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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kkiihhii
2020. 6. 21. 19:35
아끼는 편지를 잃어버려서 슬프다. 기억나는 건 내용 몇 줄 정도.
편지를 적어 상대에게 띄우던 시절이 차라리 낭만적이었지. 한 통의 편지와 천 개가 넘게 쌓인 의미 없는 광고성 메일이 가득 찬 메일함이 너무 대조적이네.
손 편지 안 쓴 지도 십 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펜팔이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예쁜 편지지를 사서 무슨 말이라도 가득 쓰면 그게 그렇게 뿌듯했었지. 우표도 이쁜 걸 부치면 더 뿌듯해지고.
느린 의사소통이었기에 정성과 마음을 다해서 글을 썼던 것 같다. 늦게 가는 만큼 한가득 내 마음을 담아야 했으니까. 속이 타게 느린 답장을 기다리며 매번 지나치는 집 앞 텅 빈 우체통에 괜히 손도 넣어보고.
그 편지를 받은 사람은 참 좋을 거야. 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 누군가가 수없이 생각하고 고치며 또박또박 써 내려갔으니. 아쉽게도 편지는 없어졌지만 그 편지를 주고받던 친구는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있다.
떨어져 산지 20년은 거뜬히 넘어버려서 말 걸기도 어색한 내 친구. 서로 딸을 낳고 카카오톡으로 축하해 주고는 말이 없는 사이. 그 시절 편지 속에는 다정한 내 친구가 있었는데. 이제 다시는 그런 마음과 그런 생각으로 편지를 쓰는 일은 없을 테지. 슬프다ㅡ