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세븐, 예민함 내려놓기

kkiihhii 2022. 12. 27. 11:37

한번씩 사고가 잘못 된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다. 오늘 같은 경우도. 나는 잘하는게 뭘까? 이렇게 생각하며 일기를 쓰려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냈는데 더 좋은 쪽으로 밝은 쪽으로 생각을 돌려본다면. 나는 잘하는게 있어. 잡담을 글로 쓰는 거.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것 같다. 나는 잘하는게 뭘까?=> 잘하는거? 잡담일기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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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득하게 끝까지 읽은 책이 없는 것 같다. 그 없다는 것은 최근 일주일 사이의 이야기이다. 저번주에 끝까지 본 책은 있었지만 대부분 리뷰는 쓰지 않았다. 마음에 큰 울림을 주거나 꼭 한마디 써야 할 것 같은 작품이 아니면 그냥 읽고 머리속에 흘러가게 놔두는것 같다.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꼭 읽은 걸 기록해야 한다는 압박이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 같아서 필사같은 것도 가급적 하루에 몰아서 각 잡고 2시간 정도 바짝 하고 내려놓고 있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우선은 책의 중간까지는 정독으로 읽었던 책 2권을 짧게 리뷰하도록 하겠다. 내 일기를 간혹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짧게 리뷰한다는 글을 썼다고 해서 절대 짧은 적이 없다. 만약에 시간이 조금 더 허락된다면 요즘 필사중인 책 소개도 적어보겠다. 이동도서관에 책반납을 해야해서. 지금 시간이 10시 34분이니 11시까지만 적고 도서관으로 가야한다. 저번주에 빌렸던 짧은 단편(내 기준 짧은 단편이고 대략 100페이지가 넘는 아동문학)이 첫째가 질색팔색하며 싫어해서 모두 반납할 예정이다. 다시 수준을 좀 내려놔야 할 것 같다. ;;

글을 쓰려는데 아파트 방송에서 이동도서관이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갑자기 조급해지네;; 이렇게 똥줄타기 시작하면 글이 또 폭죽처럼 펑펑터진다. 아~아~~ 연속 2번 방송한다. 당장에 책을 챙겨 달려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진다. 저걸 반납하고 다시 수준을 낮춘 책을 빌리고 장을 보고 3시간정도 열심히 집청소를 하면 3시30분에 아이들이 집으로 온다. 그리고 6시반에 치과를 가고 7시에 농장에서 트럭으로 직배송되는 트럭에서 딸기를 사야한다. 오늘은 자기전에 꼭 책을 각잡고 읽어줘야지. 어제는 갑자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현타가 왔다. 이 현타라는게 아이들 책을 읽어주다가도 온다니. 놀랍지 않은가? 궁금하다고? 그럼 하루 날잡고 빨간날에 2시간, 2시간 오전 오후 끊어서 도합 4시간정도를 목청껏 책을 읽어줘보라. 현타가 온다. 이건 고문이야 싶은 순간이 올 것이다.

헛소리를 쓰다가 시간이 날아갔다. 얼른 책을 캡쳐해서 붙여넣고 또 중구난방 리뷰를 써봐야겠다. 이 시간을 놓치면 분명히 다시는 리뷰 안 쓸 인간이라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대표적인 팥아재) 한글만 좀 떼고나면 알아서 책을 읽는다는데 우리 애들은... 왜 엄마가 읽어줘야 책을 보는거향... 하씨... 남의 집 아이들과 우리아이들을 비교하면 안되지. ㅠ.ㅠ)아 근데 슬프당... 아무리 책을 읽어줘도 책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아가들... (엄마의 억장이 와르르르 무너지는 소리) 하긴 뭐... 공부 잘하는 애들이 다 책을 좋아하진 않지. 근데 공부도 못하는데 책도 싫어하면?

아니 리뷰 안 쓰나?

15분 남았다.





![Screenshot_20221227-104506_Chrome.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PaiwiDyGzNxWYLsrUU8gEQb9c1SY1Txxz8mJp3p2CyGq/Screenshot_20221227-104506_Chrome.jpg)

첫째가 언어지연 1년이상을 받은 직후로 도서관에 모든 책은 아이중심으로 빌린다. 그래서 내 책은 항상 앱으로 보는데 회사임직원 전용인 교보도서관은 한달에 8권밖에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3째주 정도가 되면 대출권수가 모자란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찾은 것이 경상북도 교육청 전자도서관이다. 여기는 책이 무제한이다. but 찾는 책은 없다. 그렇지만 몇 천권이 넘는 전자책님들이 계시기에 오늘도 우매한 백성은 여기서 빌려 읽는다.

출퇴근시에도 앱으로 책을 보다보니 이제는 종이책이 되려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말하지 않은게 있는데 나는 초절전모드로 폰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폰 바탕에 딱 4개의 어플만 놓을수 있는데 (기본어플인 전화,문자,인터넷, 폰설정 제외) 보통 토스앱이랑 교보도서관앱 크롬 그리고 카톡을 놓고 나머진 아예 열지도 않는다. 70대 할머니도 이렇게 폰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앱사용을 절제하지 않으면 책을 보다가 딴 곳으로 눈이 간다. 실제로도 책보다가 딴 길로 샌적이 책보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그렇지만 앱도 심플한것이 더 좋은것 같다. 남편은 그래서 내 폰을 보면 화를 내지만 ㅋㅋㅋ "이게 뭐야!!!!!!!"

집에서 티비를 걷어냈듯 내 폰에서 4개 제외 모든 앱을 걷어내버린 미친 여자가 나다. 남들 마시는 커피도 맛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떤 한 음식에 목을 메이게 되는 것이 싫어서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가끔 1년에 한 두번 잠을 꼭 깨어야 할때 커피우유 정도만 마셔도 잠이 확 달아나지만. 생각해보니 2교대 생산직 일하는데 커피도 안마시고 맨정신으로 아이들을 키웠던 워킹맘이라니 진짜 독한X

8분 남았군? 오늘은 책 리뷰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일상 이야기만 계속 쓰는걸 보면. 소설가나 극본가들은 기본뼈대 플롯 시나리오 같은걸 쓰고 살을 붙이던데 일기라는 것은 크게 그런걸 따지지 않고 감정가는대로 쓰고 생각나는대로 적다보니 항상 글들이 강물처럼 떠내려 가는 것 같다. 초반엔 되려 이걸 아예 컨셉으로 만들어 아몰랑 일기라는걸 만들어 아주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지껄이는 글을 자주 썼지만 말이다.

더 이야기가 흘러가기전에 써보자. 우선은 <예민함 내려놓기 - 오카타 다카시> 자신이 예민한 건지 아닌지를 테스트 하는 항목이 목차에 버젓이 있어서 빌려보았다. 성인여성 ADHD 책을 읽고 놀라워 했듯이 이 책 또한 나의 정신을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을 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예민함이란 것은 AD와는 조금 별게로 타고 나길 청각이 예민하거나 촉각, 시각 등 약간의 장애를 갖고 일반인 사이에 섞여살며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 꽤나 길게 적혀있다. 내가 테스트해본 결과 나는 [감각회피]형 인간이고 내 첫째딸은 [감각추구]를 가지고 있었다.

감각회피보다는 감각추구를 가진 사람이 삶에 행복을 느낄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도표를 보여준 것이 기억난다. 밝고 튀고 사람들 사이에 주목받는것을 즐기는 감각추구형 인간은 스스로 적극적인 사람이 많은 듯 하다. 삶도 능동적인 인간과 수동적인 인간으로 나눠서 비교하였는데 감각회피형 인간인 나는 딸보다 절반 정도의 행복밖에 못 느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도 책의 중반쯤에 나온 여러가지 테스트 항목에서 정서적 안정이 안된 애착불균형과 망상이 많은 유형으로 나왔다.

그러고보면 애착불균형이란 부모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면 생기는 것인데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준다고. 어려서부터 눈치와 매질을 맞고 자라 학교에서는 꿀먹은 벙어리였던 유년시절을 생각하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왜 저렇게 극단적으로 피하고, 숨고 사는가 싶은 것도 애착불균형에서 나온 것.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자신도 믿지 못하는? 테스트 결과지를 보고 씁쓸하였다. 다시 어려져서 부모에게 사랑 받는 다면 나는 지금 더 밝아졌을까?

이 책을 덮은것은 도중에 나오는 심리테스트에 응해준 사람들에 대한 설명에 자꾸 대한민국에 어느 지방 이름이 등장해서 이 책이 일본작가의 책인지 한국인의 책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처음은 그냥 넘겼는데 자꾸 반복적으로 대한민국 어느 도시 이름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설명해서 뭐지... 일본에서 살면 일본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다. 번역가가 보기 쉬우라고 한국 지방 이름으로 대체한걸까? 그렇다면 그건 허위유포아닌가. 아닌데. 뭐지. 한국에 사는 일본인?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래, 내가 애착불균형 인간인건 알겠는데 그래서 앞으로의 대책이나 지침 같은것은 없는지 봤는데 계속 병에 대한 설명과 양상만 있을뿐 그래서 이 테스트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사람에게는 이런 마음가짐과 이런 생활을 추천해주는 글은 없었다. 그냥 진단만 받은채 마음이 떫어지는 느낌. 내가 잘 모를수도. 혹은 제대로 안 읽고 나머지 반을 날림으로 봐서 몰랐을 수도.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겠으나 잠깐 이 책을 내려놓고 마음이 평온해지면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덮었다.

시간이 지났는데 조금더 써보겠다.

<세븐 - 전인구> 전인구라는 인물에 관해서는 1도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요즘은 인기순으로 책을 정렬해서 빌리기보다는 최신순으로 해서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려고 하고 있다 보니 스크롤을 내리다 발견해서 대출하여 읽어보았다. 정확히 절반 정도 읽고 느낀점은.

책 내용은 시원시원하다. 내가 찌질하던 상황에 이런거 하고 이랬는데 어휴... 너무 힘들고 눈물나고 막 울고 그랬써요 하는 투덜이 부분이 없어서 좋았다. 자수성가형 책의 공통적인 특징아닌가. 그렇지만 이 분은 대놓고 자랑형으로. 그러면서도 당신도 나 처럼 할 수있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라고!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중에 자본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하고 경제와 투자, 부동산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마라고 외치고 있었다. 깜짝 놀란것은 대놓고 종목추천으로 붉은 볼드체 글씨로 주식을 정확하게 어디어디를 찍어서 추천하고 있었다. 이 책이 올해 중순쯤 나왔는데 책을 적은 시기는 21년도. 올해는 대하락장이다. 뭔가 싶어서 헬스케어를 제외한 듣보잡 종목을 일단은 한번 적어보았다. 뭐냐 이건.

작가에 대한 의구심이 살짝 들었다. 요즘은 책을 읽다가도 내용에 약간의 약을 친 냄새(?사짜?)가 나면 작가 이름을 나무위키나 네이버 카페 같은 일반인들이 아무개 글을 쓰는 곳에 한번 검색을 돌려본다. 블라인드도 돌려보면 이 작가에 대한 반응을 알 수있다. 자기계발작가들 중에 의외로... 책에 적힌 본인이 이룬 것 보다는 책 출판과 유투버 수입, 강연수입이 더 많은 '부를 과시해서 부를 쌓는'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해진(이미 몇년전부터?) 자청의 역행자라는 책도 그 중에 하나라서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유투버 신사임당이라는 채널은 딱 하나의 영상을 봤는데... 댓글들이 신흥종교단체 인줄 알았더랬다. 그 후 매각설이 돌더니 적당히 먹고 빠지나... 싶다가 다른 먹거리를 찾은건지 뭔가를 또 벌이는것 같던데. 이것이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놓고 돈 벌기 같은 그런거 아닌가? 자청이라는 분의 유투브도 들어가보니 몇 개도 안되는 영상으로 구독자수가 몇십만을 찍은 인물이었다. 첫 영상부터 화면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미 뭔가... 내 몸의 피는 지금 자신감으로 가득 뿜뿜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세븐을 지은 전인구라는 분은 책의 절반은 주식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적은 책인데 놀랍게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예측한것이 거의 맞지 않고 있다는 댓글이 주렁주렁있었다.

그런데 조금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 10번의  예언중 6개만 맞아도 적중률이 좋다고 한다는데 거 너무 야박한거 아니냐. 그래도 풀어서 설명은 잘한다. 학교선생이 부동산으로 대박나더니 갑자기 투자연구소소장이 되어 유투버로 떼돈을 번다는 흉흉한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흠. 나도 자기계발서를 즐겨찾고 읽지는 않지만 확실한 동기부여책으로는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투자는 자신의 주관이 있어야 하는건 맞고 작가분이 너무 강하게 소신을 밀어붙여 틀렸을 때 뭇매를 더 씨게 맞는것 같긴 하지만서도. 동기부여 정도의 책으로는 세븐은 나쁘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더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책을 통해서 원래 알던 이야기를 한번 더 되짚어 볼 수는 있었다. (남들이 안 가는 땅을 가라, 남들이 잘때 더 일하라, 같은 기타 등등)

결국 실천의 문제지. 이 작가를 까는 댓글들 중에 이 작가분이 젊은 시절 했던 정도의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송혜교 요새 늙어보인다고 댓글로 까는 커뮤니티 사람들의 실물얼굴을 프사로 지정하면 말이 쏙 들어갈 것을 알듯이. 누군가의 인생역전 경험은 꽤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이동도서관 차가 곧 출발하려나;; 이 글을 지울지 말지는 모르겠다. 2번으로 짤라서 올려도 될 것 같은 길이긴 한데. 모르겠다; 그냥 올려야지. 오타 수정도 못 거칠것 같다. 적은 김에 내가 추천하는 책으로 또 그사람? 하겠지만 또 그 사람책이다. 그렇다. 김영하 작가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추천한다.

작가가 시칠리아로 가는 여정까지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시칠리아로 도착해서의 느낌과 중간중간 방송출연을 하며 다닌 곳에 대한 감상을 적은 부분의 묘사가 압권이다. 나는 이 작가의 소설집보다는 수필집이 마음에 와닿는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설보다는 수필집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에서 본 구름에 대한 묘사가 ㄷㄷㄷ 명문이다. 수능에 출제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사진이나 그림은 하나의 느낌으로 다가온다면 멋들어지고 장엄한 풍경에 대한 세세한 글묘사는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가슴에 새겨넣는다. 나는 그곳을 가본적이 없는데 작가 곁에 서서 같이 구름을 쳐다 본 것 같은 황홀함을 느꼈다.

이것으로 짧은(?) 책 리뷰를 끝내야 겠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