 그것또한 하나의 사랑임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카톡프사 바꾸기 부터 먼저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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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생각나서 써보는 우리 두 딸들의 아무말 대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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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가장 먼저 들은 올해 5살 둘째의 한마디.

"엄마, 나는 이제부터 자유롭게 행동할꺼야. 책도 두권 볼꺼고 아이스크림도 두개를 먹을꺼야."

여기에는 웃픈 이유가 있는데, 아이가 어제 낮잠을 안자고 저녁 7시에 자서 새벽 4시에 기상해버렸다. 덕분에 새벽에 깬 남편이 출근전 육아를 했다는... 나중에는 지쳐서 알아서 자라며 방에 보냈는데 조용해서 가보니 거실 쇼파에서 혼자 동화책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가 일어나는 6시까지 꾹 참고 기다리다가 엄마가 일어난듯 하자 가장 먼저 건넨 한마디가 저 말이었다. 남편과 웃으며 얘기했다. 진짜 목적은 아이스크림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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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귀멸의 칼날 보여줘"

올해 8살 첫째가 같은 기관에 다니는 아이가 귀칼 얘길 한것인지 영어공부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귀칼을 물어봤다. 주인공은 어떻게 돼? 왜? 하며 끊임없이 만화줄거리를 물어대는 통에 후다닥 태권도도복을 입히고 딸 두녀석 모두 태권도장에 보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살아나고 이야기가 끝났다는 얘길 해줘도 그래서? 그뒤에는?을 말하며 후기까지 기다리는 녀석이란. 아니 벌써부터 귀칼을 접하면 어쩌자는건지. 분명히 거기 나오는 대나무를 문 여자친구가 이쁘장해서 영업당한것임을 나는 단번에 알수있었다. 이미 귀칼을 정주행했다는 엄마를 몹시 부러워하는 첫째를 보니 참으로 착찹하다. 하늘아 무너져라 ㅋㅋㅋ 지구 뿌셔 ㅋㅋㅋ 근데 나도 6살때부터 란마도 보고 만화 엄청 봤는데. 또 그렇게 생각하니 짠하긴 함. 너란 녀석. 7살때 선생님 피드백만 좋았다면 엄마가 당연히 같이 봤을꺼임ㅋㅋ 나도 만화짱좋아함. 아무튼 너란 녀석은 아직은 미디어랑 친해지면 안된다. 1년을 잘 참아왔으니 조금 더 참아보라. <-그러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카드캡터 체리는 아이들과 신나게 보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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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타났다."

이 말은 둘째가 엘리베이터에 탄 할아버지를 보고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뱉은 말로써. 그 말을 곁에서 라이브로 들은 첫째는 갑자기 뒤를 돌아 숫자버튼을 조용히 만지작 거렸다. 나는 조용하라고 한마디 주의를 줬지만 나중에 집에서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니 박장대소함. 진짜가 나타났다니.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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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빠를 사랑해?"

이 이야기는 요즘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는 첫째가 물은 질문으로. 나의 답변은 뭐. 그럭저럭으로 대신하였다. 부정의 말을 한다면 어린시절에 대한 쓰라린 상처가 되려나 싶어 가급적 내 생각에는 적절히 답했지만 아마도 현명한 엄마였다면 아주 사랑하고 온 우주 만큼 사랑하는 사이라고 대답했겠지. 그냥 그럭저럭 그런줄 알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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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는 8살 첫째가 질문하는 횟수가 줄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시름 놓았다. 전에는 예의범절부터 시작해서 사사건건 질문이었는데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그냥 규칙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차라리 이해시키기가 편했다. 후속질문을 원천봉쇄하는 그 한마디. 규칙. 왜 존댓말을 어른에게 해야하는건지 묻는 아이에게 그게 인간사회 규칙이라고 해줬다. 설명하기 까다로운 인간사회 규칙들을 알아가는 첫째 눈에는 이제 세상이 점점 다크해 보일테지. 그래. 삶이란 그런것이야. ㅡ ㅡ)암암. 친구들이 모두 착해보여? 아냐. 그렇지 않을꺼야. 잘 생각해보렴. 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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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가끔 나의 부정적인 시선에 놀라곤 한다. 나도 또한 나의 부정적 사회인식과 대답에 돌이켜 생각해보고 흠칫 할적이 있다. 온 세상에 따스한 마음을 다 퍼다주어서 남은 것은 육신뿐인가. 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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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으로써 드디어 길고도 험난했던 초등입학전 아이 학원세팅이 완료되었다. 참으로 속이 썩었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유치원선택이었다면 이렇진 않을것인데. 학원 선택은 정말... 훠.... 워킹맘중에 이미 개학전에 방과후 시간표를 보고 방과후1을 선택하고 아이의 이동동선을 고려한 적절한 여분시간, 그리고 그 후 일정을 세세하게 짜넣고 요일마다 은근 겹치지 않게 다양한 학원을 배분하고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엄청난 똑똑한 맘들이 있다. 존경한다. 나는 고작 공부방이랑 어학원 선택도 피를 말리는 듯 하였다. 하긴. 언어치료센터 선택도 유치원선택도 뭣하나 선택아닌적이 없었지. 그런데 학원은 완전 결이 다른 선택의 순간이었다. 뭐랄까. 여기서의 한번의 선택이 이 아이의 미래를 완전 뒤바꿀것만 같아서? 남편과 나는 새벽까지도 아이 학원 고민으로 끊임없이 얘길 하였다. 막상 결정의 날로 고지된 2월 16일 저녁 7시까지도 치열하게 고민하였다. 숫한 캔슬과 에러 다양한 지뢰, 헤프닝을 거쳐 선택했기에. 이번선택을 믿고 앞으로 6개월은 조용하겠지. 6개월뒤 어학원은 다시 시간조정을 받겠지만 일단은 큰 길을 닦아놨다는 안도감이 남편과 나를 한시름 놓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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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귓등으로 흘리는 우리지만, 이번에는 아주 남다르게 아이의 상태를 직감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바로 LSSC라고 학령기전에 유아언어지능검사로. 해봤자 어디 평균하 정도 나오려나 별 기대가 없던 상담사와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니까. 평균이상이 나왔던 것인데. 저번 인지능력 검사는 평균정도여서 크게 와닿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화용언어도 검사항목에 포함된 좀 더 세밀한 언어측정도구로써, 테스트를 진행한 선생님도 당황하셨다. 평소보다 너무 말을 잘한 것이다. 덕분에 뜬금없이 평균이상이라는 날강두(?)같은 결과지를 받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아이가 언어능력이 평균이상이란 건가요???? 평균 100인 이 검사에서 112점이라는 평균이상의 언어점수를 받은 우리 딸은... 이상하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나와 남편은 믿지 않는다. ㅡ .ㅡ)저 털파리가... 그럴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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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야수같은 성질과 난폭한 행동, 거침없는 말투, 배려없는 까칠예민보스 딸이 평균이상의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을 가진 보통 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8개월을 그 돈을 돈을 써가며 치료했지만. 그 치료라는 것이 단기간에 인간을 활골탈퇴하게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음 회기 부모상담 시간에 언어치료사를 붙잡고 물었다.
선생님이 보기에 우리아이가 정말 괜찮은것 같으세요? 그러자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는 이제 심리치료가 필요해 보여요. 언어적으로도 인지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지금 종결하자는 이야기인가요?????
어머니. 지금 무발화에 한마디 말도 못해서 치료를 다니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머니는 지금 저에게 따지실 것이 아니라 아주 기뻐하셔야 합니다. 다들 그렇게 되고 싶어하며 다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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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믿기지 않는건 아닌지 남편도 치료기관의 실장과 두차례 전화통화를 청하여 상담을 했다. 말은 여전히 일관되었다. 아이는 이제 심리치료가 더 시급해보이며, 언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또래들과 많이 어울리거나 혹은 짝치료 같은 것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부모가 먼저 심리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우리 둘다 아이에게 너무 불안해하고 있고 그 불안이 아이의 현실적인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고 초조하게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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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다음주에 부부상담 4회차를 맞이하게 되는 현 시점에 다시 생각을 해봤다. 우리 아이가 정말 정상인가. 그러나 여전히 또래들과 있으면 너무 이상하다. 너무 튀고, 너무도 제멋대로라 학교에서 통제가 될까 걱정된다. 2월에 예약된 대학병원은 가지 않았다. 이번에 가게 되면 아마도 아이에게 약을 처방할 것이다. 우선은 학교에 입학후 담임에게 원래는 알리는 것을 생각했으나 언어적으로도 인지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현재 학원과 공부방을 착실히 다니고 있어서 착석도 문제가 없다. 또 갈등된다.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우리애만 초록색이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노란색 같다. 너무 튄다. 그냥... 노랭이들 사이에 있으면 초록이라 튀어서...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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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빨리 시간이 흘러 지금이 6월의 어느날이었으면 좋겠다. 작년부터 제발. 제발. 제발 2023년 여름의 어느날로 바로 점프하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지금껏 센터와 학원, 공부방 라이딩을 해서 성과가 나와서 다행이긴 한데 정말 저 아이가 심리수업만으로 바뀔까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녀석덕분에 관심도 없던 사주역학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그냥 나랑 같은 무인성이라 그렇겠지 하며 넘기고 싶은데. 그냥. 어딜 내놔도 눈에 띄는 그 아일 보면 착찹하다. 인지가 올라서 다행이지만 덕분에 예전에는 남이 자신에 대해 비꼬거나 쑥덕거리는걸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했다면 요즘은 좀... 남들이 자기에게 이런저런 말을 한다는걸 알고 가끔 울적해진 모습을 보인다. 치료를 해서 아이가 눈치가 생겨서 좋은데 그게... 아일 더 자신감없고 우울하게도 만들어서 참... 이것도 이것대로 골치가 아프다. 원래 내가 바라던 딸은 조용하고 차분한 딸이었는데 정말 내 바램대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중이긴 한데(물론 행동은 아직 소거안됨) 어쩌면 내가 이 아이를 지금 가지치고 있는건 아닌지 끔찍한 생각이 들적도 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멋대로 제단한다는 생각이 들적마다 또 한없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학교라는 곳에 맞게 아이의 튀어나온 부분을 억지로 다 쳐내는 느낌. 내 딸이라는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튀어나온 부분이 유독 많은데 그걸 학교라는 곳에 알맞게 넣으려고 어떻게든 쳐내는건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것이라. 뭐;; 다들 자식을 그렇게 키우는거겠지만 좀 짠할 적이 있다. 너는 너대로 해맑게 커도 될텐데 말이다. 안되는 예시겠지만 너가 그냥 활발한 강아지나 나무나 구름 같은것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사람이라서. 에휴. 내 생각이 이상한건가 싶기도 하고. 버릇없는 아이 고쳐야 되는게 맞는거긴 한데 말이다. 모르겠다. 육아의 딜레마. 너도 이런 엄마아빠가 짜증날테지. 엄마도 다음생애는 바람으로 태어나고 싶구나. 같이 바람이 되자. 아무곳에 어떻게 불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겠지. 너를 있는 그대로 봐줄수 없어 미안하고. 또 그러면서도 계속 너를 의심하고 믿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러면서도 너가 잘 해내줬으면 좋겠고 또 상처는 가급적 덜 받고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모든것이 엄마의 이기적인 생각이겠지. 요즘은 아이가 가끔 아무말없이 앉아있을적에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을때가 있다. 무슨 생각을 하니 아가야 ㅠㅠ)우울하니..... 에혘ㅋㅋ 너 결혼하는 날은 엄마랑 아빠는 두 눈이 아주 퉁퉁 붓겠다. 너 입학식 하고 교실 들어가는거 봐도 울컥 할 것 같다. 모든 육아는 당연히 힘이 드는 거겠지만 나에게는 유독 너라는 딸이 가장 힘이 드는구나........ㅠㅠ).......어휴ㅜㅜㅜㅜㅜㅜㅜㅜ우리 첫째 어떻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쓰면서도 또 눈물나네 ㅠ에후.........정말 쟤를 어떻하니 이런걸 누가 쓴건지 몰라도 딱 맞음. 정말 쟤를 어떻하니... 이제 점점 널 도와줄 방법이 사라져만 가는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학교가면 더 못도와줄텐데 에휴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너무 품안에 키우나?? 회사일도 회사일만의 극악의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자식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 초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